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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May 06. 2024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L.N. 톨스토이 | 역자 신길호 | 출판 혜원

 제목을 잊은 채 읽었다면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만큼 등장인물들은 질서 있고 조화로운 '페렐레리즘' 기법으로 쓰여 있다. 종교, 귀족사회, 전쟁 등의 진한 배경이 있지만 결국은 '사랑'이다. 1870년대 러시아 귀족사회의 사랑은 현대의 사랑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죄책감의 부재, 어쩌면 그것이 현대의 불륜과 사뭇 대조된다.

 

 안나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호감을 보일 정도로 매혹적인 외모를 지녔다. 안나는 아름다우면서 우아했고 교양도 갖추고 있는 빼어난 여성이었다. 그녀는 중매로 맺어진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를 존경했고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다. 문득 모스크바 여행에서 만난 알렉세이 키릴로비치에게서 불같은 사랑을 느낀 안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 알렉세이 키릴로비치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처럼 학문에 조예가 깊지 못했지만 외모만큼은 화려했다. 그녀는 그의 화려한 외모에 사로잡혀 섣불리 뜨거운 사랑을 좇았다. 사랑하는 아들을 버릴 만큼 그녀에게 그 사랑은 정열적이었고 불 같았다. 그러나 알렉세이 키릴로비치는 그녀에 반해 그 사랑이 가볍고 짧았다.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안나는 알렉세이 키릴로비치의 외도 사실에 대한 질투심과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매일이 고통스러웠으리라. 결국 그녀는 자신이 쌓은 업보대로 파멸로 이끌었다.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결혼 제도가 무색할 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남녀들은 은밀한 사랑을 주고받는다. 특히 19세기 러시아 귀족 사회에서 공작들의 쾌락은 내밀하지만 사냥만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스테판 아르카지치가 '남자의 삶'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그것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고 그저 남자의 삶 속에 스며든 것이었다. 여자들은 대체로 남편을 순종하고 존경했지만 안나처럼 예외의 케이스도 있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에게서 사랑받지 못한 안나는 문득 찾아온 사랑에 빼앗겨 가정과 아들을 버린 채 위험한 사랑을 택했다. 그에 대한 결과는 참혹했다. 그러나 용서받은 스테판 아르카지치는 계속해서 '남자의 삶'을 아무런 죄책 감 없이 지속한다. 


 사랑과 믿음이 부재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혼이라는 이름의 '수치', '창피', '평판' 그리고 '자녀'이리라. 그 고리타분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돌리도 답답하고, 위험한 사랑을 택한 안나도 애잔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나를 대입해 보니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 된다. 


 이 시대의 성인들이여. 부디 자신이 선택한 제도에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을 간곡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며, 상대방을 믿음과 사랑으로 보듬어야 하리라. 단기적 쾌락을 좇는 사람은 그에 걸맞은 인과응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충실할 것. 나부터도 그 어려운 것을 실천해야겠다.




"... 정신적인 사랑에도 비극이란 있을 수 없어. 왜냐하면 그런 사랑은 분명하고 순결하기 때문이지."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_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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