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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Sep 25. 2024

비인간의 존엄성이란

<제3인류 3>를 읽고

 농업 기술 연구소의 에마슈들은 국가 기밀이었으나 불시착한 비행접시로 인해 전 세계가 알게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피그미 프로덕션'라고 명명하며 인간을 도와주는 초소형 인간 사업을 번영했다. 에마슈 사업이 승승장구하자 샤오제라는 중국산 에마슈가 인간 사회에 활보하기 시작했다. 샤오제는 에마슈보다 능률이 낮았으나 값이 저렴했다. 인간들은 값싼 초소형 인간을 개인의 유희를 위해 선뜻 구매하곤 했다. 


 우리는 피 흘리지 않는 나무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베고 꽃을 꺾는다. 말 못 하는 짐승의 목을 베어 그것의 사체를 맛있게 요리해 먹는다. 어린아이들은 개미를 짓눌러 죽이고 메뚜기의 다리를 몸통에서 뽑아낸다. 오스트리아의 빌프리트라는 소년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의 수단은 개미도 메뚜기도 아닌 초소형 인간이었다. 


 그는 세 에마슈를 꽁꽁 묶어두고 천천히 베고 째며 고통을 가한다. 에마슈들은 날카로운 울부짖음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종국에는 에마슈들의 목이 잘린다. 빌프리트의 사건이 화두가 된 것은 이것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면서부터다. 농업 기술 연구소 6인은 충격적인 사건에 소송을 취했으나 소년이 죽인 것은 '인간'이 아니므로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는다.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외부 소식을 듣기 위해 전자 기기를 확보한 에마슈 109 역시 영상을 접했다. 에마슈 109는 진열대에서 인간에 의해 팔려나가기를 기다리는 샤오제들을 소집한다. 지난 영상에 어떠한 징벌도 받지 않은 빌프리트는 인기에 힘입어 '피 흘리는 인형들 2'를 방영 예정이다. 에마슈 109에게는 분노 그 이상의 감정이 있었으리라. 에마슈 109는 초소형 인간 군대를 이끌고 성황리에 빌프리트의 저택에 침입한다. 그 군대의 목적은 '피 흘리는 인형들 2'에서 희생될 에마슈들을 구출해 내는 것. 에마슈 109와 초소형 인간들은 소년의 방에 묶여 있는 에마슈를 구출해 내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소년을 죽였다. 상황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 각국으로 퍼져 큰 충격을 안겨준다. 


 가축은 인간에 의해 길러지고 인간을 위해 사용된다. 가축의 도살은 합법이나 인도적인 도살을 위해 고통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쾌적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고통 없이 죽인 동물의 고기를 소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가. 동물 복지라는 테두리 안에 결국에 동물은 인간에 의해 도살된다. 인도적인 도살은 근본적으로 악한 것을 옳게 하지 못하는 바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차별과 학대를 감행했다. 다리의 개수가 다르다는 것, 털이 덥수룩하다는 것, 엉치뼈가 없다는 것, 멀지 않은 과거에는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공리주의에 따르면 모든 사람의 행복 가치는 동일하다. 즉, 빈자와 부자의 이익을 차별하지 말아야 하며, 유색인종과 백인, 남성과 여성의 이익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동물에게는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는 것인가. 사람과 똑같은 형상에 똑같은 사고를 할 줄 아는 초소형 인간 에마슈는 어떠한가. 그들은 신체의 크기만 작을 뿐 모든 것이 인간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그들을 존중하고 법의 테두리를 그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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