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IB 학부모입니다>를 읽고
현재 공교육은 마치 공장에서 붕어빵을 생산하듯 일원화된 인재를 만든다는 아쉬움이 있다. 무궁한 상상력과 아이마다 다채로웠던 고유한 색감은 제도권 교육 이수 후 잿빛으로 물든다. 놀이터에서 마음껏 뜀박질하던 아이는 책가방 무게에 짓눌려 무려 12년 동안 자유를 억압받는다. 공부에 '때'가 있는 것처럼 세상 물정 모르고 뛰어놀 '때'도 존재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유년 시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아이는 아이답게 놀 줄 알아야 한다. 필자도 한때는 대안 교육에 고개를 분주하게 돌렸다. 그중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발도르프 교육'이었다. 인지학적 교육 원칙이 주체이며 개방적인 수행 공동체를 하는 자유스러운 교육의 발도르프. 수년 전 일 년 내내 중부 지방의 발도르프 학교를 찾아 헤맸다. 그곳에는 자유가 있었고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인가 대안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세 아이를 발도르프 학교에 보냈다가 허리가 휘어지고 말 것이란 빠른 판단에 희망을 고이 접었다.
부모라면 자녀에게 응당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싶을 것이다. 대안 교육 이외에도 IB처럼 공교육 제도 안에 대안 교육화된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이 바로 'IB'다. Intermational Baccalaureate 국제 바칼로레아의 첫 글자를 딴 IB의 시작은 스위스 제네바 국제 학교다. UN 주재원들의 자녀들은 출신 국가마다 상이한 대입 시험으로 이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다. 이에 국제적으로 인정 가능한 공인 교육이 필요했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 공인 대입 시험과 IB 교육 프로그램이 창설된 것이다.
IB 교육은 국내 공교육에 도입되어 현재 전국 364개의 학교에서 시행 중이다.(2024년 8월 말 기준) IB 프로그램은 본래 유치원부터 고등 교육까지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초등부터 고등 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 IB 교육이 도입된 고등학교 또한 존재하지만 초등학교에 비해 그 수는 현저히 떨어진다.
모든 IB 프로그램의 목적은 공통의 인류애와 공유된 지구에 대한 수호자 정신을 인식하고 더 나은 세상과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국제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목표만 살펴보면 굉장히 '이타적인 지구의 구성원' 하나를 만드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인정 가능한 교육인 만큼 공교육에 비해 교육 내 영어 활동량이 월등하다. 또한 주입식 교육보다 토론과 발표의 비중이 커서 아이들 스스로 사고하며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여겨졌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IB 교육은 충분히 매력적인 교육 제도다.
저서의 부제는 '이제는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흥미로운 '교육'이라는 주제에 냉큼 읽어 내려갔으나 몇 번이고 표지를 훑어봤다. 이것은 에세이인가, 육아 서적인가. IB 교육을 처음 접한 필자의 궁금증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했다. 마치 대청봉에 오르려고 했는데 울산 바위까지 오른 기분이랄까.
학교에 가라니까 가고, 공부하라니까 하는 자세는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 학부모로서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자녀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잘 살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와 같은 대답은 현문우답이다.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나 자신을 알려고 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우리가 질문했던 공부라고 할 수 있다. 부모는 누구보다 굳건해야 한다. 옆집 엄마와 언론에 휘둘리지 않는 혜안과 신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를 믿어야 한다. 느리다고, 못한다고 질책하지 않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의 등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