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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는 왜 아마존과의 전략 제휴에도 실패했는가?

전략기획

by 김준성

“아마존이 온다”는 착시

2021년,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스토어’를 공식 론칭하며 국내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의 제휴는 단순한 상품 확대를 넘어, 플랫폼의 전략적 리포지셔닝 시도로 해석됐다.

11번가는 아마존의 글로벌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채널로 자신을 재정의하고, 쿠팡·네이버에 밀린 커머스 경쟁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이 전략 제휴는 사실상 실패로 평가된다. 시장 점유율은 회복되지 않았고, 고객에게도 실질적인 차별성을 제공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 제휴는 단순한 실행력 부족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략적 목적과 구조가 어긋나 있던 파트너십이었다.

사진: 서울경제




전략 요약 – 11번가가 기대한 ‘아마존 효과’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력을 통해 세 가지 주요 효과를 기대했다:

상품 경쟁력 강화 – 글로벌 상품군 도입을 통한 차별화

프리미엄 고객 유입 – 해외직구 경험이 많은 고객층을 락인

브랜드 가치 제고 – “아마존과 제휴한 유일한 국내 플랫폼”이라는 인지도 확보

이는 플랫폼 자체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외부 글로벌 브랜드를 활용해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전형적인 시도였다.




전략 제휴의 배경 – ‘전략적’이지만, 동상이몽

1) 11번가의 현실과 목적

11번가는 SKT의 자회사로,
당시 커머스 경쟁에서 쿠팡·네이버·SSG 등에 밀려 시장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었다.

직접 통제 가능한 물류 인프라 부재로 고객 경험을 일관되게 설계하거나 통합할 수 없었고,

멤버십·콘텐츠 등 락인 구조 역시 미흡해 충성 고객 확보에 한계가 있었으며,

가격 중심의 경쟁력도 점차 희석되어 플랫폼 전반의 매력도가 낮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1번가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전략 제휴’를 통한 전환점을 모색했다.
아마존은 단기 트래픽 확대 수단이자, 시장과 투자자를 향한 ‘혁신 신호’였다.



2) 아마존의 목적

반면, 아마존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제휴를 통한 ‘로우 리스크 실험’을 원했다.

물류 및 CS 인프라 없이, 11번가 플랫폼에 상품만 노출

글로벌 배송은 미국 현지 물류센터 → 한국 고객 직배송 (6~10일 소요)

현지 구매 패턴 데이터를 확보하며, 추후 진출 시 테스트베드로 활용 가능

즉, 아마존은 자산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활용하는 실험적 접근을 택했다.
양사는 모두 전략적 목적이 있었지만, 실제 방향성과 기대치는 완전히 엇갈려 있었다.




실패 원인 – 협력 구조 자체의 한계

1) 낮은 통합 수준, 분리된 고객 경험

11번가는 아마존 상품을 단독 메뉴로 노출했을 뿐,

배송, UI/UX, 멤버십, 고객지원 등은 일체 통합되지 않았다.

배송은 전적으로 아마존 미국 물류에 의존

아마존 프라임 혜택, 글로벌 UI/UX 경험, 통합된 CS 시스템은 없음

고객 입장에서 보면, 기존 직구보다 조금 더 편한 수준일 뿐

“아마존의 브랜드만 빌려온 직구 채널”에 가까웠다


2) 가격 경쟁력 부재, 실질적 차별화 부족

환율, 통관 수수료, 배송비 등을 반영하면 직접 직구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았고,

쿠팡의 로켓직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해외직구 대비 경쟁력도 약했다

아마존의 브랜드 이름만 있었지, 기능적으로 매력적인 지점은 없었다


3) 플랫폼 락인 실패 – 고객 전환 부재

아마존을 보기 위해 유입된 고객들은, 11번가 자체 UX나 서비스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결국 아마존이라는 파트너 자산을 내재화하지 못했고, 트래픽은 일시적이었으며, 고객 충성도 확보는 실패로 끝났다.


4) 경쟁사의 전략 진화에 뒤처짐

쿠팡은 자체 풀필먼트를 통해 글로벌 배송 경쟁력을 높였고,

네이버는 검색, 콘텐츠, 결제 기능을 융합하며 경험 중심 커머스로 진화했다

반면 11번가는 단일 제휴에만 의존하며, 자체 전략 없이 정체되어 있었다


결론 – 전략 없이 제휴만 있었던 결과

11번가의 아마존 제휴는 단기적으로는 주목을 받았지만, 플랫폼 체질을 바꾸거나, 고객 가치를 혁신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단순한 실행 미흡이 아니라, 양사의 전략 방향성과 구조가 처음부터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브랜드에 의존한 전략은 내부 경쟁력을 대체할 수 없으며, 제휴의 효과는 ‘내재화’되지 않는 한 지속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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