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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지그재그, 왜 갑자기 조용해졌을까?

전략기획

by 김준성

한때 여성 쇼핑의 중심에 있던 지그재그. MZ세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써봤을 법한 앱이었다.

쇼핑몰을 일일이 검색하던 시대를 끝내고, '내 스타일'을 알아봐주는 앱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지그재그는 더 이상 패션 앱 시장의 1등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지그재그의 폭발적 성장부터 2022년 정체 시기까지, 그 흐름을 전략기획 관점에서 차근히 짚어본다.

2023년 지그재그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반등의 실마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본 시리즈는 총 세 편으로 구성된다.

1편: 전성기부터 정체까지, 지그재그는 왜 주춤했는가

2편: 카카오스타일은 왜 지그재그를 인수했는가 – 인수의 전략과 의도

3편: 몰락 이후의 반등 – 지그재그는 어떻게 다시 올라서고 있는가

사진: 지그재그


전성기의 아이콘, 지그재그

2015년 출시된 지그재그는 여성 쇼핑몰을 통합한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블로그와 개별 웹사이트로 흩어져 있던 쇼핑몰들을 한 곳에 모았고, 소비자들은 더 이상 검색하지 않아도 되는 쇼핑 환경을 얻게 되었다.

사용자 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여러 쇼핑몰 상품을 한 번에 결제하는 Z결제

앱 중심의 빠르고 직관적인 UI/UX

중소형 쇼핑몰과의 상생 구조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지그재그만의 독보적인 쇼핑 경험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고객에게는 '취향을 읽는 앱'이라는 인식을, 쇼핑몰에게는 '트래픽을 보장하는 유통 창구'로 자리 잡게 했다.

당시 지그재그의 급성장은 세 가지 전략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1) 사용자 중심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

검색, 찜,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스타일 취향을 정밀하게 분석

사용자들은 '이 앱은 내 취향을 정확히 알아봐준다'는 만족감을 느꼈고, 이는 자연스러운 재방문으로 이어졌다

2) 입점 쇼핑몰과의 상생 구조

소형 쇼핑몰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신규 유입을 기대할 수 있었고

사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더 다양한 쇼핑몰이 입점해, 다시 고객 경험이 풍부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3)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쇼핑 UX

앱을 켜자마자 보이는 취향 기반 상품 피드, 간편한 통합 장바구니, Z결제 기능

여러 쇼핑몰 상품을 앱 내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 Z결제는, 당시 사용자 편의성을 크게 끌어올린 기능이었다


이러한 사용자 경험은 곧 사용자 충성도로 이어졌고, 앱 스토어 평점과 리뷰,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2020년대 초반 기준으로

누적 다운로드 2,800만 이상

월간 활성 사용자 300만 명 수준

연간 거래액 7500억원


2021년에는 카카오 스타일에 인수되며 생태계 확장의 기대감까지 품게 되었다.





경쟁자들의 반격이 시작되다

지그재그의 성공은 곧 업계 전체를 자극했다. 브랜디, 에이블리, 무신사 등은 더 공격적인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브랜디는 빠른 배송을 무기로 풀필먼트 경쟁력을 강화했고,

에이블리는 쇼츠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콘텐츠 커머스로 차별화했으며,

무신사는 여성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자체 브랜드까지 육성했다.

이들은 지그재그가 구축한 기본 모델을 뛰어넘는 전략을 펼치며 빠르게 추격에 나섰다.




지그재그의 성장세가 꺾인 진짜 이유는?

지그재그의 하락세는 단순히 경쟁사의 추격 때문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지그재그 자체의 전략적 진화가 정체되었다는 점에 있다.


1. '플랫폼'에서 '브랜드'로의 진화에 실패했다

지그재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쇼핑몰을 모아주는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해왔다. 하지만 시장은 점점 고객이 좋아하는 스타일과 문화를 제안하는 '브랜드형 플랫폼'을 원하게 됐다.

브랜디는 자체 PB와 풀필먼트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만들었고, 에이블리는 인플루언서와 스타일 콘텐츠로 팬덤을 만들었다. 지그재그는 여전히 '중간 매개자'에 머물렀고, 이로 인해 고객 충성도에서 점점 밀리게 되었다.


2. 트렌드 주도력이 아니라 '기능 개선'에 집중했다

지그재그는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했지만, 쇼핑 트렌드를 선도하려는 시도는 적었다.

에이블리와 브랜디는 쇼츠, 라이브커머스, 크리에이터 연계 등 새로운 소비 흐름을 주도했다. 반면 지그재그는 기존 UI에 작은 개선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고객은 지그재그를 '편리한 앱'이 아니라 '재미없고 무난한 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3. 내부 확장보다 외부 인수에 의존한 성장 전략

카카오 인수는 외형적인 성장에는 도움이 됐지만, 지그재그 내부 전략에 대한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카카오 생태계(페이, 멤버십, 채널)와의 연동 시도는 있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시너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카카오 브랜드 안에 묻히며, 지그재그만의 정체성과 브랜딩이 희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수 이후에도 서비스 방향이 명확하게 재정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직적 관성의 문제가 성장 정체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정체는 끝이 아니라 전환의 시그널이다

지그재그는 여전히 의미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 사용자 기반, 쇼핑몰 네트워크까지.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기억에 의존한 운영'이 아니라, '다시 선택받기 위한 전략'이다.

지그재그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고객이 바뀐 것이다. 플랫폼은 결국 고객을 따라 전략을 바꿔야 한다.변화는 늘 기회를 품고 있다.

실제로 지그재그는 2023년, 비용 구조 개선과 전략 재정비를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지그재그가 단지 추락한 플랫폼이 아니라, 변화의 기반 위에 다시 올라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지그재그가 어떻게 다시 회복의 실마리를 잡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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