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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왜 지그재그를 인수했을까?

전략기획

by 김준성

2021년, 카카오는 여성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을 인수했다. 당시 지그재그는 MZ세대 여성의 쇼핑 패턴을 장악하며, 여성 패션 앱 중 독보적인 1위를 달리던 플랫폼이었다.

그렇다면 왜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선택했을까? 이 인수는 단순한 커머스 확장이 아닌, 카카오 전체 전략의 방향성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zigzag.jpg 사진: 플래텀


2021년, 왜 하필 그때였을까?

지그재그 인수는 단순히 '유망한 커머스 스타트업을 사들인 것'이 아니었다. 그 시점의 카카오는 커머스를 둘러싼 전략적 전환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당시 카카오는 네이버와 쿠팡처럼 수직계열화된 유통 역량이 없었고, 내부에서 육성하던 '카카오스타일' 단일 서비스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명확했다. 카카오는 '톡-페이-검색'으로 연결되는 자사 생태계에 실질적인 커머스 허브가 필요했고, 그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한 것이 바로 지그재그였다.

게다가 2021년은 팬데믹과 함께 온라인 소비가 폭증하며, 커머스를 둘러싼 기업 간 M&A 전쟁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지그재그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경쟁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현실적이었다.

이런 전략적 맥락 속에서, 지그재그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카카오 커머스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판단된 것이다.




카카오는 왜 커머스를 하고 싶었을까?

카카오는 오랫동안 '광고 기반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 모델의 상당 부분이 광고·콘텐츠 유통 수수료에 의존해 있었다.

이 구조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노출했다:


1. 사용자의 관심을 파는 구조에 머물렀다는 점

광고 단가 하락, 사용자의 피로도 증가 등으로 광고 기반 비즈니스의 확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음

2. 데이터 기반 수익화가 제한적이었다는 점

카카오는 엄청난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를 활용한 구매 전환 수익 구조(=커머스)로 연결하는 능력은 떨어졌음

3. 경쟁사 대비 커머스 수직계열화가 부족했다는 점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쿠팡은 자체 물류/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강력한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카카오는 기프티콘/선물하기/톡딜 등 일부 파편적 채널만 갖고 있었음

즉, 카카오는 커머스를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카오는 '광고-페이-톡'으로 이어지는 자체 플랫폼을 넘어, 실제 상품 거래가 일어나는 본격적인 커머스 플랫폼이 필요했고, 지그재그는 그 연결고리였다.

지그재그는 이미 수백만 MAU를 확보하고 있었고, 결제와 물류는 외부 쇼핑몰이 맡는 구조였기 때문에, 카카오 입장에서 리스크 없이 커머스 진입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구조였다. 동시에 2030 여성이라는 핵심 사용자층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전략적 지점이기도 했다.



인수 구조와 방식은 어땠을까?

카카오는 2021년 4월,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을 인수하기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카카오스타일'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해당 법인을 크로키닷컴과 합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합병 법인은 2021년 7월 1일자로 카카오의 자회사로 공식 편입되었고, 기존 크로키닷컴의 대표였던 서정훈 대표가 그대로 신설 법인의 대표를 맡으며 경영 연속성도 유지되었다.

공식 인수 금액은 비공개지만, 업계에서는 크로키닷컴의 기업가치를 약 1조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 스타트업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인수합병(M&A)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카카오는 지그재그의 브랜딩과 기존 운영체계를 존중해, 합병 이후에도 지그재그를 별도 브랜드로 유지하며 '카카오스타일' 산하에서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취했다



지그재그는 카카오에게 무엇이었나?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눈여겨본 이유는 단순히 사용자 수나 거래액 때문만은 아니다. 지그재그는 당시 다음과 같은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1) 확실한 타깃 고객층 확보

10~30대 여성이라는 카카오톡 기반의 핵심 사용자층과 일치

이들이 자주 방문하고, 머무르고, 결제하는 앱이라는 점에서 시너지 기대

2) 방대한 커머스 데이터

개인 취향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을 이미 고도화한 상태

카카오 AI, 페이, 광고 사업과 연계 시 마케팅 타겟팅 정교화 가능

3) 페이-톡-커머스를 잇는 폐쇄형 생태계 완성

카카오페이로 결제 → 카카오톡으로 배송/리뷰 공유 → 다시 커머스 전환이라는 선순환 구조 가능

4. B2B 확장 가능성

지그재그의 쇼핑몰 입점 모델을 활용해 중소상공인을 위한 B2B 서비스 확대 가능성 존재



하지만 인수 이후, 기대만큼의 시너지는 나왔을까?

카카오 스타일이 기대한 시너지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2022~2023년 사이, 외부에서는 오히려 지그재그가 조용해졌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는 단순한 체감이 아닌, 전략 실행의 측면에서도 여러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 통합 전략의 부재와 조직적 이원화

카카오는 내부적으로 '카카오커머스'와 '카카오스타일'을 분리 운영하고 있었으며, 지그재그는 후자에 편입되었다. 문제는 이 두 조직 간에 명확한 역할 분담이나 통합 KPI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카오톡 기반 커머스(선물하기, 쇼핑하기)와 지그재그 간에 교차 유입이나 고객 전환 구조가 실질적으로 구현되지 못했다.


2. 브랜드 정체성의 모호화

지그재그는 MZ 여성층에게 '가볍고 감각적인 패션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수 이후 이 브랜딩이 흐릿해졌다. 카카오 스타일 내 여러 사업 부문 중 하나로 병합되며, 지그재그만의 색깔이 옅어지고 사용자 경험도 평범해졌다는 평이 많았다.


3. 기술적·서비스적 연결이 느리고 단절적이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 i, 톡 기반 리텐션 시스템과의 연결이 '가능성' 차원에 머물렀다. 페이 연동은 되었지만 사용자 경험상 눈에 띄는 변화는 적었고, 지그재그 내부에서 카카오 플랫폼의 데이터나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흔적은 제한적이었다.


4. 시장 변화에 대한 반응 속도 부족

쇼츠, 인플루언서, 라이브커머스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던 시기였지만, 지그재그는 기존 큐레이션 중심의 UI/UX를 고수했다. 경쟁사들은 이미 쇼핑 콘텐츠화를 가속화하고 있었고, 지그재그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플랫폼에 머물렀다.

요약하면, 인수 이후 지그재그는 전략적 통합, 기술 접목, 시장 대응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카카오가 기대한 만큼의 전환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지그재그를 단기 수익 모델로 삼기보다 중장기적 플랫폼 전환의 기초 자산으로 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인수는 실패였을까?

단기적 관점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전략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그재그는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수익성 개선 신호를 보였다

카카오는 이제 커머스를 단일 채널이 아닌, 페이-광고-콘텐츠-커머스를 잇는 ‘연결의 플랫폼’으로 설계 중이다

즉, 지그재그 인수는 카카오가 커머스를 다르게 풀어내기 위한 첫 단추였다고 볼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지그재그가 어떻게 다시 성장을 시작했고, 2023년 흑자 전환과 최대 매출을 만들어낸 전략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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