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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은 왜 공인중개사협회와 싸우지 않기로 했나

전략기획

by 김준성

서론

부동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자산이며, 동시에 정보 비대칭이 가장 심한 시장 중 하나다.

수천만 원의 중개 수수료가 오가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허위 매물, 중개사 편차, 불투명한 수수료 구조 속에서 거래를 이어간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등장한 것이 직방이었다. 직방은 단순한 부동산 매물 정보 앱을 넘어서, ‘중개 없는 거래’를 상상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부동산 중개업계 전체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플랫폼은 기득권과 싸우지 않고 살아남았다.

직방은 왜 싸움을 멈췄을까? 그리고 어떻게 업계와의 협업을 선택하며 ‘살아남는 플랫폼’이 되었을까?

이 글은, 기득권과의 전면전 대신 구조 설계를 선택한 플랫폼의 전략적 진화를 따라간다.




직방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가?

직방은 처음부터 ‘플랫폼 혁신’을 외치진 않았다. 하지만 사용자가 겪는 부동산 거래의 실질적 고통은 분명히 존재했다:

매물 정보의 신뢰성 부족 (허위 매물, 중복 매물)

중개사마다 다른 수수료 기준과 설명 수준

집을 보기 전까지 실물 정보 확인이 어렵다는 점

직방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 실매물 등록제, 매물 검수 시스템, 3D VR 투어 등의 기능으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직방은 결국, 직접 중개 서비스에 발을 들이면서 더 큰 반발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 직방



어떻게 성장했는가? – 정보 플랫폼에서 중개 플랫폼으로

초기 직방은 허위 매물을 잡고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정보형 앱이었다.

2012년 론칭 당시, 스마트폰 기반의 위치 정보와 실매물 기반 매물 앱은 시장에서 매우 신선한 시도였고, '집을 보기 전, 미리 볼 수 있다'는 모바일 부동산 정보 소비 경험을 만들어냈다.

이후 직방은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하며 플랫폼 파워를 키워갔다.

초기 모델은 광고 BM 중심이었으며, 중개사에게 매물 노출 기회를 판매하는 구조였다.


주요 성장 흐름

실매물 인증 시스템 도입 → 소비자 신뢰도 확보

3D VR 투어, 실거래가 정보 제공 → 사용자 체류 시간 확대

중개사 유치 및 광고 매출 기반 BM 확대

성장을 거듭하던 직방은 이후 M&A 및 자회사 설립을 통한 수직 확장을 본격화한다.

2018년 호갱노노 인수 → 가격 비교와 실거래 기반 데이터 확보

2020년 다윈중개 출범 → 비대면 중개 실험 개시

2021년 이후 직접 중개·계약 기능, 임대관리,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까지 확장 시도

직방은 매물 정보를 넘어,
실제 거래까지 통합하려는 ‘부동산 풀스택 플랫폼’ 전략을 가동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시점에서 중개사 기득권과 충돌이 폭발한다.





한국공인중개사 협회 반격 – “이건 명백한 직역 침해다”

직방이 다윈중개를 통해 직접 중개 기능을 실험하자, 전국 공인중개사 단체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어떤 방식으로 저항했나?

“직방은 무자격 불법 중개 행위”라고 주장하며 집단 고발

직방 입점 중개사들에게 이탈 압박 및 불매 운동 독려

“직방 매물 등록 금지” 운동 전개, 타 플랫폼으로의 이동 시도

국회 및 국토교통부에 직방 규제 필요성 제기

일부 지역조합에서는 자체적으로 직방 매물 차단 요청 공문 발송


왜 반발했는가?

수수료 절감형 구조는 중개 수익 모델을 정면으로 흔드는 전략

직방이 중개 구조까지 장악하면, 기존 중개사의 존재 이유 자체가 약화

특히 “비대면 계약 가능” 등의 실험은, 직역 해체의 위협으로 간주됨


업계의 논리

“플랫폼은 단순한 정보 제공자여야 한다”는 기존 시장 질서 유지

거래 주체가 직접 플랫폼에 등록하거나, 계약까지 처리하는 모델은 사실상 중개업의 본질을 대체하는 구조라는 주장

중개사 단체는 이를 “라이더 없는 배달앱”에 비유하며, 직방의 실험은 중개사 없는 중개 시스템이라고 규정

기술의 문제보다도, 시장 권력의 재편 가능성이 업계에 가장 큰 위협이었다.


사진: 한국 공인중ㅁ개사협회


직방의 전략 전환 – 싸우지 않고 설계로 피하다

직방은 이 갈등이 구조적이라는 걸 빠르게 인식했다.

정면돌파는 리스크가 크고, 규제 논쟁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감지한 것.

그래서 직방은 전략을 바꿨다.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플랫폼의 포지셔닝 자체를 재설계한 것이다.


핵심 변화

직접 중개 시도 최소화 → 중개사와 협업하는 B2B 모델 중심으로 선회

부동산 중개사 전용 앱, 솔루션, 데이터 분석 툴 개발 및 제공

중개업을 위협하는 대신, 중개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파트너로 포지셔닝


왜 이 전략이 효과적이었는가?

기존 시장을 파괴하지 않고, 기득권과의 이해관계를 재정렬함으로써 갈등을 흡수함

중개사의 실질적 업무 부담(광고, 매물 관리, 고객 응대 등)을 기술로 보완하며 기득권을 대체가 아닌 '보완재'로 포지셔닝

직방이 가진 데이터, 사용자 풀, UX 설계력은 여전히 플랫폼의 협상력을 유지하게 해줌


전략적 인사이트

직방은 직접 수익 모델(중개 수수료) 대신, 인프라 제공자(B2B SaaS형)로 변신함으로써 기득권과 겹치지 않는 모델을 설계했다

이는 단순히 피한 게 아니라, 산업 내에서의 영향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계산된 설계였다

결과적으로 직방은 전면전 대신, 산업 내부로 들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은 중개사 단체의 반발을 약화시키고, 직방이 업계 내 입지를 유지하는 기반이 되었다.




현재의 직방 – 기득권은 넘지 않았지만, 시장은 지켰다

직방은 중개사 제도를 해체하진 못했지만,
그 생태계 안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는 성공했다.

가맹형 부동산 브랜드(빌라플러스 등) 운영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광고·매물 관리툴 등 SaaS 모델 강화

임대관리, 사무실 중개 등 B2B 프롭테크 중심 확장 중

직방은 기득권을 부수는 대신, 업계와의 관계를 재정의하며

자신의 플랫폼 전략을 ‘기술 기반 인프라 제공자’로 바꾸었다.




결론 – 플랫폼은 산업마다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직방은 싸우지 않았다. 대신, 구조를 설계했다.

로톡처럼 법과 싸우지도 않았고, 타다처럼 정치의 벽에 부딪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직방이 마주한 중개업계의 반발은 분명한 ‘기득권의 역습’이었다.

이 사례는 보여준다.
“혁신은 모든 산업에서 같은 방식으로 통하지 않는다.”

직방은 기존 시장을 부수는 대신, 그 내부를 설계하고, 파트너십 구조로 편입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플랫폼이 기득권과 싸울 필요 없이 스스로 포지션을 바꾸는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싸우지 않아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 그게 바로 직방이 남긴 전략의 교훈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싸우지 않아도 바꿀 수 있지만, 때로는 기득권을 정면으로 넘는 도전이 더 큰 혁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싸움의 유무가 아니라, 플랫폼이 스스로의 위치와 산업의 구조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전략을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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