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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티 Jun 09. 2024

'나'와 또 '나'


남편과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맞추기는 힘들다. 말이 좋아 라이프스타일이지 남편은 올빼미형이고 난 아침형 인간이다. 그러다 보니 혼밥이 습관이 돼 버린 식사시간.


그런데  일주일 전부터 한  여인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여인은 분홍무늬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는 자연스럽게  올렸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원탁에 빵과 커피가   놓여있고 남편과 아이들은  일터와 학교로  간 뒤의  한숨 돌리는 여유와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여인은  신문을 보고 있다. 흥미 있는 기사가 있는 걸까?

아쉽게도 뒷모습만 보인다.

같은 식탁에 있으나 또 다른 식탁.

같은 세계에 있으나 또 다른 세계.


그 여인은 바로




그림 안의 여인이다.


얼마 전 북유럽 명화전을 다녀왔다. 북유럽은  그림도 단순하고, 춥다 보니 주로 가족들. 실내 풍경이 많다. 덕분에 난해한 그림은 없고  편안하다. 나의 로망이 이 그림에 있다.

사업을 하는 남편은 거의 집에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고즈넉한  아침의 한가함을 나는 가지지 못한다.

여인을  부러워하며 한참 감상하고 난 뒤, 엽서를 사서 액자에 넣었다. 그리고 식탁에 올려놓고 마주 보며 혼밥을 한다. 뒷모습이지만 앞모습은 나와 비슷하려니 상상하며.

며칠 전,  백 년 만에 ^^  남편은 회사를 가고 친구들이 집에 왔다. 식탁의 액자를  언뜻 보더니 내 사진인 줄 알았단다. 어딜 봐서 내가 우아한 원피스를 입고 호젓이 차를 마실 팔자가 되겠는가?


그림전을 보고 온 다음 날 새끼발가락의 뼈가  잘못되어 깁스까지 했다. 의사는 3주 정도는 집콕하란다. 어쩌다 사무실 나가는 남편이 집콕하는 것도  복장 터지는데 나까지 집콕해야 되는 이  상황에서 다행히 그림이 위안이 된다.

원탁에서 마주 보며 나는 밥을 먹고, 그녀는  차와 향기로운 커피를 풍기며 바스락거리며 신문을 본다. 나도 곧 식사를 마치고 여인과 또 차를 마신다. 뒷모습만 보이지만 앞모습은 바로 ' 나 ' 인 여인이 맞은편에 앉아있다.


북유럽 명화전에서

아침 식사 중에ㅡ

                    작가     라우리츠 안데르센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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