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마치며
책의 시작에 던진 '기적이 있기나 해?'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기적은 있다
어느 날, 같이 일하는 동생과 점심시간에 대화를 나누었다. 이 날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해 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날 동생의 이야기를 집에 와서 공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공책은 지인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놓는 공책이다. 그리면서, 동생의 무거운 삶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감정은 이런 것이었다.
망망대해에 배 한 척이 떠있다. 가도 가도 수평선만이 끝없이 펼쳐진다. 수평선 너머 무언가 다른 그림이 펼쳐질 법도 한데, 또다시 제자리인 듯하다. 벗어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모르겠는 느낌이다.
비단, 동생만이 겪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어떤 이가 겪었고, 또 어떤 이가 겪고 있고, 또 어떤 이가 겪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숫하게 겪었던 것이었다. -그림 공책 중에서-
기적의 알람소리가 울린다
이 동생이 운동을 한다고 한다. 격려와 응원을 했다. 다음날, 축 쳐져 있는 동생을 보았다.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동생이 대답했다.
"어제 운동하려고 알람을 맞추었는데, 알람소리를 들으면서도 결국 운동을 안 했어요."
동생은 '난, 역시 안돼.'라며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날 저녁, 난 운동을 하다가 잠시 멈추고, 동생에게 긴 글의 메시지를 보냈다.
형은 운동 시작~ 오늘 알람 맞췄다는 네 행동에 기분이 좋았어. 기분 좋게 해 줘서 고마워. 어차피 안 하던 거, 하루 더 안 한 것뿐이야. 오늘도, 알람 듣고 안 해도 돼. 신발까지 신고 들어와도 돼. 운동이라는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해 넌 이미 출발했어. 운동하겠다는 생각, 알람 맞춘 행동이 출발인 거야. 뒤로 오지 말고, 단 1mm라도 앞으로 가면 결국, 넌 하게 돼있어. 응원할게. 낼 봐.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길... 너를 통해 형도 나 자신을 돌아보는 운동시간이 될 듯.
답변은
ㅋㅋㅋ 그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한다고요? 아무튼 좋네요^^
내친김에 조금 더 글을 썼다.
사람마다 반응도 선택도 다 다른 거야. 형은 이렇게 반응하는 것뿐이야. 누군가는 '그럼 그렇지. 안 할 줄 알았어.'라고 반응할 수 있어. 그건 그들 선택이야. 신경 쓰지 말고, 네 갈 길 가면 돼. 출발을 축하해.
결국, 동생은 운동이란 결과까지 해냈다. 이후, 동생은 책을 사러 서점에 가고, 유튜브 shorts 영상 제작까지 한다.
미지의 세계, 경험해보지 못한 곳에 간다는 것은 기적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동생은 기적을 이뤄냈다. 동시에 나도 본 적 없던 동생의 모습을 보게 되니 기적이다. 동생은 나에게 기적을 선물해 줬다. 며칠 후, 동생에게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보내주었다. 무언가 잘 안 풀리는 순간이 왔을 때, 무심결에라도 본 이 영상이 동생에게 작은 빛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동생이 알람소리를 듣고, 별빛을 바라보며 노를 저어 가는 영상을 표현했다. 그 소리가 기적의 알람이었고, 자신이 그것을 해냈다는 것을 언제가 되든 볼 수 있게 하려는 마음을 담았다. 그렇게 기적의 알람소리가 그와 함께 하길 바랐다.
그러나, 동생은 좋은 습관을 만들어 가다가, 다시 이전 상태의 습관으로 갔다. 다시 돌아간 듯한 자신의 모습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몇 달 후, 그는 허리를 삐끗했고, 몸과 마음이 지친 채 퇴사를 했다. 동생의 shorts 영상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그만둔 지 1년 다 되어가는 동생을 얼마 전에 만났다. 만나기 몇 주 전부터 shorts 영상을 다시 올리길래, 기대를 품고 만났다. 표정은 밝아져 있었고 영상제작과 운동을 다시 하고 있었다. 게다가, 독서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동생은 예전 보내준 영상을 고마워했다. 이제야, 본인이 그 알람을 맞춘 행동이 기적을 깨우는 소리였음을 느끼는 듯했다. 그렇게, 나에게 또 한 번의 기적을 선물해 주었다. 동생 아니었으면, 못 가질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경험 자체가 나에겐 기적이었다. 이제 동생은 이 끝없이 반복되는 인생의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 그에겐 자신을 깨운 알람소리가 있고, 기적을 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동생은 세상의 주인공처럼 빛났다.
지금, 이 순간 깨어난다
때로는, 뿌리가 뽑힌 것 같을 때도 있고,
때로는, 힘에 부치는 곳까지, 가지를 뻗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가지 말아야 할 곳까지, 뻗어 갈 때도 있고,
때로는, 내가 내 뿌리를 잘라버리려 할 때도 있습니다.
그 어떤 상황, 어느 순간일지라도
기적은 당신 안에,
지금, 이 순간에도 있습니다.
당신은 이미 기적을 품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깨어나는 그 순간, 기적은 깨어납니다.
당신이 기적이고, 빛의 뿌리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