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게임 26_발걸음
비 내리는 마을의 골목길 구석구석,
나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세월에 움푹 파인 발도장마다 빗물이 고여,
그 작던 아이의 발 모양이 마음에 그려진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고인 물에 부딪히는데,
과거의 숨결이 함께 파동 치며 솟구친다.
세상이라는 마을, 마음이라는 마을이 있다면,
그 마을 이곳저곳에도 나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찍힌 발도장의 일부는 깨어지고 모난 형태로 깎여있다.
이제야,
그 파편조각을 껴맞춰 이전 모양들을 조금이나마 본다.
지금 그곳에도 이 마을처럼 비가 오는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감정들이 다시 튀어 오른다.
그 흔적을 따라가 보니,
삶이라는 도화지 위에 찍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림을 그려 놓았다.
참 제멋 대로 그 려져 있 다.
마음 같아선 찢어버리고, 다시 그리는 게 더 낫겠다.
그러나 내가 찍었던 발걸음의 위치를 바꿀 수 없듯,
이 그림은 내 삶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지울 수도 없지만,
설령 가능하다 해도 이제는 지우지 않는다.
이 그림이 바로 나였고, 내 삶이었다.
이제야 이 그림에 재해석이라는 붓을 들고 덧그림을 그린다.
착각이라도 좋다.
적어도 나에게만은 조금 더 좋아 보이게 수정하고 싶다.
내가 지나친 마을의 날씨와 마음의 날씨에
아무리 덧칠을 하고 해석의 붓칠을 해도,
예전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해도,
예전보다 좋아진 그림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그림 한 장은
나 눈 감을 때 봐야 할 내 삶의 그림이다.
가만히 있으면, 지금 보는 그림으로 끝난다.
난 그게 싫다.
그림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조심스레 든 펜에 후회와 반성을 담아 밑그림을 그린다.
이 마을에... 이 마음에...
네모를 그리고 선을 이어 나간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푸른 눈빛 4-1.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