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세상이라는 놀이터
현시점 나의 몸과 마음의 위치
20OO 년 O월 O일
이혼을 결정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선택이 맞는지 아닌지가. 쇼윈도 부부로 살까? 이 상황을 딸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데 돌아가기가 싫다. 무너진 신뢰가 회복이 안된다. 깨어진 유리파편을 대체 무엇으로 붙인다 말인가? 도망가고 싶은 내 맘을 합리화를 하는 건가?
20OO 년 O월 O일
내가 망가뜨린 모든 것들이 나를 짓누른다. 나는 그때 무슨 마음이었나? 미친놈. 딸을 찾아갈 용기가 안 난다. 과연 찾아가고 싶기는 한건지도 이젠 모르겠다.
20OO 년 O월 O일
이 노래를 대체 몇 번을 더 들어야 이 세상이 끝날까. 저 산을 올라갈 수가 없다. 그만 쉬고 싶다. 칼을 들면 어떤 느낌일까.
누구나 반투명 폴더들을 가지고 있다.
20OO 년 O월 O일
지우고 싶다. 그런데 지울 수가 없다. 이 폴더들을 다 숨겨버리자.
폴더 정리를 너무 안 해서 뒤죽박죽이던 과거 특정 연도의 폴더들을 정리한다. 기억에서 삭제할 수 없는 이 폴더들을 숨긴다. 이 날짜의 폴더들은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삭제할 수가 없다.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숨김기능이다. 난 활동반경을 축소하기 시작한다. '너 노래 듣지 마! 넌 공장 외 사람들과 만나지 마! 넌 그냥 공장-집의 동선만 다녀!'
그 폴더들을 몇 달 전 보려고 결심하고 숨김폴더 보기를 하였다. 마음의 위치를 찾기 위해선 열어봐야 하는 과정이었다. 많은 반투명 폴더들이 나타났다. 지우고 싶었던 과거의 폴더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숨겨놓았던 [과거] 폴더들을 [나]라는 폴더로 끌어당기며 반투명을 풀었다.
그 예전 [나] 폴더를 [공짜 돈]이라는 폴더로 옮겼었다. [나]라는 폴더는 [공짜 돈]이라는 반투명 폴더에 들어가 버렸다. [공짜 돈]이라는 폴더 속에 들어갔던 [나]는 다른 폴더를 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나는 반투명 속에서 희미하게 살았었다. 그 어떤 미래도 볼 수 없었다. 기적이 [나] 폴더를 날 빼내주었다.
나와서 보니 예전에 못 보았던 반투명 폴더들이 많이 있다. 모두 미래이다. 이젠 보인다. 그중 [행복]이란 폴더가 보인다. 그리고 [행복]이란 폴더를 [나]한테 끌어당기는 순간 반투명이 풀렸다. 여전히 다른 폴더들도 많이 보인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도 있고 먼 위치에 있는 것도 있다.
끌어당기는 데 행동은 필수조건이다. 마우스를 클릭해야 하고 손목을 움직여야 한다. 때론 마우스를 놓칠 수도 있다. 때론 손목이 시큰거려 삐끗할 수 있다. 그래도 포기 않으면 된다. 왜? 지금 끌어당기고 있으니까. 난과 거도 미래도 다 끌어당겨 반투명을 풀고 있다.
나에게 시소의 가운데는 세상의 중심이다. 난 그곳에 서서 과거의 나, 미래의 나를 끌어당긴다. 그렇게 현재의 균형을 맞춰간다.
20OO 년 O월 O일
어머니 뱃속의 나를 상상해 본다. 생존과 진화를 하려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난 어떤 상황이어도 생존하려 하고 그 어떤 상황으로도 진화하려 한다. 그래 나를 믿자. 생존과 진화를, 행복과 불행을 다 시소 가운데로 모이게 하여 시소의 균형을 맞추면 된다. 그러면 무게가 달라도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그러면 숨바꼭질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른다.
별자리는 연결되어 있다.
TO. 나와 연결된 별
나의 인생이 별 볼 일 없다 생각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 세상 속에선 별 볼 일 없습니다.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큰 마음그릇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소한의 의식주가 안되어 생존본능마저 위태로운 아이들도 많습니다. 글을 쓰면서 그분들과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마음에 '내가 과연 글을 써도 되는 건가?'라는 갈등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때론 세상이 원망스럽고 때론 자신이, 가족이 원망스러워 뱅뱅이 안에 타고 계신 분들. 그네의 끝만을 보며 오르려 에너지를 다 쓰며 방전되어 가시는 분들. 철봉 앞에서 두려운 마음에 할 생각조차 안 하고 발길을 돌리시는 분들. 시소에 이끌려 타시는 분들. 지구핵까지 땅을 파서 미끄럼틀 내리막을 타시는 분들. 그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그래 써보자!'라고 결심했습니다.
당신이 걸었던 삶의 무게가 쌓이고, 쌓여 자신을 억누르고, 지금 삶이란 무게가 당신을 짓누르고, 짓눌러 버티기 힘든 무게가 되어있다 할지라도, 그 무게에 당신 삶의 시소가 기울어져있다 할지라도 균형 맞출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입니다. 당신은 사랑받아 마땅합니다. 시소의 가운데에 서는 길은 자신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당신 안의 자신은 그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 있는 별은 생존과 진화를 하려 합니다. 자신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행동을 못합니다. 그러려면 그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타인에게서 확인할 때가 있습니다. 혹시 제가 저한테 한 제 내면의 소리에서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한 분이라도 자신과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와 연결된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FROM. 이 별 난
출발하여 도착한다.
[이 별 난]
이 별난 세상이 특별난 세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별처럼 밝게 빛나는 이 찬란한 세상이 감사하다.
난 이 우주라는 세상 속에서 먼지 티끌도 안 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속에는 우주가 있고
적어도 그 우주 속에 난 별이 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걸었던 바로, 지금, 이 순간!
"너 고생했다. 애썼어!"
내가 걷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너 잘하고 있어. 힘내!"
내가 걸을 바로, 지금, 이 순간!
"너한테 건네주려고 가져왔어. 받아!"
출발지 설정: 바로, 지금, 이 순간
도착지 설정: 바로, 지금, 이 순간
[꼭! 꼭!]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 꼭! 걷는다. 머리카락 빠져도."
"꼭! 꼭! 숨지 마. 머리카락 보이게."
"꼭! 꼭! 만나자. 머리카락 감싸게."
출발지 설정: ??????
도착지 설정: 사라진 그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