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며 느낀 것
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이렇게 재밌는 걸 왜 평소엔 안 했지?' 하는 생각이 공부하다 들 때가 있다. 시험 범위를 몇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내용들이 연결되는 걸 느낄 때다.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말들이 전체적인 덩어리로 보이게 될 때 쾌감이 있었다. 교수님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던 "처음부터 쉬운 건 없으니 JARGON에 쫄지말고 그냥 해라."는 말씀이 맞다. 지난 학기에도 들었는데 왜 또 까먹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처음에 어렵다 생각해서 마음의 벽부터 세우지 말고 남은 학기들은 공부할 때 여러 번 보면 쉬워진다는 걸 기억하고 묵묵히 해봐야겠다.
오늘 본시험은 어려웠다. 시험 전에 얘길 나눠보니 이미 포기자도 있었다. 나도 많이 찍었다. 그러면서 했던 생각은 좀 더 주도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거였다. 애초에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워낙 헛소리를 많이 하시고 혼자 이야기하신다. 시험 범위 분량은 교과서 200페이지가 넘고 사조사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타겟으로 수업하시는 건지, 마케팅조사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을 타겟으로 수업하시는 건지도 모를 정도였다. 강의는 당연히 마케팅조사 입문자가 대상이었다. 대부분 시험 치고 나면 까먹는 게 대학공부라지만 그래도 공부한 분야가 지식으로 남았으면 좋겠는데 이런 상황에 놓이니 학습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이겨내고 단순히 수업 듣고 필기하고 복습하는 게 아니라 관련 책들 찾아서 거기에 젖어서 공부하면 내가 원하던 '역량'이라는 게 조금 생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이 시험이고 봐야 할 양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절박해지고 집중하게 되는 것도 느꼈다. 똑같은 교과서를 읽어도 시험이 한 달, 2주 남았을 때랑은 몰입하는 정도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전에는 그냥 시늉만 하고 시간만 때웠던 것 같다. 공부법이나 시간관리법에 흔히 나오듯이 시간과 양을 정해놓고 하는 게 좋아 보인다.
기말시험에 왜 이렇게 집중이 안되고 딴짓을 하는지도 생각해 봤다. 변명거리를 찾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름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인데, 그건 연말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2학기 기말 시험 기간은 연말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기 딱 좋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내일 시험이 두 개가 있지만 오늘 저녁 호두까기인형을 관람하고 왔다. 내일 보게 될 시험 과목이 [무대 위의 세상] 이니까 견학이라고 괜찮다고 합리화했다.
잠이나 자야겠다. 마음이 왜 이렇게 갑자기 여유로운지 모르겠다. 참 오락가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