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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뇽이 Mar 24. 2024

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당연한 거 아니에요?

사는 게 늘 쳇바퀴 돌 듯 제자리 같아도 이렇게 사진을 찍고 보다 보면 날은 늘 새롭게 나를 맞아주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31가지 맛으로도 차별화 전략이 되는데 구름, 햇빛, 하늘색 무한의 조합으로 빚어내는 매일의 맛은 지구가 사람들에게 살아보라고 하는 마케팅의 일환인가.


"안 사요."


안 살아요. 살게 하지 마세요. 그동안 이 말만 몇 번을 하며 돼도 않는 고집을 피웠을까. 지구의 판촉 사원인 부모님과 남매들이 방문판매도 열심히 했다. 그럼  지구에게 '나'라는 소비자는 자신의 제품의 최후수용자쯤 될까? 아니면 혁신수용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리어답터쯤은 되는 걸까? 뭐가 됐든 이제 좀 팔아주긴 할게요..


살고 있는 나. 동생이 찍어 준

지난 목요일에는 보드 동아리 신입부원환영회를 갔다. 죽기 전에(스노 타다가 말고) 뺑글뺑글 돌기를 안 해보면 무조건 후회할 거 같아서 용기를 좀 냈다. 2014년에는 환영회를 갔다가 동아리 활동은커녕 인생활동이 올스탑됐었으니 나름 소소한 트라우마도 있는데 이번엔 잘 해봐서 소원성취하자! 현역 선수가 있는 동아리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유치원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 아이들 지능보다 내 지능이 발달 돼버릴 것만 같은 건 호들갑이겠지.

심지어 사진은 한 섹터에 불과하다. 장난감이 이거보다 훨씬 많다. 소근육 발달이 아니라 소근육 재활 삼아 정리, 또 정리


아, 원장선생님과 원감선생님과 나이 이야기를 하게 됐다. 얘기하다 보니 먼저 물어보셨다. 내가 대학생들 얼굴 보고 나이 구분을 잘 못하듯이 그분들도 아래쪽으로 나이 구분이 잘 안 되시는 건지 아니면 내 나이에 이러고 있을 줄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인지 나이가 이 정도나 되는지 모르셨다고 하셨다. '학번은 안 보시나 보네.' 하나는 분명해졌다.

그냥 열심히 산다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어제는 동대문구에서 하는 1인가구 지원사업 오리엔테이션에도 다녀왔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불행해진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감사하라고.

"그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하지 말아보자.

산책하다 본 달처럼 생긴 태양. 태양을 응시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  점점 색채가 돌아오고 있는 캠퍼스도 예쁘다.


불패마라톤에 참가하러 가는 중에 글을 썼다. 칸에 운동복 입은 사람들이 많다. 나는 청년들과 함께 뛴다. 모두 안 다치고 끝까지 잘 갈 수 있겠지!

연습을 좀 해서 하프도 언제 한 번 도전하길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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