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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뇽이 Jul 01. 2024

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휴일 2

판소리

 일요일에는 난생 처음 판소리를 구경했다. 감상평은 '관람'이라는 표현보다 '구경'이라는 말이 판소리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것으로 함축하고 싶다.

그야말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공연내내 관객들이 그라제, 잘한다, 얼쑤, 하몬, 으이 등 추임새를 넣으면서 공연자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낯설고도 흥미로웠다. 전통문화를 오히려 더 낯설게 느끼고 있는 부분에는 묘한 죄책감도 든다. 우리나라스러운 것, 다음에 또 구경할 기회가 있을까.


 수궁가 중 '토끼타령' 대목을 가장 재밌게 구경했다. 작위적이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유머러스한 연기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단장님이 불러주신 심청가의 한 대목도 큰 감동이 있었다. 온누리에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였구나 싶었다. 참 좋았다. 그 시절에도 다들 그랬구나. <불교와 정신분석학>으로 불교 상식을 조금 배우고 들으니 사회자분이 설명해주시는 것들이 이해가 돼서 신기했다. 얼마 전에 깔짝 공부한 걸로 이렇게 인생 해상도가 즉각적으로 높아진다고?



 우리 것.

뭐가 더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 전에 독자적이라는 것만으로 좋지 않나? 난 그렇다. 그리고 독자적이어서가 아니라 예술 자체로서도 좋다. 이번에 공연을 구경하고 '아 좋네.' 생각했다. 짧은 말이었지만 감정은 깊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데 정문 앞에 웬 아기강아지가 쉬고 있었다.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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