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geun Mar 04. 2024

애완닭 키우는 집 이야기 2

브레드 길들이기

우리는 브레드를 감옥에 가두었다. 일인용 먹이통과 물통을 준비해 두고 브레드를 외양간 안의 별도의 공간에 가두었다. 우리가 정한 기간은 일주일, 이 기간 후에 브레드가 조금은 낳은 행동을 하길 바라지만 여전히 행동을 고치지 않을 경우엔 플랜 B도 세워 두었다. 더 이상은 브레드의 선을 넘는 행동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갓부화한 병아리들을 데려온 이후,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 자그많고 솜털 같은 귀여운 생명체가 하루하루 충만한 에너지로 삐약거리는 것을 확인하면서 안도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우리는 이 병아리들을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생겼다. 아이들이랑 A4용지 한가득 병아리들에게 줄 이름들을 써 내려갔다. 별 고민할 새도 없이 아이들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이름후보가 나왔고 병아리들은 금세 이름이 생겼다.


브레드는 자라면서도 가장 활발한 병아리 었는데 눈빛이 강하고 호기심이 많았다. 어느 날은 병아리 박스 위에 날아올라 홀로 서서 거실을 구경하고 있기도 했다. 그제야 우리는 새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뚜껑을 덮어놓기도 했고 폭풍성장하는 병아리들의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지기도 했다.


상자 안에 함께 자라던 병아리들은 점차 자라면서 서열이 정해졌는데, 서열 1위는 당연히 아우라로는 수탉인지 암탁인지 알 수 없는 브레드다. 이 녀석은 혹시 수탁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종종 들었지만 성닭이 되자 알을 낳기 시작했으므로 암탁임을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일단 서열이 정해지면 더 이상 서열싸움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평화가 찾아온다는데, 브레드는 서열의 맨 마지막에 있는 걸트루드를 괴롭히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걸트루드가 먹이를 먹으러 오면 브레드 자기가 배불리 먹고 난 후에도 걸트루드를 윽박지르듯 쪼아내며 쫓아냈고, 가까이 오기만 해도 걸트루드를 아프게 쪼아댔다. 걸트루드는 샐먼 패버롤이라는 영국 혈통의 고급종 이었는데, 튼튼하고 흔한 종인 브레드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몇 차례 브레드의 만행을 목격한 우리 아이들은 아무리 암탁의 세계라지만 맨날 당하고 기죽어 사는 걸트루드를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나 역시도 우리 집안 이런 무질서함과 폭력을 방관할 수 없어 전 세계의 페이스북 닭 그룹 친구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브레드를 감옥에 가두기로 했다.


일단 감옥에 일주일간 수감한 후 행동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지 않으면 수감기간을 늘릴 수도 있고, 미리 구매해 둔 닭고글을 씌워 쪼는 행동을 막을 수도 있다. 일단 걸트루드에게 일주일간의 평화가 주어졌다.


작가의 이전글 어디서 온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