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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eun Sep 13. 2023

미국생활, 기억하고 싶은 작은 성의 2

미국에 이사 와서 처음 사귀게 된 미국 친구의 이름은 마가렛이었다. 그녀는 짧은 커트에 윤기 나는 곱슬머리를 가진 친구였는데 영화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고전적인 미인이었다. 미국에 간지 얼마 안 되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아기띠에 아기를 안고 갔던 DMV에서 같은 이유로 그곳에 와 있던 유모차에 아기를 데리고 있던 그녀와 친구가 되었다. 그 당시를 되돌아보면 나는 갓난아기를 키우고 있는 방문객이었고 미국이 처음이었으며 미국의 절기나 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도 궁금할 새도 없는 육아 초보맘이었다.


그녀는 우리 가족을 핼러윈에 같이 treat or trick을 하자며 자기 집에 초대했는데 나는 그 당시만 해도 핼러윈이 무엇인지도, 더더군다나 treat or trick은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다. 그녀가 핼러윈파티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내가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덕분이었는지 우리가 핼러윈에 그녀를 방문했을 때 그녀는 미리 준비해 둔 호박모양으로 된 주황색 펠트 가방을 우리 아이들에게 하나씩 손에 들러 주었다. 그녀의 동네는 그 지역에서도 소문난 핼러윈 장식 대회에서 우승한 집이 있는 자긍심 있는 동네라는데 우리는 그날 처음 온 집안을 핼러윈 장식과 현란한 불빛으로 감싼 수십 채의 집들이 즐비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네를 온갖 코스튬을 입은 아이들과 섞여 평상복을 입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호박가방에 캔디를 받으러 돌아다니면서 미국에서 보내는 핼러윈이라는 절기에 대해서 경험하게 되었었다. 그 이후로 핼러윈에 이렇게까지 진심이었던 동네는 다시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그녀와 종종 만나 육아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도 함께 놀리고 하면서 가장 그녀가 진한 사람처럼 느껴졌던 때는 아마도 그녀의 아이의 생일파티에 와 준 것에 대한 감사 편지를 우편으로 배송받았을 때였던 것 같다. 파티에 와준 것을 감사하는 인사는 종종 하지만 이렇게 손으로 또박또박 정성껏 써서 우편으로 받은 thank you note라는 것은 난생처음 받아보기도 했고, 이메일이나 다른 형식으로도 감사인사를 따로 적어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우표가 붙어 메일함에 와 있는 카드는 그 농도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 본 그녀의 손 글씨는 필기체였음에도 그녀가 얼마나 진실한 사람인지 알기에 충분할 정도로 반듯했고 우리가 생일파티에 참석해서 아이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고 선물을 준 일이 그녀의 가족에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준 것처럼 느껴졌다.


올해 나도 여러분들께 도움받을 일이 있었는데 받은 도움을 당장 갚을 길도 없고, 간단하게 이메일이나 문자로 인사를 하기에는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지인들에게 감사 카드를 손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 드리게 되었다. 받는 분들이 카드를 보내주어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 주셔서 감사의 마음을 손 편지로 쓰는 작은 성의가 나에게 도움을 준 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드린 것 같아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나도 예의 바른 사람, 성의 있는 사람이 조금씩은 되어 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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