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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걷기 예찬

삼성산의 봄은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여덟째주. 하루에 11,702 걸음을 걸었다

by 놀다잠든 나무




삼막사가 있는 삼성산의 벚나무는 여전히 겨울인듯한 모습으로 서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 어디에서도 봄이 와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함께 걷던 길동무는 용케도 봄의 기운을 감지하고 있다.

"나무가 물이 올라 반질반질한 것 좀 봐"

산을 좋아하는 그 동무는 나무의 작은 변화도 용케 알아차리고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그 동무는 나무 속살에서 움트는 물줄기까지 보이나 보다. 사랑하면 내면까지 알아차리나 보다.


이번 주는 오랜만에 만난 나무와 숲을 좋아하는 동무와 경기도 안양에 있는 삼성산을 걸었다. 아니 삼성산에 자리한 삼막사까지 걸었다. 경인교육대학교 정문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오르는 길이 완만하지만 멀게 느껴질 정도로 끊임없이 오르막이어서 살짝 숨이 차오르는 길이었다. 두런두런 밀린 얘기를 하면서 걷다 보니 얘기하랴 오르막 오르랴 숨을 고르면서도 쉬지 않고 계속 걸었다. 삼성산 나무들은 여전히 봄을 내보이지는 않았지만 더운 기운이 느껴지는 게 봄이 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글의 대문 사진이 길 동무가 제일 좋아한다던 삼성산의 벚나무이다. 아무리 봐도 여전히 겨울나무다. 벚나무라는 것도 그 친구가 말해주니 그런가 보다 할 뿐, 무거운 색의 수피만으로는 나무의 정체를 분별하기가 어렵다. 나무를 좋아한다면 옷 벗은 겨울나무를 보고도 어떤 나무인지를 알아차릴 정도는 되어야지 싶었다.


삼성산 삼막사 입구


이번 주의 걷기도 즐겁게 마무리했다. 삼성산의 삼막사에서의 봄도 걸었고, 집안에서 주인 행세하는 솜뭉치 나무와 반려견 놀이터에서도 걸었다.


하루에 만보를 100일 동안 걸어보자고 맘먹고 시작한 지 딱 반이 되는 한 주다. 3월 11일이 50일째다. 많이 왔다. 하루하루 세가면서 걷기를 하던 날들이 지나니 이젠 제법 몸이 익숙해졌다. 새벽에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해지고 하루의 가장 먼저 하는 걷기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아침 걷기가 그리 힘이 들지 않아 졌다. 나름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봄철은 온갖 환경변화로 몸마저 변해가느라 찌뿌둥 힘든 계절이다. 피곤하고 졸리고 나른하고 지치는 때가 봄철 환절기다. 한데 이번 봄은 수월하다. 아마도 혈청 세로토닌 농도가 200ng/ml 정도는 넘지 싶다. 자연광, 특히 아침 햇빛과 가벼운 운동이 세로토닌 활성화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하니 분명 세로토닌의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하다.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정서적 평안과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은 저녁엔 멜라토닌으로 변환되어 숙면까지 이르게 한다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숙면까지 도아준다. 이러니 걷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쭉 걷자


솜뭉치 반려견 나무는 봄이 낯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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