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환되는 음주운전의 전말 쏘렌저
교통사고가 나다 2
교통사고는 원치 않는 불청객일 뿐이다.
피해자든 가해자든 손해는 손해다.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꼼짝할 수가 없다.
배가 고파도 몸이 아파도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움직일 수가 없다.
일의 우선순위도 잘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과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 두 가지다.
나는 살면서 교통사고 처리를 적어도 세 번 이상 했었다.
크고 작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정확히 기억나는 경우가 세 번이다.
그중 두 번은 피해자 여서 크게 타격이 없었고
한 번은 남편의 음주 사고사건이다.
정확히 13년 전
같은 회사에 다른 지점에서 근무하는 우리 부부는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회식을 했다.
눈이 소리 없이 내려 회식하는 동안 쌓였나 보다.
그놈의 담근 술이 문제였다.
주량도 무시되고 얼마나 마셨는지도 어떤 상태인지도 가늠이 안 되는 담근 술은
내 남편의 전체를 삼켜 버렸다.
내일 출퇴근을 하려면 두대로 움직여야 하기에 각자 차를 끌고 가려는데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신 나와 술을 한 방울만 마셨다는 남편은 나름대로 순서를 정했다.
"내가 먼저 앞으로 갈 테니 뒤 따라와."
사고보다는 단속이 걱정됐다.
시동을 켜고 출발한 지 얼마 안돼서
"슝---"
갑자기 뒤따라오던 흰색차가 앞질러 갔다.
내 남편은 아니겠거니 살짝 언덕을 넘어가는데
저 앞에 방금 전 흰 차가 길 한복판에 가로로 널부러져 있다.
앞 보닛은 다 떨어져 나가고, 차 형태가 아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우리 남편 차가 보기 좋게 퍼져있다.
땅에 소리 소문 없이 내려 쌓인 흰 눈보다도 내 머릿속이 더 하얘졌다.
더 이상 열거하는 것은 지난 추억을 되새기는 것
같아 의미 없다.
결론은
담근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가늠하지 못했고
(많이 마셨다는 게 아니라 그냥 농도, 양이 엉망이라 가늠이 안 됐던, 사실은 한잔만 마셨어도 운전하면 안 됐지)
미리 앞에 사고가 나서 티격태격하는 두대의 차량을 받아버렸고, 그 둘이 피해자 가해자를 나누는 것이 의미 없게 우리 신랑만이 가해자로 남게 되었다.
보험회사에는 200만 원을 내면 면책을 해 주었고,
벌금이 500만 원이 나왔다.
그 돈이면 나와 어머님 우리 엄마가 밍크코트 해 입을 수 있는 돈인데.....
당시 소나타였던 차가 사고 이후 수습하느라 들어간 돈을 포함하면 그랜저 값이 되었기에 나는 쏘렌저라 불렀다.
그리고 신랑은 정신이 없어 달려온 레커차 깍두기 아저씨에게 차 키를 넘겼더라.
우리 보험사는 눈이 많이 왔기 때문에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었다.
그 시간에 수습해야 했다.
" 우리 보험사 오면 그쪽에 맡길 테니 돌아가세요."
그들에게 차를 맡기면 견인하는 비용을 엄청 많이 청구한다고 주워들은 말이 있었다.
그들은 내 말을 듣고는 우리 차키를 어디론가 던져버리고 맨발에 슬러퍼만 신은 비주얼을 강하게 남기고 가버렸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음주측정을 하느라 고개가 숙여진 남편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됐다.
"실수는 할 수 있어. 근데 왜 한집안의 가장이 경찰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 비용이야 처리하면 되지만 다시는 똑같은 실수 하지 마.
같은 행동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야."
그 후로 음주운전은 절대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헤이해 졌을 때 상기시키는 자극제가 됐을 것이다.
비싼 수험료 내고 배웠다.
성실하고 착한 우리 신랑의 유일한 치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