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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 May 04. 2024

교통사고가 나다.

오늘 나는 교통사고가 났다.

날씨가 너무 좋고 마침 3일 연휴 전 금요일이고

오전에는 피부관리 샵이 예약되어 있어 신나게 관리받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오랜만에 외곽으로 나가서

매콤한 주꾸미를 먹으려던 참이었다.

" 만두 좋으면 뜨끈한 국물에 만두전골도 맛있어."

"어제 파스타를 먹으러 갔는데 새로 오픈한 곳이라

조용하고 괜찮던데?"

"게장 좋아하면 양념게장, 간장게장까지 나오고

나물도 5가지나 나와서 보리밥에 비벼 먹는 보리밥집 가자. 막걸리가 무한대 공짜래"

"날씨도 좋은데 외곽으로 나가자. 매콤한 주꾸미 먹고 분위기 좋은 데서 커피도 마시고 오자"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인원이 4명이었으니 다행이지 더 많았으면 후보가

다섯 손가락에도 못 셀 뻔했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말했는지 아니면 자신이 먹어 보니 너무 괜찮아서 가족들을 먹이고 싶었는지

저마다 가봤던 음식점들을 뽐내며 은근히 뽑히길

기대하고 있었다.

다른 가족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우리 가족  가족애는 남다르다.

내가 먹어서 괜찮은 건 가족들도 먹어봐야 되고

내가 해봐서 괜찮은 건 가족들에게 전파해야 한다.


그래도 어느 순간 의견이 모아져  주꾸미가 당첨됐다.

쉽진 않았지만 연장자인 엄마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 외곽으로 나간 것이다.


"직진 하면 만두, 좌회전하면 주꾸미야"

운전자에게 마지막 기회가 남았다.


"운전자 마음대로 해. 아무거나 상관없어"

사실 어디로 가든 기분이 들떠 있었다.

휴직 중이라 누릴 수 있는 한적한 평일 점심을 자유롭게!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기분이 둥둥

떠 있었던 것 같다.

 

운전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난 새내기 운전자 남동생이라 신경 쓰였지만 교통사고는 웬만하면 일어나지 않기에 앞에서 알짱알짱 대는 택시가사를 나무라지 않을 참이었다.

"저 택시는 왜 저래. 천천히 보내고 가잣.....

어.... 어.... 쾅...!!!"

앗 그런데 이상하다.

앞이 아니라 뒤다.

뒤에서 납작하게 받혀버렸다.


뒷좌석에 앉은 나의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뒷목이 살짝 경직 됐다.

옆에 앉은 언니와 9개월 된 조카가 걱정이다.

다행히 단단한 아기띠를 하고 있어서 언니의 입과 조카의 머리만 부딪혔다.

언니는 입은 살짝 부었지만 애기는 아무렇지 않다.

"너무 다행이다."


상대편 차는 은색 스타렉스였는데 차에는 교회차라고 쓰여있지 않지만 사람들의 말투에서

이미 교회차임을 단정 지을 수 있었다.


전도사님이 어떻고 목사님이 어떻고.....


우린 피해자라 절대적인 사과를 받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이기에 크게 화가 나진 않았다.

누구보다도 어린 조카가 괜찮은 것 같고, 가해자가

모든 잘못을 인정하는 통에 괜히 화낼 이유가 없었다.

그때까지는 일이 잘 해결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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