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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딜레마로부터

스콘+커피

by 소월

스콘을 한입 넣고 퍽퍽한 식감을 느끼는 중이였다. 스물스물 올라오려고 발동을 거는 감정을 다스리고 있다.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기억하고 있다. 버터풍미가 가득하고 고소한 스콘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 메어 왔지만 맛이 있고 탄수화물이 들어가고 나서야 감정컨트롤이 수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버텨보기로 했다. 퍽퍽함을 느끼기에 스콘만한게 없다. 한번의 고비가 지나간 듯 하다. 퍽퍽함은 사라지고 부드러운 식감만이 남았다.


다시 스콘 조각을 크게 잘라 입안 가득찰 정도로 우겨 넣었다. 퍽퍽함때문에 목이 메이는 건 이제 유쾌하지 않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시니 그제서야 스콘이 커피에 녹으며 부드러워졌다. 스콘과 커피의 콜라보라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은게 필요하진 않았다. 이것만 기억하면 될 일 아니던가. 감정에 힘이 실리는 순간 은 것들을 망칠게 분명했다. 너무나 잘 알고있는 사실의 결과에 더 몸서리 치기전에 평온함을 찾는 일은 늘 쉽지 않다.


그렇지만 감정의 노예에서 벗어나 조금 더 똑똑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허기져서 당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때쯤이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갔을때 종종 오던 장소에 왜 종종 보이던 건물이 없을까 의아해하며 길가는 사람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일본사람 같았는데 한국에서 결혼해 사는 듯한 여성분은 내 질문에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고 덕분에 내가 갈아타야 할 곳에서 갈아타지 않고 그냥 나와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헛웃음이 나왔.


다시 지하세계로 들어가며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바람을 잠시나마 피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안도했다. 갈아타지 않은 일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왔고 심하게 부지런했던 오늘이기에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사람구경하는 일이 좋았다.


스콘을 한 개 더 주문하면 과연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무선 이어폰의 볼륨을 높였다. 스러기만 남아있는 빈 접시와 식어있는 반도 남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치워버리기엔 아직 해결해야 할 시간의 공백이 있었다. 그렇다고 근사한 식사를 포기하고 에피타이져로 배를 채우고 싶진 않았다.


사람들의 말소리는 점점 데시벨이 높아졌고 온기로 가득한 내부의 공기는 따뜻해졌다. 이어폰의 볼륨을 더 높이고 시끄러워진 내부와 단절되고 싶어졌다. 아직도 스콘을 하나 더 주문할지 말지로 꽤나 심각하게 고민중이였다. 4인석에 1인이 앉아 있기엔 매장에 사람들이 많아져서 고민은 자연히 해결된 듯 하다.


두번째 스콘을 주문하지 않은 건 메인 식사를 위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허기져 있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음식섭취가 어려울 때가 있다. 약간의 에피타이져가 메인식사를 먹기 위한 최상의 조건일 수 있는데 그 이상으로 먹어버렸다면 아마도 메인은 에피타이져가 되었을 것이다.


조금의 우려와는 달리 감정의 딜레마로부터 해방되어 꽤나 이성적인 사람으로서 오늘을 살았다. 이로서 연습이 필요하며 충분히 컨트롤이 되고 충분히 이성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리고 오늘의 모습처럼 요즘 스트레스의 주범인 고민거리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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