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달님 그리고 별

우리들의 속삭임

by 소월

9층에서 올려다 본 밤하늘을 스치듯 둘러보았다. 스쳐갔던 것 중에 밝게 빛나는 무언가가 나를 이끌었다. 이끌리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두운 하늘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밝은 빛으로 비추며 나를 이끌었던 것은 달님이였다. 구름이 졌는지 약간은 희미한 빛을 내뿜으며 나와 눈이 마주치기만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하던 일을 멈추고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달님이랑 나랑만 속삭였다.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지만 여전히 달님과 눈을 마주치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거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토록 할 얘기가 많았던가... 오늘따라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 같았다. 그럼 그 이야기에 대해서 뭐라고 말 좀 해보라고!!

조금전보다 더 밝아진 것 같은 달님은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는 듯 했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말을 할 차례이다. 난 긍정적인 대답에 대한 바람이나 다짐같은걸 속삭이며 내 말의 50퍼센트만이라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달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나의 눈빛이 간절함을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달님은 눈빛을 보았겠지.. 그리고 다독거려 주겠지...

달님은 친절하게도 여전히 밝게 나를 비추며 웃고 있는 듯 했다. 그냥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 위안이 되었다. 많은 말도 그 어떤 몸짓도 필요없었다. 그저 나를 바라봐주는 빛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었으니 말이다. 고마운 날이다. 할 이야기가 더 있었지만 달님에게 들은 대답으로 더이상의 얘기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졌다.

생각을 정리 할 시간조차도 필요하지 않았다. 가끔은 흘러가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바람과 구름에 맡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눈빛과 달님의 밝은 빛이 인사를 끝낸 뒤 다시 하늘을 스치듯 둘러보았다. 자세히 보다 보니 반짝이는 별이 한두개 보이는데 계속 보니 보이는 별의 갯수가 늘어났다. 혹시 달님이랑 나눈 대화를 엿듣진 않았는지 별들을 유심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 얘기에 대한 대답을 해주길 바랐다.

반짝이는걸 보니 역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대답을 해주는 듯 했다. 조금 더 잘 엿듣도록 달님과 크게 대화할 걸 그랬는지.. 별들에게도 고마웠다.

우주의 기운을 한껏 받고 싶은 날이다. 우리의 대화가 꽤 유익하게 흘러갔기를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벽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