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월 Feb 08. 2024

육아방식을 쉽게 풀어낼 수는 없을까

고해성사

파랑새가 격한 날개짓을 하며 어디론가 날아간다. 이후에 쓰나미가 밀려오는 게 보여 급하게 창문을 닫는다. 아직 창문이 열려 있는데가 있었지만 쓰나미가 들이치진 않는다. 생생하게 꿈을 꾸다가 이른 아침부터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눈이 떠진다.


유난히 힘들었던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금방이라도 기절할거 같더니 도통 잠이 오질 않는다. 문득 간밤에 꾸었던 꿈 내용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해몽을 찾아본다.


가 날아가는 꿈은 당신에게 기쁜 소식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강력한 메세지 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원하는 꿈과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메세지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자신이 바라던 성공, 성취, 풍요 등의 소식들을 듣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쓰나미가 발생하는 꿈
 규모의 변화나 변동을 마주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한동안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을 의미합니다

쓰나미를 피해 대피하는 꿈
쓰나미를 피해 대피했다면 전반적의 운의 흐름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게 될 것을 의미합니다  



종종 꿈해몽을 찾아보곤 하는데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벌려놓은 일이 있지만 아이에게 신경쓰느라 나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좀 유연하게 풀어낼 일을 예민하게 풀어내는 습관때문에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흐린 날씨, 저조한 컨디션, 예민함이 똘똘 뭉친 하루가 다행히 지나갔다. 오늘따라 아이가 핸드폰을 보는 시간때문에 예민하게 구는 엄마였는데 새로 시작한 리딩게이트를 재미있다고 스스로 학습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더 많이 칭찬해 줄걸 하는 후회가 밀려드는 밤이다.


무엇이 그토록 예민하게 만들었을까? 계획해 놓은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는게 없고 내 시간들을 활용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다. 그 전에 무리하게 일을 벌린 건 아닌지 욕심과 열정이 과했던 건 아닌지.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정도였을지.


돌봄교실 픽업후에 놀이터에서 친구와 놀고싶어 해서 30분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놀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아이에게 약속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허용해 주게 된다. 계획이 또 틀어지는 순간이다. 차량픽업을 해야하기에 아이를 기다려줘야 하는데 시간이 지체될수록 점점 사라지는  시간들의 영역침범이 시작되는 듯 하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서서히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는 예민함을 눌러내며 아이에게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그래도 떼쓰지 않고 여러번 이야기하면 들어주는 아이에게 고마워 할 일인걸 안다. 오늘 너에게 쓴 시간들을 조금 아까워하는 내 모습을 반성해본다.


남편에게 온 메세지를 확인하고 나서 한숨이 쉬어진다. 일정이 있는 남편대신 내가 약속장소로 가야하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애매한 시간때문에 아이들과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다음부터는 통보가 아니라 상의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잔소리를 쏟아내며 소진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두세시간 남짓 시험준비를 하거나 다른 필요한 일들에 시간을 할애하는데 오늘따라 늦게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차피 힘든 오늘은 끝이 났고 아이들에게 충실했던 시간들을 아까워 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오늘은 책도 펼치지 않고 피씨도 켜지 않기로 한다. 대신 반성과 육아에 대한 좀더 유연한 사고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느라 잠이 달아나 버렸다.


오늘 하루 책을 펼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하루 피씨를 켜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를 위한 시간을 함께 했으니 괜찮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괜찮다. 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목소리를 내는 일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