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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Feb 19. 2024

행복해지기 위한 것들

오늘은 어떤 색들을 채워볼까

여행의 후유증은 휴식으로 대부분 지나가는 편이였는데 이번 여행이 특별히 힘들었던것도 아니였는데 귀가 후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안아픈 곳이 아프기 시작한다. 아마도 반려견 두녀석을  비행기에 태울 생각에 꽤나 신경을 쓴 모양이다.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 건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해 수하물로 반려견 두녀석들을 무사히 받고 나서 부터였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반려견을 안고 나니 그제서야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이다.


분명히 다음날 아이와 나 셋 다 열이 났는데 아이들은 오후가 되니 열이 내리고 쌩쌩한 꼬맹이들로 돌아왔다.  역시 아이들의 회복력이 빠르다는 걸 느끼며 점점 근육통이 심해지는 몸뚱아리와 치유되려 발버둥치는 듯한 잦은 수면으로 하루를 보냈다. 한번은 쭈구리고 앉았다가 일어섰는데 평소같았으면 발만 저리고 말았을텐데 발저림과 근육통이 맞물리니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와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주말 응급실이 아니면 병원을 찾는 것도 귀찮아서 감기몸살인것같은 것을 쌩으로 버틴 미련한 인간은 내일이면 괜찮아 지겠지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쯤으로 무장한채 하루가 지나가길 꽤나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눈이 떠지자마자 몸상태를 체크하며 안도의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거봐 괜찮아 질거라고 했잖아.


아픔이 지나가고 난 뒤의 자리는 이제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다시  찾아온 일상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줄지어 있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무엇이든 여백이 있는 삶이 멋지지 않은가. 하루정도는 여행의 여정도 기억해보고 사진정리도 하며 휴식을 가지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빈둥거리는 시간은 너무 즐겁다. 빈둥거리며 할거리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건 빈둥거리는게 아닐 수 도 있겠지만.. 책 욕심이 여전히 많은 한 인간은 온라인 서점의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들을 살펴보며 이번에 사야 할 것들과 다음에 사야 할 것들을 분류한다. 아이들 워크북과 내 교제들을 주문하고 다른 서점의 장바구니도 살핀다. 다음에 사도 될 워크북이지만 어차피 사야할 책들의 핫딜정보에 동공이 흔들린다. 가격차이가 많이 나고 어차피 살것이기 때문에 결제버튼을 누른다. 후회따위 필요없다. 한두달 후면  살 책들이였으니 기분좋게 사기로 한다.


사교육비가 비싸서가 아니라..가 아니라 비싸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도 같이 공부해보고 싶어서 남편에게 선언(?)을 했다. 중학생이 될때까진 학원은 않보내고 엄마표로 시키겠다고 말이다. 종종 튀어 나오는 근자감이 또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 되려나.. 제발 빛을 발해주길..


무엇을 바라보든 일방적인 건 좋지않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희생하며 교육열에 최선을 다할 생각인건 맞지만 일단 주최자의 맨탈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행복한 맨탈을 만들어주기 위해 몇일 전 현란한 손놀림으로 티켓팅에 성공한 콘서트 일정을 남편과 상의해야 한다. 이번엔 전국투어인데 그중 서울, 경기 두곳을 가기로 했다.


하루를 온전히 비워야 하기에 남편과 일정조율이 필요하다. 승인이 되려면 철저한 기획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미 나에겐 빅피쳐가 있다. 6학년까지 아이들의 홈스쿨링을 자처한 열정넘치는 인간임을 피력하는 일다. 장점은 사교육비가 많이 줄어들 것이고 주의할 것은 마인드컨트롤과 맨탈관리쯤이 되겠다. 쓸데없는 전기세를 내지 않으면서 가정경제에 부담을 덜하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즐겁도록 만들어 준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다. 덧붙여 그러려면 맨탈관리를 위해 콘서트 두곳을 보내주세요(제발요) 라고...


승인을 기다리는 눈동자는 갈길을 잃고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잠시 뒤 승인을 한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ㅇㅋ"


꺄악~!! 이제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헌신 할 힘이 생겼다. 주문한 책들이 발송되었는지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는 손가락들이 즐겁다. 


아침부터 작동하지 않는 가습기를 바라보며 고장임을 예견했지만 오늘의 하루를 습기 가득한 날들이 차지하고 있던 탓이였다. 사이드미러를 닦을 세도 없이 아이들을 데려다주기 위해 주행을 하는데 뿌연 사이드미러에 옆차선이 보이지 않아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어차피 늦은거 천천히 가자.


돌아오는 길은 월요일임을 상기시켜주는 듯한 차들의 행렬로 좌회전 차선에 집입하지 못해 돌아가다가 지하차도로 진입하지 못해 또 돌아간다. 오늘은 휴식하기로 한 날이니까 천천히 가자. 마음이 편안하다


아직 여행의 피로가 남아있을 아이들에게 아침시간을 다그치지 않는다. 오늘은 날도 흐리고 아침부터 서로 힘빼진 말아야겠다 싶다. 그래봐야 평소보다 10분정도 늦은 셈이지만 감정상하지 않고 앞으로 써야할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은가. 잘했다 싶다. 웃으며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은 늘 행복하다.  


행복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요즘 나의 행복은 대충 이런것들이다. 새책을 사는 일, 아이들의 초등생활을 지지해 주는 일, 가정경제에 무리를 주지 않는 현명한 계획을 세웠을 때, 콘서트를 기다리는 마음,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반려견들과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난 뒤의 평온함, 운동을 하다 않하다 하지만 열심히 할때 생기는 약간의 근육 인바디 수치를 볼때,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주어질 때, 휴식시간이 있다는 것, 늘 아침 늦어서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너무 귀여워서 행복해졌다.


일상의 작은 것들을 여러가지 색으로 채우다보면 생각보다 더 예쁘고 근사한 풍경을 보여주곤 한다. 비록 습기 가득 머금은 저기압의 컨디션을 끌어내리기에 충분한 날일지라도 컨디션 난조를 일으키지 않는 하루도 찾아 오는 것처럼, 마음이 힘든 날들이 찾아오는 날엔  음을 쉬어 주는 일로 행복을 보상해 주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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