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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 디깅 #9 - 5월

따사로운 햇빛 사이 서늘한 그늘 속

23. 05

따사로운 햇빛 사이 서늘한 그늘 속 

여린 잎이 서서히 녹음으로 변하며




1. Hallelujah Junction (John Adams)


피아노 2대로 연주되는 이 곡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5월과 잘 맞아떨어진다.

통통 뛰는 소리를 뒤따라가며 불협화음 같으면서도 오묘한 조화를 이루어 낸다.

처음에 들을 땐 다소 소음을 연상케 할지 모르나 곧 머지않아 서로 어울리는 평행선을 찾아 균형을 맞춘다. 3:30 부근은 낮은음에서 상승하며 화음이 생기는데 초반 높은 소리를 내던 곡이 극적으로 바뀌며 다채로워지는 순간이다. 파트 2와 3에서는 1에서 들었던 멜로디는 유지한 채, 변주를 조금씩 주어 낮은음으로 연주한다. 이로써 처음과 대조되는 분위기 형성이 가능함과 동시에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파트 3에서 다시 짧게 치고 빠지는 타건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치 청명하게 울려 퍼지는 이탈리아 광장 분수의 가느다란 물줄기처럼.










2. Desafinado (Lovisa)

많은 이들이 재즈의 하위 버전이 보사노바라 착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던데 이 둘 장르는 엄연히 다른 장르이다. 물론 재즈에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보사노바의 기원은 재즈가 아니라 삼바이다. 그렇기에 보사노바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와 리듬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보사노바 장르의 절정기에 탄생한 "Desafinado"는 지금껏 수많은 음악가에 의해 커버가 되었지만, 그중 나알달에서 추천하는 뮤지션은 "Lovisa"이다. 스웨덴 재즈 뮤지션인 Lovisa가 재해석한 "Desafinado"는 원곡의 무거움은 덜어내고 상쾌하고 달콤한 느낌을 준다. 오래된 명곡일수록 원곡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오히려 브라질 도시의 밤이 생각나는 현대적인 재해석은 훌륭한 작전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보사노바의 특징인, 재즈보단 느리지 않고 삼바보단 여유로운 애매모호한 그 부분을 Lovisa가 잘 살리고 있다.






3. Scarborough Fair (Simon & Garfunkel)

푸르고 여린 잎사귀가 무성할 때는 켈틱음악도 상당히 어울린다.

따갑지 않은 부드러운 햇살 아래에서 노곤하게 누워있노라면 사이먼 앤 가펑클의 Scarborough Fair이 떠오른다. 흔들바람 속 드넓은 초원에서 돌아오고 있을 나그네가.


원곡이 음유시인의 느낌이 나기에 더더욱 켈틱의 면모를 두드러지게 강조시킨 Celtic Woman 버전이 있다.



 Celtic Woman 버전이 북유럽 시골의 감성이라면 Kokia 버전은 신비하고 몽환적인 것이 특징이다.






4. Spring (Mia doi todd)

봄은 어떤 것의 "시작"과 닮아있다.

겨울이 생명의 죽음이라면 봄은 생명의 탄생처럼.

Spring은 그런 봄이 가지는 특징을 잘 담아낸 곡이다.

가사 중 [April rains bring May blooms]은 생명이 탄생하기 전초에 일어나는 봄비를 의미하는 등, 봄을 나지막하게 알리고 있다.






5. The Swimmer (Phil France)

한때 Cinematic Orchestra의 일원이었던 Phil France의 전자음악이다.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는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

cafe del mar가 생각나지만 그보다는 모던하고 매끈하게 다듬어서 내놓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섬세한 심벌즈 소리와 반복되는 멜로디 라인,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부드럽게 하강하는 부분에서 그의 예리한 면이 돋보인다. 한 여름처럼 햇빛은 강렬히 부서지지만 저편의 그늘이 깔려있는 세련된 음악이다.






6. Remove The Complexities (Peter Sandberg)

스웨덴의 신고전주의 작곡가, Peter Sandberg.

스칸디나비아의 자연과 도시의 융합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 그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깨끗하다.

천천히 고조되었다가 다시 천천히 하강하는 음들은 그대로 나선이 되어 감싸주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부서질 듯 여리지만, 명쾌한 음들이 하나하나 분해되고 해체되어서 마음속에 있던 근심을 씻어내려 준다.






7. ゆめの想い (Dr.倫太郎 ost)

신들의 악기라 불리는 하프. 하프에게는 판타지가 있다.

모든 악기에는 조금씩은 달라도 통일되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하프는 하프가 가지는 시각적 부분이나 청각적 부분을 합쳐봤을 때 판타지 같은 꿈이 떠오른다.

오케스트라 속에서도 하프는 독특한 음을 자랑한다. 물론 하프가 발현악기이지만 줄이라는 공통점을 이유로 여러 현악기(바이올린, 첼로 등)와 대표적인 발현악기인 기타와 만돌린들과 함께 나열했을 때 강세에 약할지언정, 분명 하프에게는 독보적인 분위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프를 메인으로 한 곡을 찾아보기 힘든데 이 곡은 하프의 단비와도 같은 곡이다.






8. One Day Diary (Yiruma)

빗소리가 전반에 잔잔하게 깔리면서 무드를 형성한다.

그러면서 한 방울, 두 방울 조금씩 내리는 가랑비를 표현하듯 천천히 건반이 내려앉는다.

투명하게 울리는 소리의 연속이 이어지다가 불현듯 분위기가 반전된다.

사라질 줄 알았던 빗소리가 다시금 강하게 들리더니 이내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빗물이 점차 고이기 시작하고 이내 발목을 잠식할 듯 차오르면 그 물속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신이 보인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싶은 괴로움의 시간도 머지않아 잠잠해지면 사방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하다. 그 순간 외면한 나 자신을 마주하고 이내 평온을 얻으며 일생을 빗댄 하루의 일기를 마무리한다.


 




9. Snowfall (øneheart x reidenshi)


많은 이들이 이 곡을 "끝"에 비유한 감상을 표현하던데 나는 그것이 곧 시작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눈사태가 내리고 모든 것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풍경은 새 종이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노스탤지어가 안개처럼 깔려있는 도로에 서 있지만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함을 이 곡이 알려주고 있다.






10. Rylynn (Andy McKee)

저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얼마만큼 표현하는 것에 따라 결과는 더 세분화가 된다.

어쿠스틱 곡인 Rylynn은  Andy McKee의 적절한 핑거 스타일이 어쿠스틱이라는 장르에 안성맞춤으로 녹아있다. 도입부터 느껴지는 어딘가 씁쓸하고 처량한 감정이, 분위기는 곡이 고조됨에도 감상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뒷받침되어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선에서 누군가의 추억을 듣는 이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는 건 까다로운 표현 기술을 의미한다. 이 곡이  Andy McKee의 친구의 딸을 기리는 곡이라는 추가 설명 없이도 말이다.  언젠가 기억은 퇴화하고 당시의 감정은 아스라이 사라지고 없겠지만 그때의 마음은 영원히 담겨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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