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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 디깅 #13 - 9월

1주년 특집

1주년 특집으로 플레이리스트에 매년 상주하고 있는 곡을 선정.




1. Fysta (Ólafur Arnalds)

이미 앞서 소개된 곡이지만 정말 사랑하는 곡이기에 다시 꺼내보았다.

johann johannsson과 결이 비슷한 작곡가로서 오리지널 스코어 같은 장르와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곡이 담긴 "living Room Song"은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하루에 하나씩 곡을 작곡하고, 거실에서 녹음하여 이를 라이브로 스트리밍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Fysta는 아이슬란드어로 '첫 번째'라는 의미이다. 당연히 첫 번째 트랙의 곡이다. 이 곡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단 두 개의 악기로 이루어진 곡이다. 하나의 악기로도 조화로울 수 있고 몇 가지의 악기를 써도 단순하게 들릴 수가 있는데, 이 곡의 첫 감상은 상당히 건조하지만, 서정적이라는 것이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하모니를 이루는 게 중심인 곡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단일 악기 곡보다 더 미니멀하게 들렸다고 생각한다. 

아마 가장 많이 들은 곡을 뽑으라 하면 이 음악을 뽑을 정도로 현재의 나의 취향을 만들어 준 곡이나 다름없는 곡이다.


가장 아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득한 음악.






2.  Breathe (The White Birch)

자작나무라는 뜻의 White birch. 끝없이 펼쳐진 설원 위에 빽빽하게 자란 자작나무가 자연스럽게 생각이 난다. 이처럼 한겨울의 눈이 생각나게 하는 "The white birch"의 음악은 차가운 구석이 있다.

이 그룹의 명은 Codeine의 앨범명에서 따왔으며 곡의 스타일은 비슷한 인접 국가인 아이슬란드의 밴드 "Sigur Rós"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내가 듣기엔 The white birch가 Sigur Rós 보단 더 가라앉은 스타일을 가진 것 같다.

Breathe는 [And bleeding sun, Is a velvet breath, A air that leaves the breathing sun]이라는 가사처럼 은유적 표현이 돋보이는 곡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또는 여름이 끝나가는 내용이지만 목소리는 건조하기 짝이 없다.






3. Sorrow (Inyoung Park)

언젠가부터 슬픈 음악은 현악기가 자리 잡은 경우가 종종 있다. 현악기 특유의 날카롭게 들리는 높은음과 몸을 울리게 하는 낮은음. 그리고 현의 떨림은 사람의 울음소리와 가장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같은 현악기라도 바이올린보다 기타만이 가지는 표현력에 대해 애정이 더 기운다. 바이올린만큼의 역동적임은 존재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바이올린보다는 정제되고 중간중간 귀를 사로잡는 스트링의 금속 소리는 바이올린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비통, 슬픔이란 의미를 가진 Sorrow는 위에 말한 기타의 장점이 가득한 피에타의 OST이다. 과하지 않게 영화를 뒤받쳐 주기도 이끌어가는 영화 장르의 음악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

이 곡을 작곡한 박인영 작곡가는 최근 [레드벨벳-빨간 맛] 오케스트라 편곡을 담당하신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데, 앞으로도 더 많은 미디어와 영화 속에서 그녀의 작품이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4. 기억에 머무르다 (Yiruma)

2014년에 친구가 소개해 준 이후로 지금까지 플레이리스트에 자리 잡고 있는 곡.

가장 행복한 순간의 기록,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의 음악을 기억하기 위한 앨범인 만큼 아련한 지난 추억이 생각난다. 저마다의 각기 다른 행복의 순간이 있겠지만 그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모두가 비슷할 거다.

이루마는 이 점에 주목하여 어딘가 씁쓸하면서도 달콤했던 지난 과거를 반추할 수 있도록 우리를 기억 저편으로 데려간다.






5. gymnopedie no 3 (Erik Satie)

3개의 짐노페디 곡 중 어두운 분위기인 No. 3 Lent et Grave이다.

프랑스어로 Lent et Grave는 느리고 심각하다는 의미를 가진 만큼 No.1, 2만큼의 밝은 분위기도 없으며 굉장히 느리게 진행된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상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 Gymnopédies 시리즈 중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자장가로 들을 만큼 편안한 감상이지만 어떤 이는 장조, 단조의 변화에서 느껴지는 불협화음에 대해 기묘하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처럼 멜랑콜리한 양면의 분위기가 돋보인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의 음이 저마다 제각각인데 이 버전이 가장 듣기 좋다.






6. Arabesque (Debussy)

아라비아풍이라는 뜻을 가진 아라베스크는 척 보기에도 복잡하고 섬세한 무늬를 자랑한다.

아라비아 무늬만큼이나 섬세하고 유려한 곡선을 청각으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일까.

그만큼 아라베스크는 섬세하고 또 섬세하다.

드뷔시는 낭만파에서 인상파로 발전하면서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도 확장되었는데, 아라베스크는 그의 어떤 전환점에 걸쳐져 있는 중요한 발판과도 같은 곡이다. 곡의 발매 시기는 그의 초기 작품에 속하나 앞으로 그가 관심 가지게 될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표현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드뷔시 특유의 섬세하고도 넓은 스케일의 곡으로서 달빛만큼이나 사랑하는 곡이다.






7. clair de lune (Seong jin cho)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섬세함"일 것이다. 깃털이 내려앉는 것보다 더 조심스러운 그의 터치는 감탄을 자아낸다. 아직 미래가 창창한 피아니스트인 만큼 이런 말은 조심스러울 수 있겠으나 그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그의 스타일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곡가는 드뷔시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계속해서 보여 주고 있는 활동으로 보아 다양한 스타일과 가능성, 잠재력을 지닌 건 분명하다. 다만 조성진 피아니스트 특유의 섬세함과 가장 결이 닮아 있는 것은 드뷔시라는 결론에 이른다.

달빛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곡은 많은 이들의 해석이 이미 존재한다.

나의 경우, 조성진이 해석한 달빛을 들으면 밤에 떨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달빛, 가려놓은 커튼을 비집고 방안을 방문하는 달빛이 생각난다.

아주 가련하면서도 물이 번지듯 한 그의 연주 실력에 들을 때마다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8. Lev low (Zankyou No Terror OST)

이미 앞서 한번 소개한 적 있는 Zankyou No Terror OST.

바닥의 바닥을 치며 한없이 추락할 것 만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악기를 사용했지만 신디사이저와 지지직거리는 음성을 합쳐서 마치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은음으로 이루 졌기에 그만큼 침착과 진정이 필요할 때 찾게 된다.






9. 君が呼ぶ名前 / Kimi ga Yobu Namae (Stream Natsume Yuujinchou OST)

나츠메 우인장 OST의 특징은 하나같이 편안하고 소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애니메이션 스토리가 치유와 힐링이지만 음악 역시, 이와 맞게 잘 제작되었다.

피아노로만 이루어졌어도 일본 정서를 살렸다는 감상과 함께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이 곡은 나츠메 우인장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온화한 분위기와 함께 어딘가 쓸쓸한 감정이 든다.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이보다 더 주제를 잘 표현한 곡은 없을 정도이다.

정겹기도 낯설기도, 따뜻하기도 쓸쓸하기도 한 이 음악은 애니메이션을 본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소개한 곡이 피아노 솔로곡이라면 이 버전은 다른 악기가 추가된 곡이다.

아코디언이나 반도네온 또는 하모니카처럼 듣기는 주선율은 피아노 솔로에서 들지 못한 다채롭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10. Pavane, Op. 50 (Gabriel FAURE)

오케스트라 협주를 듣다 보면 감초 같은 목관악기들이 있다.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플롯 등의 악기들은 있을 땐 잘 못 느끼지만 없으면 상당히 허전하고 또 가끔 그 어떤 악기들보다 귀를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곡의 초, 중반을 담당하는 플롯의 역할이 곡의 전체적인 감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뒤이어 이 주선율을 받아내는 현악기의 연주가 곡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한동안 이 곡의 이름을 몰라서 모든 클래식 곡을 닥치는 대로 들은 경험이 있다.

어릴 적에 들었던지라 허밍으로만 이 곡을 따라 하며 잊지 않도록 노력했던 곡인 만큼 어린 나에게 깊은 울림을 준 곡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 초반에 유려하게 흐르는 플롯의 연주가 아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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