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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Dec 02. 2023

월간 디깅 #16 - 12월

소리와 빛을 삼킨 고요한 겨울 밤 속에서

23. 12

2023의 끝자락. 

소리와 빛을 삼킨 고요한 겨울 밤 속에서


1. Carol of the Bell  (Peter J. Wilhousky)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길거리에는 즐겁고 밝은 캐롤이 한창이지만 여기에 조금은 결을 달리하는 캐롤이 존재한다.

스치듯이 들어봤을 캐롤. Carol of the Bell.

캐롤치고는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가 평소 우리가 듣는 캐롤과는 색다르다.

4음이 계속 반복되는 오스티나토가 특징인데 이 음조를 사용한 대표곡은 Ravel-Bolero가 있다.

이처럼 음조는 같을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매해 비슷한 크리스마스의 지겨움을 달래 수 있는 곡이다.

세계적인 소년 합창단 Libera가 부른 버전.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여린 미성이 독보적이다. 


으시시하고 섬뜩한 분위기가 크툴루 신화와 만나 완벽한 합을 이룬다.






2. Tribute To Egyptian Song (Büşra Kayıkçı)

튀르키예 출신의 여성 작곡가.

건축가답게 음악도 하나의 조립처럼 쌓아가는 전개가 특징이다. 어쩌면 음악도 그렇고 모든 지식의 개념들은 서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음악 역시 건축처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녀의 곡들은 감정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아닌, 설계되어 있다. 이번 "Tribute To Egyptian Song" 곡도 곡 중간마다 기계음이 들린다. 이는 커버 사진과 같이 잔잔하게 흐르는 일반적인 곡 흐름에 새로운 환기가 되며 마치 어린이가 낙서한 것 같은 새롭고 신선함이 느껴진다. 자신의 음악에서 하모니, 멜로디, 테마 및 모티프, 형식 및 음조 재료, 산업용 사운드 디자인 및 전자적 굴곡을 모듈식 세트 피스로 정의하여 이들을 결합하고 서로 비교하며 완성한 균형은 건축처럼 단단하고 튼튼하다.






3. Wonka's Welcome Song (Danny Elfman)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12월이란 n번을 봐도 재밌는 영화들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순간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12월을 대표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만 보면 초콜릿이 그렇게 먹고 싶어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움파룸파가 부르는 "Augustus Gloop"이지만 "Wonka's Welcome Song"가 좀 더 12월과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하여 선정했다.

시종일관 밝고 명랑한 분위기에서 이유모를 으시시함이 느껴진다.






4. Only the Beginning of the Adventure  (The Chronicles of Naria OST)

나니아 연대기도 겨울에 떠오르는 영화.

판타지물 영화에선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우선이지만 나니아 연대기처럼 그 시절만의 감성이 담긴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옷장속 너머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그 경험을 추억하며.






5. lullaby (Low)

가사를 보면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이 곡을 해석하기를, 유아 사망 또는 유아 돌연사와 관련지어 해석하고 있다.

9분이나 되는 연주 시간에 비해 가사는 몇 줄밖에 안 되지만 만약 해석이 맞는다면 힘겹게 내뱉는 짧은 문장만으로도 공허하고 쓸쓸한 감정이 든다. Slow core의 대표 밴드답게 아주 느릿하지만 고요하게 발밑부터 차오르는 불안하고도 긴장감. 거기에 단조로운 기타 멜로디와 더불어 뒤에 곧 이어지는 기타 연주가 곡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6. Gretel & Hansel (Gretel & Hansel 2 OST)

호러 플래시 게임으로 유명한 '그레텔과 헨젤'.

그림과 여러 효과가 인상 깊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당연히 사운드트랙이다.

특히 두 번째 트랙의 경우, 북유럽의 감성이 한 스푼 더해지며 캐스터네츠와 뭔가 쪼이는 듯한 효과음은 이 게임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공포 음악에 사용되는 보편적인 악기가 아닌데도 적당히 음산하면서도 게임과 어우러져 기억에 오래 남는 사운드트랙이다.






7. 천개의 태양 (캐스커)

눈의 결정마냥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다.

한기를 가득 머금은 목소리가 햇빛 아래에서 흘러내리며 이내 사라질거처럼.

캐스커의 정체성이라 볼 수 있는 신디사이저와 현악기의 만남으로 아련함을 더 해준다.







8.  Tea for Two (Aoi Teshima)

클래식 영화와 뮤지컬을 좋아하는 그녀인지라 목소리가 여리고 서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재즈와 몹시 어울린다. "tea for two cheek to cheek~i love cinemas~"이라는 앨범명답게 12월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느 때에 듣느냐에 따라 그곳의 분위기와 상황에 잘 어울릴 듯한 산뜻한 곡이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의 재즈는 적당히 결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곡들이 많지만, 이 곡의 경우, 그런 분위기에서 조금 벗어난 가벼운 곡이기 때문에 사시사철 잘 어울릴 것 같은 재즈곡이다.






9. 동경소녀  (요조)

김광진의 "요조숙녀"를 요조가 편곡한 버전.

원곡과 달리 쓸쓸하고 조용한 느낌으로 리메이크 되었다.

평소 들어본 요조의 곡은 발랄하고 달달한 분위기가 많았지만 이런 분위기의 곡을 들어보면 그녀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으며 목소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곡과 비슷하게 가지 않고 아예 다른 방향으로 튼 방법은 오히려 현명한 선택.

낙엽마저 다 떨어져 흔들리는 얇은 나뭇가지를 보며 듣기 좋은 곡.






10. His smile (Love Letter OST)

한겨울,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변할 즈음 생각나는 영화.

러브레터만이 가진 어딘가 아련한, 추억 그 너머로 데려가기에 알맞은 곡이다.

무겁게 가라앉는 베이스는 잊고 지냈던 잠재의식 속으로 조용히 데려가는 것만 같다.

먹먹하고도 씁쓸하지만 잊지 못할 기억이 잠들어 있는 설원.

마침내 백야 같은 풍경이 펼쳐지면 조용히 눈을 감고 올해의 마지막을 반겨줄 하얀 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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