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반 Mar 09. 2024

월간 디깅 #19 - 3월

얼어붙은 것들에서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들.

24. 03

얼어붙은 것들에서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들.


1. Welcome to the dcc (Nothing But Thieves)

23년 11월.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도둑들이다.

그 전에 6월에 발표한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은 첫 시작부터 어마어마하다.

록밴드의 본질이라 하면, 일단 심장이 됐든 몸이 됐든 뭐든 "뛰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첫 도입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 먼저 기타 리프와 보컬, 드럼이 차례로 등장하며 분위기를 깔아주다가 심장을 한방에 훔치고 달아난다. 끝으로 90년대 디스코 바이브와 퓨처 베이스가 섞인 느낌이 곡을 완성케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도둑들이 아닐 수 없다. 






2. A man like me (Crush)

이제 대한민국의 R&B를 논할 때 빠질 수가 없는 크러쉬.

이 앨범 전체가 아주 알차지만 특히 "a man like me"은 90년대 바이브를 재해석한 게 눈에 띈다.

이전에 밝히기를 크러쉬가 나얼의 작업실에 찾아가 여러 조언을 들었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래서일까. 정말로 그 어떤 크러쉬의 곡보다 90년대다운 곡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에 느낄 수 있었던 아주 짙은 소울은 아니지만 그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색소폰을 넣은 것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다.






3. Reborn (Hereditary OST)

무서우면서도 장엄한 곡.

제목은 Reborn이지만 즉, 파이몬으로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한다면 이 곡이 얼마나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The Lesser Key of Solomon"에서 언급하길 파이몬 뒤에는 출현을 기념하기 위해 심벌즈와 나팔을 연주하는 영혼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불협화음과 뒤섞이며 쩌렁쩌렁 울리는 트럼펫 소리는, 아수라장 속에서 친히 등장하는 파이몬을 나타내는 음악임이 분명하다. 귀를 따갑게 하는 요소 없이도 환희와 절망을 동시에 표현한다.







4. Ombra mai fu (Andreas Scholl)

독일의 카운터테너. 카스트라토가 아니라도 카스트라토만큼 선명하고도 높이 올라가는 목소리를 자랑한다.

안드레아스 숄은 현재 살아있는 이들 중 아무도 제대로 들어보지 않았을 카스트라토를 연상케 한다.

헨델의 라르고(Largo)라 불리는 이 곡은 오페라 세리곡이다.

헨델 특유의 분위기와 안드레아스 숄이 만나 따뜻한 평온을 선사한다.






5. Je te laisserai des mots (Patrick Watson)

캐나다 퀘벡 출신 아티스트의 싱글.

영화 어머니와 딸(프랑스-Mères et Filles/ 미국-hidden diary)에 실린 곡.

이 곡은 느리게 추는 왈츠를 연상케 하는데 이 곡의 가사도 은유와 절묘한 서정성을 통해 사랑과 그리움을 전한다. 이 곡에 달린 코멘트를 보자면 다양한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게 한다는 감상이 많다.

적당한 장단조의 섞임이 마치 인생과 맞닿아있어서일까.

기쁨과 슬픔, 형용할 수 없는 지난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6. Solitude (M83)

M83은 "남쪽 바람개비 은하"라 불리는 은하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주를 테마로 작업하는 것이 M83의 특징이다.

M83을 대표하는 곡은 "Outro"이지만, 그가 작업하는 곡들이 주로 엠비어트가 강한 곡들이라 다양한 곡들이 유튜브 쇼츠 등 배경음으로 자주 깔리곤 한다.

JUNK 앨범은 이전 앨범과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특히 자기 자신의 향수에 대한 여행을 테마로 했기 때문에 80년대의 영감이 담겨있다. 신디사이저의 멜로디에선 빈티지스러움이 묻어나온다.

7번째 트랙에 해당하는 "Solitude"은 그의 근간이 되는 "우주"를 연상케 한다.

끝없는 우주 속에서 고독하게 홀로 남은 우주 비행사를.






7. Something in the way (Nirvana)

이 곡은 다른 것보다 첼로의 기여도에 주목할 만하다.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기존의 제작 방식 그대로이지만 마무리를 첼로가 지으면서 곡의 완성도가 갖춰졌다.

기존 너바나의 곡들과는 달리 차분하게 어쿠스틱 감성을 담아 제작했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조용하면서도 침울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만들어졌다.

그저 한없이 심해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추락감에서 지하를 맛보는 듯하다.





8.  Is It A Crime? ( No guidance)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으나 현대판 "Boyz II Men"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그룹.

데뷔 EP이지만 그 짜임새가 꽤 공들인 티가 난다. 그러면서도 요즘 들어도 손색없이 산뜻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최근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솔로 가수들의 R&B 곡들을 많이 접했는데 4인조 보컬그룹이라니, 쌍수 들고 반길 수밖에 없다. 무려 4인의 화음이 쌓이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서로가 잘 융화되어 적당한 공기 위에서 놀고 있는 것 같다. 이들과 비슷한 결을 하는 "Flo" 협업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아무튼 오랜만에 R&B에서 주목할 만한 신인의 탄생에 절로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진다.






9. Stolen moments (Rasmus Faber)

부드러운 밤이 와인잔에 가득히 담긴다.

아주 정중하고 상냥하게 다가오는 재즈의 밤은 루팡 3세와 같이 알맞게 무르익는다.

재즈에 약간 보사노바를 첨가한 듯한 멜로디는 이 곡을 너무 무겁지 않게, 적당한 균형감을 유지해준다.






10. Happy song (Blackstreet)

저물어가는 뉴 잭 스윙을 문닫고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알린 그룹.

데뷔 앨범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이 앨범에는 "No Diggity"가 수록되어 있지만. 여기엔 보석 같은 곡들이 수두룩하다. Happy Song은 9월에 발매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연말 분위기를 코러스에서 느낄 수 있다.

연말 특유의 포근하고도 행복한 감정을 9월의 앨범에서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행복하게.







매거진의 이전글 월간 디깅 #18 - 2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