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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 디깅 #5 - 1월

겨울의 여리고 시린 음악

23. 01

2023년의 시작을 장식하는 다채로운 곡들과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겨울의 여리고 시린 음악



1. The More I See (Jessica Pilnäs)

색소폰 소리가 깃털 같을 수 있을까.

가벼운 느낌으로 시작하는 재즈는 산뜻하기만 하다. 기타의 멜로디가 이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담당하고 있는데 보컬과의 합도 매우 훌륭하다.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한층 살려준다.






2. Your love (marie digby)

한때 팝송에 빠져있을 때 알게 된 가수.

최근에는 특이한 음색이 있는 보컬+기교 없이 감성으로 부르는 노래 스타일이 유행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녀의 목소리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보통의 무난한 목소리라 할지라도 청중들에게 전달하는 분위기는 무시할 것이 못 된다.

기타를 들고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목소리에도 햇살이 묻어있는 듯하다.






3. Chopin-Sonata No.3 4th Mov. Finale  (Seong-Jin Cho)

조성진과 쇼팽의 만남. 무어라 말이 더 필요할까.

쇼팽 콩쿨로 큰 주목을 받은 만큼 그가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철저한 준비를 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도입부부터 듣는 이를 집중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곡 중간중간 페달의 강약 조절이나 단조로울 수 있는 음표를 하나하나 살리는 것은 그가 가진 기술력의 정점을 의미한다.

물 흐르듯이 또는 구슬이 떨어지듯 청명한 소리가 나는 것은 그가 가진 올곧은 성정과도 닮아있다.






4. Coto (Kashiwa Daisuke)

일본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아, 이 사람 일본인이다.' 하고 깨닫는 부분들이 있다.

대부분은 멜로디에서 그런 감상을 받는 편인데, 동양답다 못해 일본의 느낌을 팍팍 받는다.

가시와 다이스케는 언어의 정원에서 한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을 제작한 음악감독이라 애니메이션을 보고 알게 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히사이시 조, 류이치 사카모토 등을 제외하고 일본의 감성이 담긴 피아노곡에 관심이 있었다면 스쳐 지나가듯 들어봤을 곡들이 제법 많다.

이 작곡가도 피아노에서 강점이 발휘되는데 특유의 차갑고 선명한 느낌이 곡을 들으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소개할 음악들이 이 분 역시 수두룩하기 때문에 종종 디깅에 자주 등장할 작곡가이다.






5. Little Star Light (Yuhki Kuramoto)

가시와 다이스케를 이은 또 하나의 일본인 작곡가, 구라모토 유키.

그의 대표곡 중 "romance" 때문에 이미 익히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있을 테다. 확실히 뉴에이지 작곡가로서 본토보다 한국에서의 인기가 더 많은 건 신기할 따름이다.

오히려 그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고 독학으로 이 모든 것들을 해내서 그러한 것일까. 보통의 연주자가 밟는 일종의 공식을 벗어난 부분들이 그의 음악에 녹아있다.

그중 "Little Star Light" 그의 곡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다. 제목대로 작은 별이 강가에서 빛나는 소리를 들려주는데 드뷔시가 부드러운 실크가 내려앉는 느낌이라면 구라모토는 반짝이는 가루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한국이 사랑하는 작곡가인 만큼 우리나라와의 특별한 라이브 영상도 존재한다. 길 한복판에서의 연주라니 이런 게 낭만 아닌가. 






6. City burns (Andra day)

가끔 광고가 살리는, 광고와 너무 찰떡인 음악들이 종종 나올 때가 있다.

그중 아마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헤라 광고에 삽입되었던 "City Burns"이다.

분명 아델의 존재감이 뚜렷하긴 하나, 그전에는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이어 아델이 탄생했다. 그렇기에 아델의 뒤를 이을 또 하나의 재즈 음악가를 꼽으라면 안드라 데이를 꼭 포함해야 할 것이다. 모 타운 사운드의 짙은 소울 감성은 그녀가 가진 강점 중 하나이다. 특히나 이 곡은 최근 유행하는 보랏빛의 시티팝이 아닌, 황혼과도 같은 황금빛이 내려앉는 도시의 밤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쳐주고 싶다.


구라모토와 마찬가지로 이 분 역시 뜬금없는 한국 콘텐츠에 나와서 열창을 하고 가셨다. 






7. Remember me (Thomas Bergersen)

12월 디깅에서 미리 알렸듯이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 Thomas Bergersen의 곡이다.

Illusuons의 앨범은 하나같이 버릴 것 없는 곡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앨범의 대부분이 장엄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는데, 그중 "Remember me"은 분위기를 환기해 주는 곡으로서,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밝은 햇살이 떠오르는 곡이다. 이 곡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제목 때문인지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는 댓글들이 많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들은 슬픔에 잠긴 채 기억하는 것이 아닌, 소중한 이들의 생전 밝은 모습을 애틋하게 추억하고 있다는 것을.






8. cry me a river (julie london)

재즈 팝을 좋아한다면 고전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들어봤을 곡의 주인공, "Julie London"이다.

옛날 LP판의 튀는 소리가 같이 녹음된 음원을 듣다 보면 과거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길거리를 생각해 본다. 가사와 상반되게 목소리는 담담하고 무심하기 그지없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더 이 곡을 살린 중요 까닭이지 않을까.


 Julie London과는 반대로 007 스타일로 재해석한 Angelina Jordan의 커버곡도 들어보자.

남자의 자격, 넬라 판타지아 합창 편에서 음색과 가창에 대해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 적이 있다.

훌륭한 가수의 조건으로 양대 산맥을 달리는 이 두 가지에 대해 나는 비교하기에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전 알송달송 디깅에도 밝혔듯이 점점 대중 트렌드는 듣기 좋은 곡, 즉 음색이 더 조명받고 있는 듯하다.

지금 소개하는 안젤리나 조던은 나이에 비해 아주 성숙하고 농도가 짙은 목소리의 보유자다. 그녀의 곡은 목소리로 먹고 들어가는 게 7할이라고 생각할 정도. (듣고 있다 보면 아델과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계보를 잇는 듯하다) 어쩌면 자신의 목소리와 가장 어울릴 장르를 선택한 것은 영리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혀서 아델 같은 팝과 R&B에 도전해 주길.

훗날 그녀가 음악 씬에서 어떠한 업적을 남길지, 행보가 기대된다.






9. Balow, My Babe (Patrick Gowers)

한 번씩 어떻게 이런 곡을 파도 타다가 알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성가는 마음이 편해진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었지만 어쩌다 교회 음악을 만들었는지, 그래도 그 실력은 어디라도 녹슬지 않는 듯.






10. interlude - regular to irregular (NCT 127)

난 대중음악을 전혀 듣지 않아 보여도 생각보다 대중음악도 종종 듣는 편이다.

그중 SM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 A & R팀의 뛰어난 실력으로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 확실히 SM 아티스트의 곡은 타이틀보다 수록곡에서 회사의 기획력이 가장 돋보인다고 생각하는데 NCT 앨범들은 과거 SHINee, F(x)에서 느꼈던 실험적인 곡의 연장선 같다.

팀 체제나 구성에 대해 잘 모르지만 NCT U, 127, Dream 등 각 유닛 팀이 보이고자 하는 컨셉에 맞게 앨범의 방향성 또한 제각기 구분되는 점도 쏠쏠한 재밋거리이다.

이 앨범이 NCT 127의 집대성을 나타내진 않음에도 들을 가치가 충분한 앨범이다.

Eric Satie 의 Gymnopédies인가 착각이 드는 시작과 함께 비트드롭 이후 곡의 멜로디는 유지하되 비트가 깔리면서 초반과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펼쳐진다.

이는 그들의 또 다른 앨범 NCT RESONANCE Pt. 1 - The 2nd Album에 수록된 "Interlude_Past to Present"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나의 곡을 2개의 파트로 나누어 분위기를 바꾸는 곡들 말이다. 이런 곡 반전을 좀 더 익숙하게 대중에게 풀어낸 것이 바로 Red Velvet의 곡들이 아닐까 싶은데 애초에 팀 컨셉 역시 레드, 벨벳으로 나누어 한쪽은 POP, 신디 등을, 벨벳은 R & B 성향을 선보이는 것과도 유사하다.

그뿐만 아니라 노랫말이 아닌 일기를 읽는 느낌을 낸 것도 그렇고 이것들이 모두 처음 들어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에 모아 새롭게 느껴지도록 재창조하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다.

NCT 곡들은 그들이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대중의 취향을 일부러 벗어난 듯한 곡을 선보인다는 것이 오히려 그들의 정체성을 강화한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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