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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Reset

밴쿠버에 겨울을 보내러가는 소감

by 김병태

9월 10일에 Reset 을 쓴후에 2달만에 브런치를 쓴다.

아내와 치매엄마를 돌보는걸 교대하기로 하고 캐나다로 가려다가 잠시 멈추어 이런 좋은 기회에

유행한다는 한달살이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엄마집 가까운곳에 오피스텔을 단기로 얻는다.

일산호수공원이다. 인공으로 만든 아름다운 공원이나 이제는 늙어져가는 세월이 흘러감을 느끼는곳이다.


오피스텔을 들어오면서 Reset 을 결심하고 브런치와 그동안 구상하고 해오던 모든일을 정지하고 그저

아내와 함께 일산의 모든것을 즐기기로 했다. 나는 모든것에 2,3걸음 빠른편이다. 아내는 2,3걸음 느린편이다. 나는 직관이 강해 쓱 보면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해나간다. 아내는 상황파악능력이 느려 모든것을 하나하나 물어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인후에 움직인다.


자신의 일이 있고 공간이 넓은 집에서는 아내와 부딫치지 않는다. 밴쿠버의 집은 넓어 부딫치기전에 서로 각자의 공간으로 가 숨쉴곳이 있기에 비교적 조화를 이루며 잘 지내온 편이다. 하지만 일산오피스텔은 14평으로 좁지는 않으나 방이 띠로 없는 구조라 대피할 공간이 없어서 서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시간이다. 이 경험을 거쳐야 60대의 몇년을 한국에서 보내려하는데 어떤 집을 구할지를 가늠할 수가 있다.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고

매일 오피스텔주변의 식당들로 가 식사를 하고

매일 저녁마다 엄마집에 가 식사를 하며 아내와 한달반을 보낸다.


한국의 가을은 평생 누리고 싶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비록 여름이 길어 늦게 오긴 했으나

가을의 찬란함은 우리를 미소짓게 한다.

그러함에도 그 좋은 호수공원을 함께 5번을 걷지 못한다.


나는 이른저녁에 자 이른아침에 일어난다.

아내는 늦은 저녁에 자 늦은 아침에 일어난다.

나는 걸치면 나갈수 있는 사람이나 아내는 완벽하게 꾸미고 나까지 꾸민후에야 직성이 풀린다.

함께 나가기에는 서로의 시간차가 너무 커 매일 걷자던 포부는 이룰 수 없는 야망으로 정리된다.


함께 손을 잡고 같은 교회에 가 예배를 드림은 서로의 자유를 속박하는 꿈이 된다.

교인이 없거나 적은 교회에 가 자리를 채워주는게 기쁜 나는

수백명단위의 교회에 가 안정된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는게 기쁜 아내는

서로를 위해 좋아하는 교회들에 가 예배를 드리지만 아 ! 각자가 편안해하는 교회로 가

각자의 취향대로 예배드리는게 더 마음이 편하구나를 다시 확인한다.


나는 오피스텔생활 며칠후에 아 ! 아쉽겠다 이 시간이 독백하고

아내는 10월말에 나오려니 아 ! 아쉽네 이제서야 여기 좋은줄 아는데 독백한다.

이렇게 서로 차이가 나는데

1991년에 결혼해 34년을 살아내고 세 아들을 낳아 보석같이 빛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억이 사라져가는 엄마와 이 시간을 함께 하며 그것이 20년후의 나의 모습임을 알기에

준비하며 오늘을 사는 나는 행운아이긴 하다.


두달을 멈춘후에 다시 세상을 보니

여전히 변함이 없고

여전히 시끄럽고

여전히 소란하고

여전히 희망을 찾아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린다.


아 ! 찬란한 가을의 햇빛이 카페의 창사이로 들어와 비추는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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