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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보여준 용기있는 성찬식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by 김병태

조기 은퇴한후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Advent 대림절이 시작되는 주일이다. 소속교회가 없기에 자유로운 나는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CHRIST CHURCH CATHERAL 에 가서 HOPE 라는 주제의 예배에 참여한다.


성공회의 대표적인 교회답게 장엄한 예배당과 함께 적당한 숫자가 모여 시각적인 의식에 강한 예배를 오래간만에 드린다. 목회자들이 입은 가운이 오늘의 주제와 잘 맞게 굉장히 고급진 가운으로 잘 배열되어 있어 영국에서 왕족의 교회라는 이미지를 오히려 캐나다 여기에서 보여줄 정도이다.


밴쿠버의 다운타운에 가면 대표적인 거리인 버라드 와 조지아거리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이 성공회성당은 관광의 명소이기도 하다. 주변의 호텔들과 사무실 빌딩사이로 사거리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며 지금도 예배의 시작과 끝에서 울려 퍼지게 하는 종소리는 현대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전통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음악과 성경읽기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고 짧은 설교를 듣다가 이제는 거의 끝나갈 무렵 성찬식을 한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때 하신것을 표준으로 하는 성찬식은 포도주와 떡이 중심이다. 기본개념은 성찬에 참여하는 이들이 모두 형제요 자매라는 것을 상징하여 한병의 포도주와 빵을 함께 나누어먹는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하얀과자같이 생긴 조그마한 떡을 상징하는 과자를 포도주에 찍어 먹는게 보통이다.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는 성찬기라고 해서 포도주를 잔에 담아 주고 카스테라를 잘게 잘라 하나씩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 캐나다주류사회의 대표적인 교회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Christ Church Catheral 이 포도주를 분배하는데 잔으로 마시게 한다. 의식을 집례하는 목회자가 큰 잔의 포도주를 여러개의 작은 잔에 옮기고 여러방향에서 오는 회중들에게 그 작은잔에 담겨진 포도주를 입에 대고 마시게 한다. 그래서 자기방향의 사람들은 포도주를 든 이가 한 사람이 잔을 마시면 그것을 손수건같은것으로 닦고 다음 사람이 마시는 식으로 같은 잔으로 포도주를 먹는다. 한잔의 포도주를 수십명이 같이 입에 대고 마시게 된다.


물론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좋지 않은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 교회는 주류사회의 대표적인 여론주도층이 참여하는 교회이지만 그럼에도 온갖종류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나같은 나그네도 시간에 맞추어 참여하고 한국으로 치면 도지사격인 주 수상도 세명의 어린아이들과 함께 예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본다.


아마 보통의 교회이거나 교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대중이 보았으면 위생이니 감염이니 위험하다느니 온갖 소리가 나왔을 포도주잔분배였다. 실제로 로마제국당시에도 이 성찬식이 오해받아 실제로 사람의 살과 피를 먹는것으로 소문이 나 박해의 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이 성찬식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았다.

밴쿠버의 가장 대표적인 주류교회는 참여한 모든 이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한잔의 포도주를 같이 한입으로 마시는 행동을 통하여 그리스도안에서 나이,성별,지식의 유무,자산의 유무를 떠나 형제요 자매라는 상징을 이 작은 행동으로 실천한다. 이 교회도 노인들이 많다. 그리고 이 노인들은 기꺼이 자신의 입을 대고 같은 잔에 포도주를 나눈다. 코로나를 겪은후에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음에 나는 깊은 인상을 받고 예배당을 떠난다.


설교중심의, 언어중심의 개신교생활을 한 나는 언어와 행동사이의 간격과 괴리를 잘 안다.

그리고 그 괴리와 간격사이에서 우리의 언어가 얼마나 천박하고 오염되었는지를 고민한다.

그런나에게 언어보다는 의식에 촛점을 두었지만 그 성찬의 모습을 통하여

지금 나는 내게 묻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른 이를 향하여 강요하고

나에게는 예외로 삼는 우리들의 당연시되는 모습속에서

먼저 구원받은자로서 이에 합당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사는데 인색했던 나를 바라보게 한

성찬의 충격을 이 겨울의 길목에서 맞는다.


그래서 2025년 성탄은 기대가 된다.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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