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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May 14. 2024

모든 건 다 내 탓이야

나의 작은 검은 강아지 ep.2 - 모든 건 다 내 탓이야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나는 회피해 버린다. 가슴에 묻은 채 우울함을 느낀다. 나는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알았다. 아, 내가 ~때문에 힘들었구나. 앞뒤 상황 파악하지 않고 우울함을 그대로 느끼며, 이유조차 모르던 나. 동생이, 애인이, 주변 지인이 힘든 이유를 말해 보라고 했을 때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던 나.


"그럼 평소에 뭐해요?" 

"자소서 쓰고 면접을 봐요"

"그러면 좋은 마음으로 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럼 우울함에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정말 나도 모르는 무의식 중에 가슴에 묻는 생각들 때문에, 나는 우울함의 원인 파악이 항상 어려웠다. 그저 우울증으로 머리가 안개가 낀 느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가슴에 묻고 회피했던 것이다. 이유 없는 우울이 아닌 이유 있는 우울이라, 해결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유가 없어서 피할 수 없는 게 더 내 신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이미 망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어날 자신이 없다. 그런데 아직 악의 덩어리는 아니라고 한다,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많은 사람을 봐온 사람의 말이 맞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해보려 한다. 나의 고착화된 생각이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는 어떤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모든 잘못을 모두 내 탓으로 돌린다. 그것이 내 잘못이든 아니든 간에. 흑백논리로 점철되어있는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모 아니면 도. 너 탓 아니면 내 탓. 그렇지만, 나는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 내 탓을 해서 얻는 것이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문제의 당면했을 때 시시 일비를 가리는 것을 어려워한다. 몇 퍼센트까지 나누며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들춰내는 그 행위 자체가 우울함과 불안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그 감정을 감당할 수 없고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어렸을 때는 그랬을 수도 있다고, 그래서 이 선택이 편하니 계속 그렇게 해왔을 거라고 했다. 나는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너무 감정을 못 다루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라는데, 나는 왜 이렇게 무서울까. 그 우울함과 불안함이. 


알고 있다, 갈등 상황을 직면하고 내가 고칠 점과 반성해야 할 점을 찾고, 이겨내며 성장하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럴 의지가 없는 것일까, 감정이 두려운 것일까, 정말 이겨낼 힘이 없는 것일까.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한 인정을 못하는 이유가 뭘까. 그래서 그냥 모두 내 탓으로 하여 계속 나를 향한 미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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