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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Jun 01. 2024

우울증 환자 사고의 연역법과 귀납법

나의 작은 검은 강아지 ep3. - 우울증 환자의 연역법과 귀납법

대학생 때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상담 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그 시절, 생각이 얼마나 많았는지 어쩌면 감정의 소스가 제일 많았던 때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병원을 다녀오며 그 시절에 생각했던 한 관념이 떠올랐다. '나는 지능이 낮아서 우울증인 걸까?'에 대해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라고 하셨다. 그저 사고 회로가 잘못된 것뿐이라고. 이번 2주 동안은 다시 안정감을 되찾았다. 내가 생각하는 어떠한 '이 시절에는 이걸 해야 해!'가 지켜졌기 때문이다. 그건 일을 하는 것이다. 직업을 갖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 하지만 우울함이 없어진 건 아니다. 다른 것으로 외면된 것도 아니다. 우울 위에 다른 것이 겹쳐진 것뿐이다.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는 편이다. 그리고 '나 때문인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확신한다. 나 때문이라고. 선생님이 물었다, 왜 그런 것 같으세요?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요. 그렇다면 왜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건 모두에게 욕먹고 싶지 않은 것과 일맥상통하네요.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모두 비위를 맞추는 거예요. 맞다, 모든 인간관계에 무거운 가면을 쓰고 연기가 끝나면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에 돌아온다. 또, 나는 그 시절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욕먹어도 싼 나를 욕먹는 게 싫다고 하는 걸까? 나는 나를 혐오하는데?' 라며 고민하던 시절이 있다. 오늘 이 이야기를 하니 선생님은 자기 자신을 싫어하니 그래도 방어는 해야 한다고, 싫은 것을 들켜서 좋을 건 없고 힘든 건 똑같다고. 


한 마디로 정리한다고 하면, 선생님은 이렇게 표현하셨다. 나는 연역법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못났어'에 대한 가설에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해'라는 생각으로 가설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자고 했다. 귀납법으로 내 행동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고 내가 잘못했는지, 내가 못났는지 판단하자고.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면 기준을 찾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안정을 느껴보라고 하셨다. 그 '느낌'을 느껴봐야 한다고. 그 느낌이 불안의 반대인 '안정'처럼 느껴졌다. 나와 거리가 아주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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