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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Jun 16. 2024

매일이 시험기간

나의 작은 검은 강아지 ep4. - 매일이 시험기간

매일이 시험 기간인 기분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그건 바로 나, 무언지 모를 압박과 쫓기는 기분으로 산다. 


예전에 상담을 받았던 때, 내 입으로 뱉었던 한 문장이 떠오른다. 또, 상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말도.

- (고등학생/대학생 시절) "미래에 직장인이 돼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살 것 같아요."

- "생각의 길이 한 길로만 파져 있어요. 다른 길을 같이 만들어 가요."


나는 항상 무언가에 쫓겼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때는, '난 나를 증오하는데 왜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거지? 난 나를 사랑하나? 정말 구역질 난다.' 이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망나니로 살기에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았다. 뒷감당은 본인이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도저히 뒷감당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재수강을 한다던지, 제 때 취직을 못한다던지. 못난 나를, 남들에게 뒤처지는 나를 볼 수가 없었다. 볼 자신이 없었다. 


그 쫓기는 감정은 대학생 때 제일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비교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줄 세워지는 학점, 보이는 대외활동들. 나는 겁먹은 사람이었다.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웠고, 새로운 것을 하는 게 무서웠다. 생각해 보니 사람이 무섭다고 했다, 동생에게. 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허송세월이란 말을 제일 무서워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내가 내뱉은 말은 현실이 되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그 압박은 계속 갔다. 이번 주 병원에서 이 얘길 했다. 저녁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못하겠는데 뭔갈 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하다고. 그리고 말씀하셨다. 계속하는 생각만 할 것 같다고. 다른 생각을 해보라고. 

- "나는 왜 영어 공부를 해야 하지?"

- "그것도 굳이 일하고 온 저녁 시간에?"

...


한 길로 파인 길에 다른 길을 내려고 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곧바른 생각을 하면 된다고 했다. 저번 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증거를 수집하여 결과를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말하셨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거라고. 언제쯤이면 더 나은 나를 희망하는 것을, 그리고 못마땅한 나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미래의 나는 괜찮을 거야, 좋지 않으면 그때 해결하면 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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