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려줌.
나, 삼십 대 직장인이다.
아침 6시. 알람을 끄고 바로 화장실로 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정신을 차린다.
낱개 포장된 세척사과를 예쁘게 잘라 그릇에 담고, 한 켠에 땅콩버터를 한 숟갈—내 나름의 플레이팅!
레몬즙 탄 물을 먼저 한 컵 마시고 사과를 집어 먹는다. The New York Times 경제·시사 파트를 몇 개 훑으며 모르는 단어는 공책에 적는다.
그리고 일어나 영양제 몇 알, 오메가 3랑 비타민을 털어 넣고 머리를 말린다. 다이슨 슈퍼소닉과 헤어랩으로 머리를 해줬다.
월요일이니까 하얀 셔츠. 정돈된 한 주를 위한 나름의 의식이랄까? 신발장에서는 7cm 굽의 구두를 꺼낸다. 회사 가는 길목에 있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또각또각 사무실 바닥. 한 손엔 아메리카노, 다른 손엔프라다 숄더백. 두 개의 모니터가 있는 내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 하나엔 숫자로 가득한 엑셀, 다른 하나엔 형형색색 그래프.
옆자리 사원이 글이 빼곡히 적인 A4 묶음을 나에게 전해줬다. 어제 요청해 둔 정리 자료다.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하고 미소를 건넨다.
점심시간이 되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동료들을 만났다. 오늘의 메뉴는 김치찌개. 대기번호 1번이라 조금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재테크 이야기를 하는데 주식이야기가 나왔다. 어느새 삼성이 8층을 넘어 안도를 하고. 또 동료 한 명은 증권가 일하는 지인이 알려준 정보라며 주식 종목을 하나 추천 해준다.
그때 순서가 와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다들 앞치마를 걸쳐주고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 앞에 앉았다. 어제 술 마신 K대리는 해장을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어느새 나는 밥 한 그릇을 비워 “밥 한 공기 더 해서 반반 나눠 드실 분!”을 외치고, S대리는 “그렇게 먹고도 살이 안 찌냐”라고 묻는다. “옷으로 다 가리죠!” 하며 웃는다.
식후 회사 1층 카페에 들러 모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손에 들었다.
이 닦으러 들어간 화장실 거울 앞에서는 C과장님과 레이저, 보톡스 이야기를 나누곤 서로의 피부 칭찬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지워진 립스틱을 다시 바르고 자리로 향했다.
나에게 혈당 스파이크 따위 없다. 다시 모니터에 집중을 하다 시간을 슬쩍 보고는 팀장님께 새 사업계획을 보고 드리러 간다. “진행해 봅시다.” 깔-끔하게 승인받고 도도하고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저녁 7시 40분. 오늘 하루도 알차게 일했다! 8시 운동에 늦을 것 같아 급히 나와 회사 옆 헬스장으로 향했다. 월·수·금은 PT, 화는 골프 레슨, 목은 테니스 혹은 약속. 오늘은 월요일이니 PT! 헬스장 한켠에 새겨져 있는 ‘No Pain, No Gain’을 노려보며 등을 조진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개운하게 집으로 간다.
구두를 벗어던지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집어 들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지금 이 글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감정이 없다! 왜냐하면 이건 내 일상이 아니니까.
장르가 에세이에서 소설이 될 뻔 했다.
오늘 아침의 나는 알람을 여러 번 무시했고, 결국 여동생의 “야!!!”에 부은 얼굴을 이끌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은 5분 컷, 서랍에서 편한 티셔츠와 널널한 고무줄 슬랙스. 신발은 꾸겨 신는 나이키 코르테즈—고등학생 때도 코르테즈를 신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그리고 핸드백은 가당치도 않다. 백팩을 한쪽 어깨에 메고 출근한다. 머리는 시간이 부족해서 안 말렸지만 머릿결이 상할까 봐 라는 핑계를 댄다.
스타벅스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 “다른 데서 돈 아꼈으니 괜찮아”라며 합리화를 하고 6,700원짜리 크림 라떼를 주문했다. 속으론 “내일은 절대 안 산다. 돈 모아야지.”.
9시 10분 전 출근. 살짝 보이는 눈치에 더 해맑게 웃으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크림라떼 한 입을 마시고 그 달달함에 행복도 스파이크가 올라 스타벅스 컵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며 ‘이게 행복이지.’를 썼다. 그리고는 통통한 몸으로 의자에서 살짝 춤을 춰줬다. 나에게는 춤, 남들이 보기엔 꿈틀꿈틀.
그래! 이게 행복이지! 나는 행복하다고!
위에 글로 그린(?) 상상 속의 모습은 어릴 때부터 그려온 서른의 모습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서른 즈음의 모습. 어쩌면 내가 그린 모습에 불편을 느낄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는 엄마 옆에서 드라마를 보며 자랐고 환상도 있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아주 평범한 소녀였기 때문에.
그리고 여러 분들도 아직 기대하고 있거나 기대했었지 않으신가? 서른이면 멋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의 서른은 아직 어리고 투박하고 우당탕탕이다.
결혼? 그건 제가 결정하나요? 엄마, 아빠가 아니고요?
출산? 나에게 아이가? 나도 아직 애긴데?
또 그냥 일상 얘기다.
하지만 이제 사회생활 생존기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어른‘이라고 부르며 ’ 나는 아직 어른 아님‘을 외치는 삼십 대의 일상.
우당탕탕 좌충우돌 뻑하면 긴장해서 화장실로 달려가는 서른한 살.
내년이라고 내가 7cm 구두를 신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출근할까?
아닐걸.
5년 뒤라고 내가 요일마다 운동을 바꿔가며 건강관리를 할까? 글쎄..
몇 년 지난다고 딱히 바뀔 것 같지 않으니 감히 삼십 대를 뭉퉁그려 말하며 시작하는 나의 생존기.
아, 좀 식상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