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와 공정경쟁의 교차점

공정거래법의 새로운 과제

by 날개

개인정보를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단순 정보로 한정하고 개별 개인정보에 대한 가치를 기준으로 '보호'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개인정보의 식별성을 제거한 가명정보, 익명정보, 행태정보(접속정보, 거래정보, 위치정보, 활동정보 등), 파생정보 등과 이에 대한 프로파일링까지... 광범위한 개인정보 데이터는 AI를 통해 결합되고 가공되며 추론되며 학습되는 과정을 통하여 무한정 확대 및 재생산될 수 있으며, 나보다 나 자신을 더 잘 아는 메가 마이크로(수많은 사람의 아주 자세한) 개인정보가 내가 모르는 새에 생성되어 유통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헌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이미 그 통제권을 상실한 지 오래이며, 개인정보보호법제도 그 한계를 드러내는 대형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뉴스를 보면,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전국민의 웬만한 개인식별정보가 많은 국가에 뿌려져 헐값에 유통되고 있을 것만 같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는 휴대폰 번호를 가지고 피싱이나 스미싱 등 사기범죄에 이용하는 극단적인 불법 이용을 넘어서서, 개인에 관한 빅데이터를 이윤창출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는 것이 기업의 일상적인 전략이 되어 버린 이 시점에, 개인정보 데이터 이용의 '공정성'(fairness)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싶다.


온라인 플랫폼은 양면시장에서 한복판에 서있는 '중개자'(intermediary)이기 때문에, 가입자나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거래를 하면 할수록 이를 이용하는 이용사업자와 일반 소비자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빅데이터가 집중되고 누적됨으로써, 정보의 '불균형성'(asymmetry)은 심화되어 간다. 온라인 플랫폼은 이러한 지위를 십분 활용하여 이용사업자와 소비자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갑질'을 일삼을 수 있다. 모든 기업은 이익의 최대 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의 입지를 넓혀 나가고 지위를 강화하는 데에 시장의 구조적인 맹점을 이용할 개연성이 작지 않다. 예컨대, 특정 플랫폼이 독과점하는 시장에서 관련시장의 사업자는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현실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하였을 때, 훨씬 더 많은 소비자와 이용사업자의 개인정보 데이터 자산을 가진 플랫폼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고, 그러한 지위를 이용하여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거나, 자사우대, 끼워팔기, 가격차별, 데이터 이동권 제한 등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행위가 어떤 측면에서는 궁극적으로 소비자후생(consumer welfare)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예컨대, 소비자의 선택권은 늘어나고 공급가격은 낮아질 수 있음), 단순히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특정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불공정한 거래는 소비자와 이용사업자에게 손해를 입히게 되고 결국에는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불공정성은 소비자후생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렇지만, '불공정성'과 '소비자후생'을 정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규범적 판단 기준인 불공정성의 측정 자체가 힘들고, 설사 측정한다고 하여도 두 지표의 비교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경제분석을 통한 정량적인 기준으로만 규범판단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온라인 플랫폼이 이용자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가격차별', '자사우대'와 같은 특정행위는 아직도 그 행위가 시장에 가져다주는 효익과 손실에 관하여 전세계적으로 아직 '갑론을박'이 현재진행 중이다.


한편, 개인정보 데이터를 이용한 온라인 플랫폼의 데이터 '착취' 행위가 공정한 경쟁의 문제로서 경쟁법의 이슈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동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통하여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낮은 가격으로 제공되게 함으로써 소비자후생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공정거래법은 직접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수호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규제하는 등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여야 하고, 이를 통해 경제주체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실현하여야 하는 궁극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견으로, 우리나라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처럼 거창한 사전 규제(ex-ante regulation)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공정거래법상의 규제 도구인 시장지배적지위 착취남용(소비자이익 저해행위) 규제, 불공정거래행위(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규제 등을 활용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세부지침을 만들어, 개인정보 데이터를 부당하게 착취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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