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힐렐-카르납 역설: 확률 0%의 모순이 가장 유익하다는 거짓말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우리의 불확실성(uncertainty)이 효과적으로 해소될까? 역설적이게도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는 '모순(contradiction)은 왜 정보 이론상 최대의 정보량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없는가?'라는 바-힐렐-카르납 역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플로리디 교수가 소개하는 바-힐렐-카르납 역설(Bar-Hillel-Carnap Paradox)은 정보 이론의 기본 전제가 우리의 일상적인 '의미 있는 정보'(semantic information)' 고정관념과 충돌하는 지점을 파헤친다. 이 역설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정보 이론이 정보를 측정하는 방식인 '정보-확률 반비례 원칙'(IRP, Inverse Relationship Principle)에 있다. 이 원칙은 어떤 사건이나 명제 p가 발생할 확률(probability)이 낮을수록 그 명제가 더 많은 정보량(amount of Information)을 가진다고 정의한다. 예컨대, 흔한 일보다는 매우 드문 일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우리의 불확실성(uncertainty)을 더 크게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IRP는 정보가 곧 놀라움(surprise)의 정도라고 보는 관점과 일치한다.
문제는 이 IRP를 논리적 극한까지 밀어붙일 때 발생한다. '예호수아 바-힐렐'(Yehoshua Bar-Hillel, 1915-1975)과 '루돌프 카르납'(Rudolf Carnap, 1891-1970)에 따르면, 어떤 명제가 절대 불가능하여 확률이 0이 되는 경우, 즉 논리적 모순(contradiction) 일 때, 이 명제는 이론적으로 최대의 정보량을 갖는다고 말한다. 만약 "내 차의 배터리가 방전되었으면서, 동시에 방전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면, 이 모순 명제는 현실적으로 참이 될 확률이 0이므로, IRP 계산상으로는 세상의 모든 불확실성을 가장 크게 제거한 것으로 측정되어야 한다. 이처럼 모순이 가장 유용한 정보가 된다는 비합리적인 결론이 바로 바-힐렐-카르납 역설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식은 이 결론에 즉시 반발한다. 모순된 명제는 현실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하며, 오히려 가장 무의미하고 혼란스러운 내용(content) 일뿐이다. 이 역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확률 기반의 양적 정보 이론이 진리값(truth value), 즉 명제가 실제로 참인지 거짓인지 여부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 이론이 측정한 것은 명제가 가능한 모든 상황의 수를 얼마나 기술적으로 줄였는가 하는 구문론적(syntactic)인 효율성뿐이었다. 모순은 가능한 모든 상황을 '배제'함으로써 기술적 효율성만 최고로 삼았을 뿐, 그 배제가 현실의 '진실'(truth)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미를 상실한다.
이러한 역설을 해소하고 우리의 직관을 회복하는 길은 플로리디가 제시하듯이, 정보의 정의에 진실성(veridicality) 조건을 포함하는 '의미론적으로 강력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즉, 어떤 내용이 사실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factual semantic Information)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참'(true)이어야 한다. 이 관점을 적용하면, 모순이나 거짓은 애초에 진실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유용한 정보가 아니라 단순한 '내용'으로 간주되어 정보량 측정 대상에서 선험적으로 제외된다. 이로써 '모순이 가장 유용한 정보'라는 역설이 깔끔하게 해소된다.
이 바-힐렐-카르납 역설에 대한 플로리디의 해설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깨달음은 명확하다. 진정한 지식이나 질서를 창출하는 정보는 단순히 그 희소성(rarity)이나 기술적 효율성만으로 측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보의 가치는 그 내용이 현실과의 정합성(alignment with reality), 즉 진실성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발생한다. 이 통찰은 법치주의나 산업경쟁규제와 같은 복잡한 사회 시스템에 적용되는, 모순되거나 현실과 괴리된 규칙은 아무리 복잡한 논리를 통해 도출되었더라도, 사회에 최대의 혼란(entropy)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규제시스템의 반엔트로피적 기능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질(quality), 즉 규범의 진실성을 담보할 때 비로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