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규제의 뇌신경 해부학

시장 가소성 확보: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규제의 반엔트로피

by 날개

'엔트로피'(entropy)는 본래 '안으로의 변화'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어, 물리학에서는 무질서(disorder)의 정도를 의미하는데, 모든 닫힌 물리적 시스템의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거나 일정하게 유지되며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열역학의 제2법칙)은 잘 알려져 있다.


사회적으로도 시스템이나 조직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질서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분해되거나 비효율적으로 변해 결국 붕괴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엔트로피 법칙이 비유적으로 흔히 사용된다. 우리 뇌의 정보처리 질서도 엔트로피도 향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법치주의와 마찬가지로 반엔트로피적 시스템이라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플로리디의 신경 정보 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과 후크의 법치주의에 대한 논의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영역인 생물학과 사회 시스템이 '반엔트로피'(negentropy)라는 공통의 원리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고 정보를 처리하며 생존을 도모하는 유기적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극적으로 연결된다. 이하에서는 이 둘의 유기적 결합과 해부를 통해 얻어지는 산업경쟁규제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플로리디는 생물학적 생명은 열역학적 엔트로피와의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논의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생명체는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추출하고 처리하여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거나 번식하는 반엔트로피 정보 개체이다. 신경계는 이러한 반엔트로피적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궁극적인 무기로 진화해 왔다. 뉴런의 세포체인 소마(soma)는 수많은 가지돌기로부터 들어오는 전기화학적 신호들을 통합하고 결정하는 중심부이며, 이는 무질서한 정보를 질서 있는 활동 전위(AP)라는 단일 신호로 변환하여 축삭을 따라 전달한다. 이처럼 뇌는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를 통해 외부 세계의 무질서(엔트로피)를 유기체에 유익한 정보로 변환하고 신체적 질서(반엔트로피)를 창출한다. 즉, 뇌는 미시적인 소마 수준부터 거시적인 존(zone) 수준까지 일관되게 질서를 창출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뇌의 반엔트로피적 메커니즘은 사회 시스템, 특히 법치주의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비유적 장치가 된다. 후크는 법치주의가 사회적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는 도구이며, 비밀경찰이나 군화를 신은 깡패를 동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저렴한 통치 기술임을 시사한다. 개인의 충동, 갈등, 무작위적 행위 등 사회에 내재된 혼란과 불확실성(엔트로피)을 제어하고, 예측 가능한 질서(반엔트로피)를 구축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핵심 기능이다. 풀러가 지적한 법치주의의 자질, 즉 명확성, 공표, 일관성, 안정성, 일반성, 소급 적용 금지 등은 곧 법치주의라는 정보 시스템이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고 사회의 무질서도를 낮추기 위해 갖추어야 할 정보의 구조적 특성이다.


법치주의를 정보 시스템으로 대응시켜 보면, 법원, 의회, 행정부와 같은 법률 기관은 뉴런의 소마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 기관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모호한 데이터(사건, 증거, 여론)를 수신하고, 이를 법규라는 절차적 상호작용을 통해 판결, 입법, 집행이라는 질서 있는 결정(반엔트로피적 정보)으로 통합하고 변환한다. 뉴런의 활동 전위 주파수가 정보의 강도를 전달하듯이, 법적 결정과 집행의 일관성과 신뢰성은 법치주의의 반엔트로피적 힘을 결정한다. 만약 법규가 불투명하거나 예측 불가능하게 급변한다면, 이는 뇌 시스템에서 뉴런의 신호 전달이 불안정해져 유기체가 혼란에 빠지는 것과 같이, 사회의 질서가 붕괴되고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후크는 법치주의의 이러한 형식적 요구사항들이 단순히 절대적인 특징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임을 명확히 한다. '안토닌 스칼리아'(Antonin Scalia, 1936-2016)는 모호한 '기준'보다 '명확한 규칙'을 선호하며 재량권 축소를 주장하는데, 이는 뇌 시스템에서 정보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요구와 유사하다. 하지만 후크는 모든 모호함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민주적 심의 과정의 타협은 필연적으로 '텍스트'의 개방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합리적 주의 의무'와 같은 모호한 기준이 오히려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유연한 반엔트로피적 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뇌가 명확한 규칙(규칙 기반 처리)과 유연한 상황 판단(패턴 인식 및 추론)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며, 법치주의는 완전한 명확성을 희생하더라도 사회의 동적 현실에 적응하는 능력, 즉 가소성을 확보해야 함을 시사한다.


후크는 법치주의가 특정 권력 남용을 억제하는 '내부 도덕성'이라는 풀러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이는 법치주의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그는 법치주의가 노예제나 남북전행이 후 인종차별을 합법화한 '짐 크로우'(Jim Crow) 체제 유지에 이용되었던 것처럼, 그 형식적 질서 자체가 도덕적 선(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뇌가 제공하는 정보처리 능력이 선한 목적뿐만 아니라 악한 목적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법치주의는 엔트로피를 억제하는 강력한 시스템이지만, 그 시스템이 어떤 정보(가치, 이념)를 처리하고 어떤 질서를 구축하는가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극명하게 달라진다. 결국 법치주의가 국민을 이성적인 자율적 존재로 취급한다는 겸손한 미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의 명확성뿐만 아니라 접근성과 실제적 집행에 대한 라즈와 같은 학자들의 우려처럼, 사회적 자원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뇌와 법치주의의 반엔트로피 시스템적 분석은 현재의 산업경쟁규제에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현대 산업경쟁 환경은 국제 정세기술의 급변, 정보의 폭발적 증가, 시장 경계의 모호화로 인해 극도의 엔트로피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독점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시장 행위는 기존 법규의 명확성, 일반성, 안정성을 시험대에 올린다. 산업경쟁규제는 시장의 무질서한 경쟁(엔트로피)을 방지하고, 혁신을 위한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질서(반엔트로피)를 구축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산업경쟁규제 시스템은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적용하여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규제 당국(소마)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 행위에 대해 신속하게 정보를 통합하고 질서 있는 결정(반엔트로피)을 내릴 수 있도록 유연성(가소성)을 확보해야 한다. 후크가 언급한 것처럼, 사기나 탈세에 관한 법률처럼 모든 행위를 미리 목록화하기 어렵듯이, 규제는 '모호한 기준'을 활용하여 광범위한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규제 기관은 정보의 명확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플로리디의 지적처럼 신경계가 외부 데이터를 유기체에 유익한 정보로 변환하듯이, 규제 당국은 복잡한 경제 분석과 법적 판단을 시장 참여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을 규칙(rule)에 맞춰 조정할 수 있도록 공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치주의는 라즈의 우려처럼 소수의 법전문가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자에게만 유용한 시스템이 되어, 사회적 엔트로피를 증대시킬 것이다.


궁극적으로, 산업경쟁규제는 시장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반엔트로피적 질서를 주입하여, 무질서한 경쟁을 통한 자원의 비효율적 소모를 막고 지속 가능한 혁신과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 이는 플로리디가 말한 생명체의 자기 유지 및 번식 목표와 동일한 맥락이다. 규제 시스템은 단순한 억압을 넘어,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규칙을 통해 기업들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생산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보 처리 및 질서 창출 시스템으로서 완벽하게 기능해야 한다. 후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시스템은 노예적인 규칙 준수를 넘어 '신중한 주의와 절제된 태도'로 적용되어야 하며,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기적인 가소성을 갖출 때 비로소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건강한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는 궁극적인 반엔트로피 시스템으로 정상작동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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