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와 디지털 인격권 보호 사이의 새로운 균형 찾기
성적 흥분을 목적으로 하는 성적인 노골적 묘사를 뜻하는 '포르노그래피'와 '음란'(obscenity)에 대한 규제 논의가 난항을 겪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 판단의 기준이 극도로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음란의 경계는 문화, 시대, 개인의 도덕관에 따라 끊임없이 유동적이며, 법적 판단조차도 "공동체의 평균적인 기준", "일반 보통인의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지 여부"라는 모호한 잣대에 의존한다. 이러한 주관성 때문에 국가가 어디까지 개인의 성적 표현에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복잡한 철학적 딜레마로 남는다. 이 딜레마의 한 축에는 '법적 도덕주의자들'(legal moralists)이 서 있으며, 이들은 음란물의 주관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가 사회의 도덕적 토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강력한 논리를 펼친다.
워버턴 교수는 이 법적 도덕주의자들의 접근법을 소개하는데, 이들은 포르노의 유통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도덕적 구조와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훼손하는 공공의 해악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개인의 자유보다 문화, 도덕적 분위기, 삶의 방식의 생존이라는 가치가 훨씬 더 높은 지위를 갖는다고 믿으며, 따라서 국가가 개입할 의무가 있다고 단언한다. 포르노에 대한 도덕주의적 접근은 '도덕적 해악'이 곧 '진정한 해악'이라고 믿는 데서 출발하며, 이들은 언론의 자유 원칙에 근거한 방어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음란물의 주관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주관적 불쾌감이 누적되어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위협할 때 국가가 나설 수 있다는 논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워버턴은 이 도덕주의적 접근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가부장주의의 한 형태이며, 국가가 '좋은 삶'에 대한 상반된 견해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자유주의적 입장을 제시한다. 자유주의자들은 국가가 다원주의를 용인하고 개인에게 특정한 도덕성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취지에서 포르노 규제는 결국 '표현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대립되는 두 핵심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규제는 주관적인 음란의 기준을 어떻게든 객관적인 법적 경계로 끌어올리려는 지난한 노력을 요구한다.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이들조차도 어딘가에 선을 긋고 싶어 하는 근본적인 윤리적 직관은 이 문제의 주관성만큼이나 강력하다고 워버턴은 지적한다.
이 '선 긋기'의 딜레마는 컴퓨터로 생성된 '아동 포르노' 이미지 문제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워버턴은 이 이미지가 실제 피해자가 없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이미지가 아동을 해칠 수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길 가능성 때문에 불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윤리적 직관을 제시한다. 이는 음란성에 대한 판단이 실제 피해 유무를 넘어, 잠재적이고 윤리적인 해악의 위험성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며, 주관적인 혐오감이 법적 금지라는 강력한 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임을 보여준다. 포르노에 대한 주관적인 '도덕적 해악' 논의가 '잠재적 해악'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포르노에 대한 도덕주의적 논의와 '잠재적 해악'에 대한 깊은 성찰은 현대의 기술적 위협인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 문제와 연결된다. 우선 딥페이크 포르노 논의의 핵심은 피해자가 명확히 존재하는 실제 인물의 인격권 침해 및 성적 폭력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3월 2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를 신설하여,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영상물 등을 편집·합성하거나 유포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했다. 이는 실존하는 대상자의 명예와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촬영' 행위가 없어도 조작만으로 처벌함으로써 인격 조작을 통한 실질적 해악을 강력하게 규제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반영한다. 다만, 워버턴이 언급한 '컴퓨터로 생성된 이미지'처럼, 이 조항의 규율 대상이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로 한정됨에 따라, 피해자가 실존하지 않는 가상 인물에 대한 성적 조작물은 이 법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공존한다.
따라서 딥페이크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디지털 인격권 보호라는 가치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제에 직면한다. 피해자가 실존하는 경우 규제의 필요성은 인격권 훼손이라는 객관적 피해 위험 때문에 명확하지만, 그 범위가 예술적 표현의 자유나 풍자와 같은 합법적인 영역이거나, 가상 인물에 관한 것으로서 '도덕적 해악'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에 관한 또 다른 "판단기준"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딥페이크에 대한 규제는 기술적 조작을 통한 실질적인 '피해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도덕적 해악 방지'라는 또 다른 숙제를 자유주의적 원칙에 따라 해결하려는 고난이도의 시도이다. 규제를 통해 기술의 악용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되, 건전한 사회적 소통과 표현의 가능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딥페이크 규제는 주관적인 음란 기준을 넘어선 '기술을 이용한 인격 침해'에 관해 자유와 안전 사이의 경계를 설정한 사회적 숙고의 산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