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패턴의 함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White 교수의 충고

by 날개

표준적인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특정 시장에서 경쟁자 없는 독점은 비효율적이므로, 경쟁 상황을 만들어야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제공되어 소비자후생이 증가한다'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과 같이 '네트워크 효과'(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증가하는 경제적 현상)가 두드러지는 산업에서는 교과서 얘기는 '거짓'일 수 있다.


Alexander White 교수는 CPI에 기고한 'Platforms Economics: Recent Finding and Further Questions'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는 추가 '경쟁자' 진입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주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오히려 시장집중이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으로 차량호출을 할 때 해당지역의 드라이버가 여러 개의 앱으로 분산되는 것보다, 모든 드라이버가 단일 앱에 표시되는 것이 더 소비자에게 편리할 수 있는 것'을 들면서, 플랫폼 시장의 특수한 사정을 꼬집는다.


White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시장과는 달리 '비뚤어진 패턴'(perverse pattern)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식과는 다르게 '경쟁'이 가격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지거나, 추가적인 경쟁 플랫폼의 시장 진입이 역설적으로 이미 지배적 지위에 있는 플랫폼의 지위를 더 강화하는 진입유도(entry-induced) 지배력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차례로 설명한다.


전통적 산업의 '이윤'(markup)은 수요와 비례하고 경쟁업체의 수와 반비례한다. 즉 수요가 많아질수록, 경쟁업체가 적어질수록 이윤이 늘어난다. 이에 반해 플랫폼의 가격책정에서는 전통적인 산업의 그것과 달리 '규모의 할인'(scale discount)이라는 추가적인 요소가 개입된다. 즉, 플랫폼이 더 큰 규모이거나 소수의 플랫폼이 동일한 수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더 큰 할인을 제공할 동기가 있다. 따라서, 경쟁 플랫폼의 수가 늘어나게 되면 플랫폼은 기존의 이윤을 줄이는 것보다 규모의 할인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가격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특정 플랫폼이 지배한 시장에 새로운 플랫폼의 진입하면, 기존 플랫폼의 우위를 이끌어주거나 이미 지배적인 플랫폼이 선도적인 위치를 강화해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특정 시장에 규모가 대등한 A와 B, 2개의 플랫폼이 있는 시장이 있다고 한다면, 새로운 C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에 C가 대부분 B의 사용자를 끌어가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그 결과 A는 C의 진입 이전보다 더 큰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는 눈덩이효과(snowball effect)를 누릴 수 있다. A는 대규모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더 큰 규모의 할인을 제공할 수 있게 되므로 시장집중은 더 심화되게 된다. 규제 논의에서 대형 플랫폼의 독주를 길들이기 위해 더 많은 플랫폼의 진입을 촉진하는 것이 오히려 이러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White 교수는, 이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효과가 플랫폼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인데, 특정 플랫폼의 매력은 참여하는 사용자의 수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사용자의 수이기 때문에,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조합하여 가입할 수 있는 정교한 '멀티호밍'(multi-homing) 모델을 개발하거나, 플랫폼 간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 데이터의 '호환성'(compatibility) 또는 '이동성'(portibility)이 정책적으로 장려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면, 비뚤어진 패턴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네트워크 효과와 구분되는 '파급효과'(spillover)에 대하여 주목하는데, 파급효과는 특정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이 수많은 사람이 가입된 특정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상당히 불편하거나 후생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라고 설명한다(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카카오톡 미가입자가 연락의 불편을 호소하며 가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서 그가 강조한 것은 파급효과로 인한 부분에 비해 해당 플랫폼 내에 사용자들끼리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부분에 플랫폼은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되므로, 이러한 함의를 고려하여 플랫폼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White 교수의 말대로 이미 독점적 지위에 올라선 대형 플랫폼들은 초기에 수백만 명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아웃라이어'(outlier)였고, 다양한 차원의 혁신과 실험, 실행에, 운(luck)까지 따른 행운아였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규제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규제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비뚤어진 패턴'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의도와는 다르게 기존 지배적 플랫폼에게 유리한 규제를 만들어 내거나, 시장이 경직되거나, 혁신이 저하되거나,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길은 어렵고도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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