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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는 법

에밀

 서양 철학 최고의 교육 지침서인 에밀을 읽고 나는 이를 칭찬할 수도 비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이분법적인 관점을 벗어나 오늘은 현재의 나이기에 기능한 아직 자라는 중인 인간이기에 가능한 생각들을 끄적여 보려고 한다.


 일단 나는 루소의 전반적인 주장에 대해 찬성하는 바이다. 내가 파악할 수 있었고 기억하는 그의 가장 큰 신념은 ‘시간을 낭비하라’와 ‘자연으로부터 배우라’이다. 우선 그는 자라나는 아이에게 배움을 재촉하지 말라고 한다. 스스로 궁금해 할 때까지 구지 가르치지 말라고, 그렇다고 숨기지도 말라고 한다. 때가 되기 전에 배우는 것은 아이에게 이상한 관념을 심어줄 뿐더러 제대로 학습하지도 못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으로부터만 배우라고 한다. 언어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책을 읽히거나 선생을 고용해 가르치지 말라고 한다. 오직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며 배우라고 한다. 또한 자연은 모든 것의 어머니이자 모두의 근원지라고 덧붙였다.


 이것들이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이 두가지를 내가 자라는 동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간을 낭비하라’에 관한 것. 전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그런 것 같은데, 한국 부모들은 애기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무언가를 가르치려 한다. 잘 못을 저지른 적이 없는데 이미 예절을 가르치고 있고 오직 우는 것으로 의사소통하는 아이에게 ㄱㄴㄷ를 가르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엄마 아빠 정도의 간단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바로 외국어를 공부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들을 하등 부질 없을 뿐더러 아이들에게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만 느끼게 할 뿐이다.


 다음으론 ‘자연으로부터 배우라’ 최근에 호주에 갔다왔다. 시내의 전봇대까지 생 유칼립투스 나무로 되어 있는 자연을 사랑하는 곳이었다. 그것에 사는 친구를 만났는데 자연이 보존된 고향을 사랑했고 한국의 빌딩숲은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정말 잘 보존된 자연에서 뛰 놀며 자란 아이는 더 긍정적이고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어릴 때에는 엄마가 내게 책을 더 많이 읽어주긴 했지만 그 만큼 더 숲에 나가 뛰놀고 바다에 나가 참방 거렀다면 더 성숙하게 자랐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좀 더 행복하다는 느낌에 가깝겠다.


 이제 살짝 비판하자면, 비판할 내용이 딱히 없긴 하나 루소는 성평등이 전혀 없이 남자를 우대하는 사상을 가진 것 같다. 그러나 당시에 성평등을 주장했다면 오히려 그 새끼가 병신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은 논외인 것 같다.


 어쨋거나 나는 아직 자라나는 중이고 책에서는 내가 살아온 시간 동안의 교육보다 살아갈 날의 교육에 대해 더 많은 양이 나와있다. 그렇기에 현재의 내가 읽은 에밀에서는 ‘어떻게 교육시킬까 보다’는 ‘어떻게 자라야 할까’를 찾는 게 현명할 것이다. 배우는 과정에서 지식에 차별을 두지 않고 낮은 자리에서 낮은 자를 도우며 사랑을 할 때에 참을성 있고 진실되게 자라는 것, 그것이 루소가 말하는 현명한 자라남인 것 같다. 사실 아직 내가 겪어보지 않은 나이이고 그 나이의 나를 가늠할 수 없기에 머리에 박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상식적으로, 윤리적으로 생각해볼 때 어느 정도 파악한 맥락이 그것이다.


 루소는 현명하게 기르고 현명하게 자라나는 법을 에밀을 통해 나에게 보여준다. 나는 그것을 단지 한 사람의 인생을 주제로 한 소설로써 말고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그래서 나는 루소와 에밀이 보고 부끄럽지 않도록 마저 크고자 한다. 그리고 나의 이 낙서와 앞으로 자라날 날들을 루소와 에밀에게 바친다.

깊은 밤을 날아서 호주 시드니에 도착한 직후 동생과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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