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IN Mar 15. 2024

등대

채호기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은 항상 밤이다.

낮 동안 머리의 부장품들은 물과 파도로 된 파란 껍질에 덮여 있다.

빛은 낮에 프라이팬 위에 기름 튀듯 해면에서 반짝인다.


머릿속에 웅크리고 있는 밤의 심해,

보이지 않아 거대한 검은 정념,

머리의 둥근 바다 위 등대가 골똘히 들어다보는 것.


밤에 시인은 머릿속을 파헤친다.

바다 위에 떠도는 선박들을 불러들이는 등대,

빛은 밤에 머릿속을 파내는 곡괭이가 된다.



채호기,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문학동네시인선 112)", 문학동네, 2018.

매거진의 이전글 파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