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하얀 눈이 뜰에 내려왔다.
창문 너머 아침 햇살을 받아 눈 위에 윤슬이 반짝이며 퍼진다. 나는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해서 창가에 앉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차를 머금고, 입안에 있던 차가 몸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을 느낀다. 나에게서 향기가 난다. 소소하고 행복한 향기가 가득 피어오른다.
일상적인 작은 행복과 커다란 행복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얼마 전 잠실에 있는 123층 롯데 타워에 가 본 적이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막히는 곳 없이 탁 트인 서울을 볼 수 있었다. 발아래로 한강은 개울물처럼 보이고 고층아파트도 장난감 집처럼 보였다. 이곳에서 하루 숙박에 2천만 원 하는 객실도 있다고 하니 나와는 다른 세계라 놀랄 수조차 없었다. 높은 빌딩을 가지면 빌딩 높이만큼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이런 빌딩을 소유할 수 없다.
하지만 뜰에 내린 눈을 가슴 설레며 볼 수 있는 창이 있고 겨울을 헤집고 들어온 볕살에 초록 머리를 쏙 내민 새싹의 용기를 볼 수 있는 베란다가 있다. 언제라도 글 한 줄 읽을 수 있는 여유로움과 소소한 것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내 집이 좋다.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직업을 찾는 사람 10명 중 8명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는 글을 읽었다. 저마다 삶의 무게가 다르듯이 행복의 기준도 다르겠지만 모두 소확행을 찾으면 좋겠다.
갓 구운 따뜻한 빵을 먹는 것도, 식물을 키우면서 꽃대 하나 발견하는 것도, 이불속에 발 넣고 군것질하며 텔레비전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물안개나 윤슬을 보며 산책하는 것도 모두 소소하지만 내가 만들 수 있는 확실한 행복이다.
일본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가즈오는(카르마 경영)에서 바라고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 생각으로 가득 차야하며 피 대신 생각이 흐르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감하며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말이다. 하지만 나는 피 대신 생각이 흐르게 하되 생각이 응고되지 않게 무념無念 한 방울을 함께 넣고 싶다.
높은 빌딩을 소유한 사람도 경영의 신도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소소한 것에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작은 행복들이 에너지가 되어 원대한 꿈도 성취했으리라 믿는다.
잊히고 사라져 가는 것과 일상 속의 잔잔한 이야기를 가슴 따뜻하게 데워줄 글을 쓰는 글쟁이로 인정받는 것이 내가 원하는 바라면 지금 나는 그것을 위해 온몸에 피 대신 생각을 흐르게 하려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소확행에 빠져들고 있다.
오래전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하던 시절 설익은 글을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