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사는 아이들 모두가 식집사
자연은 어릴 적부터 마당을 뒹굴며 느끼고, 소중함은 온 동네 사람들이 알려줬어요.
2016년 대학교 해외연수로 '루마니아'라는 유럽 국가를 처음 방문했을 때, 1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아기가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마당을 기어 다니는 걸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어요. 그리고 올해 스위스를 방문해서 알. 유럽에게 되었어요. 유럽에서는 아이들이 자연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키우려고 노력한다는 것을요. 그중 하나의 방법이 아이들이 정원을 가꾸며 마당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에요.
스위스는 집집마다 정원을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도시에서도 사람들은 정원을 가꾸려고 노력해요. 마당이 없는 집에서는 베란다에 식물을 잔뜩 키우기도 하고요. 제가 홈스테이를 했던 세 명의 10대 아이들이 사는 집은 작은 마당에는 트럼폴린과 닭 2마리가 함께 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가족은 마당에 허브를 길러 샐러드로 먹기도 했고요. 트럼폴린을 하다가 라즈베리로 당분 보충을 하기도 해요. 그렇게 자연 속에서 식물을 기르며 살다 보니 아이들 모두가 식집사예요.
어느 날 저녁, 막내딸이 갑자기 낮에 열심히 옮겨 심은 파프리카를 지붕 안쪽으로 옮기는 거예요. 그래서 왜 옮기냐고 물어봤더니 밤에 우박이 내릴 예정이라 새싹들이 다칠까 봐 그렇다고 해요. 새싹이 우박을 맞으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이들 모두가 마당에서 자라는 잡초 중에 좋은 풀을 구별해요. 그래서 땅을 더 좋게 만드는 풀은 뽑지 않고 식물과 함께 키워요. 어릴 적부터 정원을 가꾸며 스스로 방법을 터득한 거예요.
한 번은 마을의 초등학교 개관식에 참석한 적이 있어요. 스위스에서는 어떠 환경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삼촌, 형제, 자매까지 모두 와서 구경을 해요. 그래서 저도 함께 구경을 갔는데 정말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있더라고요. 사람들이 많아서도 놀랐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새로 지은 학교에서 플라스틱을 찾을 수 없다는 거였어요.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된 자재는 거의 모두 나무와 철이었고요. 교실의 창문은 크게 나 있어 바깥의 자연이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었어요. 게다가 놀이터도 밧줄과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요.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더 자연친화적으로 방식으로 건물을 짓는다고 해요. 정부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연을 느끼며 지낼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거죠.
이런 환경 속에서 살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을 갖고 있어요. 그 가치관이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요. 휴가를 가기 전에도 아이들은 집 안의 화분을 먼저 신경 쓸 정도로 식물을 소중히 여기거든요. 가정과 학교에서 조성된 환경이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거예요. 저는 이 점이 스위스의 양육 방식에서 가장 인상 깊었어요. 나중에 제가 엄마가 된다면 아기가 풀이 자란 마당을 기어 다니도록 자유를 줄 거예요. 아이에게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을 키워 줄 거거든요. 그래야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