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소비하는 스위스 사람들
사람과 자연이 모두 건강하기 위해 Win-Win 전략으로 유기농을 선택했어요.
스위스에서 2달 동안 농장 홈스테이를 하며 지냈었는데요. 한국에서 미리 챙겨오지 않아 가장 후회했던 물품은 '구충제'였어요. 스위스에서는 대부분의 과일들이 유기농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산책을 하다가 길거리에서 만난 과일들은 언제나 벌레와 함께 있었어요. 가정집 정원에서 키운 채소와 과일에도 항상 벌레가 존재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사람들은 과일을 씻어 먹어야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과일을 굳이 씻어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벌레와 함께 과일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특히 라즈베리는 열매 안쪽에 구멍이 있어서 벌레들이 많았는데 처음에 모르고 함께 먹어버렸죠. 그 후로 한국에서 구충제를 먹고 오지 않은 것을 엄청나게 후회했어요. 스위스는 위생 개념이 우리와 조금 달라서 흙바닥에 떨어진 음식도 털어서 먹곤해요. 맑은 공기 속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농산물이라서 깨끗하다고 믿는 느낌이었어요.
스위스 사람들은 우리나라 소비자들보다 유기농을 더 사랑한다는 것을 마트에 가면 느낄 수 있어요. 식료품을 판매하는 모든 마켓에 가면 Bio 문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도거든요. 농축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에도 Bio 인증 표시를 쉽게 찾아 볼 수 있고요. 도시 곳곳에서 유기농 전문 마켓을 쉽게 찾아볼 수도 있어요. 'Alnatura'라는 유기농 식품 전문 마트는 본사인 독일에 107개, 유럽 전역에 약 130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유기농 전문 마트가 체인점으로 확장될 만큼 유럽 사람들이 건강을 소비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증거를 스위스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거든요. 도시의 주요 상권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유기농 식품 소매점을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어요. 이런 정보는 제가 2번째로 농장 홈스테이를 했던 가정의 호스트 마마가 알려줬어요. 호스트 마마는 건강한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이었거든요. 호스트 마마의 부모님이 농부셔서 지역 농산물을 구매해야 농업 경제가 활성돠 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래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매점을 돌아다니며 식료품을 구매하셨어요. 덕분에 호스트 마마를 따라다니며 스위스의 수도인 Bern과 근처 소도시인 Biel 지역에 있는 식료품 소매점은 거의 다 살펴볼 수 있었죠.
그렇게 호스트 마마에게 배운 유기농 전문 식료품점을 찾는 방법으로 다른 도시에 있는 유기농 전문 소매점들을 찾아다녀봤는데요. 실제로 도시마다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유기농 식료품점들이 있었더라고요. 가끔 관광지가 아닌 곳의 마트를 찾아가면 점원들이 항상 독일어로 말을 걸어요.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유기농 제품만 취급하는 소매점들이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면서도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습들을 보았어요. 그만큼 소비자들은 약간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기 때문이겠죠.
스위스에서는 식료퓸이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Bio의 선호도가 높아요. 유기농 제품도 다양하고요. 그들의 삶을 조그만 주의깊게 관찰해보면 느낄 수 있어요. 소비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의 건강까지 걱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