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 사회적 기업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어요. 차별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요.
스위스에는 심리적이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헤르데른 성'이 있어요. 주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보호된 환경이 필요한 약 80명 정도의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가공품을 만들면서 함께 살고 있어요. 이 성은 제가 스위스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호스트 가족에게 소개받은 곳이에요. 원래는 식품 공장 견학을 부탁했었는데 그들이 집 근처에 더 적합한 곳이 있다며 알려줬어요.
헤르데른 성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일평생을 성 안에서 보낸대요. 그래서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직원들이 그들의 특별한 재능을 발굴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예요. 예를 들어, 숨은 그림 찾기를 잘하는 사람에게는 건조 딸기를 만들기 위한 선별 작업을 맡겨요. 숫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확한 양을 측정해서 포장하는 일을 부탁하고요. 정갈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빨래 개는 일을 가르쳐줘요. 이렇게 서로의 생활을 돕기 위한 청소나 빨래 같은 일을 나눠서 하고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공식품이나 목공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그 수익을 통해 헤르데른 성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이요.
여기서 생산한 물품들 중 약 70% 정도는 지역 주민들이 구매하다고 해요. 그 이유는 이 성에서 일하는 직원과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지역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지역 주민들이 사회적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죠. 스위스에서는 이런 가치 소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저에게 이 성을 소개해준 호스트 가족들도 사회적 기업에서 만들 상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반 기업에서 만든 상품과 구분하기 쉽도록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상품에는 'ich bin da'라는 글귀와 함께 인형 모양의 인증표시가 있거든요.
'ich bin da'는 독일어로 '나 여기 있어'라는 뜻이에요. 이 짧은 문구는 '내가 이 제품을 만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살아가고 있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스위스에서 인증 표시에 강력한 메시지를 담음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어요. 저는 이 문구가 제품의 가치를 한층 더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발달장애인들이 제품을 만들었어요. 사주세요.'라는 내용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치를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잖아요. 인증 기관에서도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이렇게 제품을 구매하는 일만으로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죠. 저도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가치 소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