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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Nov 28. 2023

마음의 구멍을 이렇게 채워 보는 것도 괜찮네

자연을 만끽하는 삶

자연과 가까이 있으면 헛헛했던 마음도 금방 채워져요.


스위스는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집들이 정원을 가지고 있어요. 도시 외각으로 나가기만 해도 예쁘게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도 많아요. 게다가 테라스에는 포도나무로 그늘을 만들어 여름 내내 그곳에서 식사를 하곤 해요. 제가 머물렀던 집들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모두가 야외에서 햇살을 받으며 식사를 하는 일을 좋아하더라고요. 특히나 식사를 할 때면 매번 꼭 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정원에서 허브를 수확해 샐러드에 넣어 먹는 일이에요.


참고로 저는 'Pluto'라는 허브를 제일 좋아했어요. 샐러드로 처음 먹어본 허브였는데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 맛있더라고요. 스위스 사람들은 다양한 허브를 키우는데 모든 허브를 샐러드로만 먹는 건 아니에요. 한 번은 잇몸에 염증이 났다고 정원에서 허브를 따다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정원에서 수확의 즐거움 맛보기도 하며 다양한 경험들을 쌓으면서 살아가요. 정원에서 딴 베리들로 잼을 만들기도 하고, 디저트를 만들기도 하는 추억들을 쌓으며요.


스위스 사람들은 집에서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햇살을 받으며 식사를 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해요. 도시에 놀러 나가면 공원 곳곳에서 샌드위치와 같은 간단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다 보니 주로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나 샌드위치처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사서 길거리에서 밥을 먹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스위스 사람들처럼 길거리에서 밥을 먹곤 했어요. 나무 그늘 밑에 앉아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는 일 그 자체로 평화롭더라고요. 잔디밭에 앉아서 웃고 떠들면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거 있죠. 이런 순간들이 스위스에서의 생활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줬어요.


저는 농촌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 가장 좋아했던 일이 포도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색을 즐기는 거였어요. 한국에서 하던 일들을 모두 중단하고 스위스까지 와서 농촌에서 이렇게 지내는 게 맞는지 고민이 생길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여유가 있을 때마다 정원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질수록 번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더라고요.


생각보다 자연이 주는 정신적인 평화는 오랜 시간 지속돼요. 코로나19 이후로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치유농업이 확산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이나 농업교육을 받으며 치유농업에 대한 지식은 얻었었는데 정작 제가 자연 속에서 치유를 받아 본 경험이 없더라고요. 오히려 스위스에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자연에서 치유받는다는 걸 느꼈어요. 포도나무 그들 아래 앉아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일만으로도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몰랐죠.


치유 농업이라는 사전적인 정의는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 · 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용되는 다양한 농업 · 농촌자원의 활용과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인데 이렇게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그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일도 치유의 일부분이에요. 집에서 식물을 키우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들도 모두 치유 활동 중 하나고요. 다만 우리가 지속적으로 자연을 가까지 하고 살지 않아서, 아니면 자연과 가까이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해서 잘 모르고 지냈던 거였어요. 자연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는 그 경험들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마음이 단단해진다는 걸요.

사소해도 괜찮으니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을 느껴보세요.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듣으며 일을 하거나 해 질 녘 하늘을 바라보며 퇴근하는 일 같은 거부터요. 그러면 시끄러웠던 마음이 조금은 조용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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