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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Dec 01. 2023

어디나 똑같은 농촌의 속사정

점점 작아지는 시골 마을들

세계 어느 나라든지 농촌은 비슷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나 봐요.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소규모 농장들이 발달한 나라예요. 우리나라가 작은 규모의 농장들이 발달한 이유는 산과 계곡이 많은 지형적 특징으로 농지의 조각화가 일어났기 때문인데요. 태백산맥을 품고 있는 우리나라처럼 스위스도 알프스 산맥으로 이뤄진 지형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스위스의 축산업을 제외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장들을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들이 꽤 많아 보여요. 이러한 유사한 특징들을 발견하면서 스위스의 농촌도 우리나라와 똑같은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요.


우연히 스위스 농촌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지역인 “Suberg”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호스트 마마가 도시에 나갔다가 이 영화의 DVD를 발견하고 저를 보여 주겠다고 사 오셨거든요. 이 영화의 제목도 지역 이름과 동일하게 “Suberg”로 어릴 적부터 이 지역에 살았던 꼬마가 변해버린 시골의 정서를 아쉬워하며 기획한 다큐멘터리예요.


스위스의 "Suberg"라는 지역은 원래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어느 순간 투자자들이 농촌을 사들이기 시작하여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해요. 이로 인해 더 이상 소규모 농장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이 사라지게 되었고, 대규모 농장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대요. 게다가 투자자들이 유통을 위해 기차역을 유치하면서 마을이 철길을 기준으로 2곳으로 나눠지게 되었어요. 이때부터 농촌의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죠.


철길을 기준으로 나뉜 두 동네는 이제 서로 소통하지 않게 되었고요. 자동화 기계의 도입으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매일 아침 빵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던 가게가 문을 닫게 되었고요. 옆집에 살던 이웃들도 차례로 도시로 떠나갔어요. 이제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취미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 먹던 문화들이 거의 사라진 상태예요. 과거의 정이 많던 시골 문화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몇몇 남지 않았고요.

출처 : Suberg Film


우리나라도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지방소멸 위기라는 문제를 겪고 있어요. 하지만 저도 서울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지방 소멸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지냈어요. 어쩌다 강원도 영월로 귀농귀촌을 하게 되면서 지방 소멸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죠. 특히 강원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청년들이 부족해요. 그래도 다행히 이런 상황에도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시골 특유의 정 문화가 아직까지 남아있어요.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듣다 보면 사과즙이나 누룽지 같은 간식으로 싸들고 오셔서 나눠먹기도 하고요. 서울에서 내려와 영월에 혼자 산다고 하니까 집으로 콩을 보내주신 분도 계세요. 집으로 초대해 밥을 차려주시는 경우도 있고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만나면 나가실 때 계산을 해주시는 경우도 많아요.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점차 사라져 가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시골의 풍요로운 정 문화는 남아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런 정 문화가 남아있는 동안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시골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시골은 생각보다 살기 좋은 곳이거든요.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도 시골의 문화를 도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도시에서의 허무하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시골이라는 다른 선택지와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요. 앞으로도 시골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농촌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해볼게요. 여러분도 새로운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한 번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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