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
이제 며칠후면 2024년 새해다. 수많은 나날 중의 하나이지만 그날은 새해로 규정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누구도 이의 없이 새날로 맞이하고 당연한 듯이 새롭게 시작한다. 시간의 리셋(reset)이다.
24년 전 새 밀레니엄을 맞는 기대로 부풀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역사의 리셋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리셋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그러나 세상의 리셋 과정에서 우리는 과연 옳은 길을 가고 있는가, 제대로 가고 있는가를 원점과 비교하고 다시 바로잡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목표의 리셋이 필요하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그에 걸맞은 새로운 화두와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 상황은 그것이 없었거나 잘못된 설정을 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될 만큼 걱정스럽다. 어디에서부터 틀어졌을까? 많은 사람들이 고도성장에의 미련과 집착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버려야 할 때 끌어안으면 두 배로 손해가 발생한다. 안 되는 것을 붙들고 있어서 비용이 들고 바꿔야 할 때 못 바꾸게 되니 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20세기 우리를 이끌어 주던 믿음직스럽고 매력적인 패러다임인 고도성장은 이제 그 수명이 다했음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한다. 양적인 고도성장은 분명히 한계에 와 있다. 경제·사회적 지표는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을 넘어섰고, 이미 별들의 전쟁 수준의 어려운 선진국 간 국제경쟁의 세계에 들어서 있다. 이에 더하여 끝없는 기술의 발전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가진 것의 격차는 커지고 불만은 심화되어 공동체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은 투자의 문제도, 경기의 문제도, 시간의 문제도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인류의 새로운 경제활동 방식이 창조되기 전까지는 계속될 상수임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 더 큰 문제 중의 하나는 고도성장의 잘못된 기대와 환상이 우리 모두의 탐욕과 무한경쟁을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경제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다양한 가치』와 『공존』을 화두로 삼고 『질적 변화』를 목표로 삼아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고도성장의 욕심을 버린 목표의 공백에 『성숙한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명제를 내걸고 그에 집중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성장에의 집착을 버리면 더 알찬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성숙한 사회와 국민행복을 추구하는 선진국들에서 확인하고 있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막혀있는 두터운 ‘성장의 벽’, 그것을 여는 방법은 ‘성숙’ 임을 배워야 한다. 우리 앞을 가로막은 벽은 힘을 모아 함께 두드려야 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서 힘을 내야 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서는 다 함께 가는 착한 선진화가 그 요체이고 그것은 곧 우리 사회의 성숙의 산물이다.
속도를 줄이면 주변이 보인다. 아름다운 풍광도 보이고 옆에 가는 사람도 보인다. 삶의 여정이 즐겁고, 사는 것이 행복한 것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던가? 가진 것의 크기만으로 어찌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가진 것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 탐욕의 제물이 되고, 탐욕의 주술에 춤추는 과소비의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경제적 공존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존 그리고 자연과의 공존까지 해치게 되고 그것은 공멸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결코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연과의 공존은 이미 행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길』이라는 점이다. 도를 넘은 자연파괴는 회복의 복원력을 상실하게 한다. 우리는 이미 도를 넘는 한계점에 서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자연과의 공생에 실패하면 멸망하는 쪽은 인류가 될 것이고 그때 지구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을 키우게 될 것이다.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가가 확연해지는 순간이다.
알았으면 이제 오만을 내려놓고 주인의 비위를 좀 맞추어야 하는 것 아닐까? 다행히 이 주인님은 바라는 것이 없다. 다만 '탐욕'에 대하여는 반드시 응징할 뿐이다. 이 응징은 단체기합이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전 지구에 만연하는 재난을 넘어선 재앙을 보자. 아무도 예외가 없다. 탐욕에 찌든 놈이건 착한 사람이건. 그래서 탐욕은 세상에 있는 어떤 범죄보다도 무서운 범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을 막는 길은 예외 없이 탐욕을 벌하고 차질 없이 탐욕의 시도를 막는 것 외에는 없다.
성숙의 사회로 가는 길은 목표를 리셋하는 것과 탐욕이 설 자리를 없애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