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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fton Parker Jul 21. 2024

20. 여행 5: Orlando, FL (3/3)

Christmas 2021 ~ New year's day 2022

(커버이미지 : 유니버설 스튜디오 정문에 있는 지구본, The Globe. 사진 뒷면 UNIVERSAL STUDIO의 알파벳 "A" 위에 한국이 있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20. 여행 5: Orlando, FL (2/3)서 계속


다섯째 날 : 아침부터 저녁까지,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미국 영화 및 미디어 문화를 대표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은이도 좋아하는 어벤저스, 해리포터, 트랜스포머, 쥐라기공원 같은 할리우드 영화와 심슨가족, 미니언즈, 스펀지밥 같은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꾸며놓은, 말 그대로의 '테마파크'다.

그리고 이 지역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거대한 휴양소이고 비싼 숙소와 골프장, 리조트 등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우리 숙소는 리조트의 체인 호텔 중 하나였기 때문에 숙박비가 비쌌지만 몇 가지 혜택이 있었다. 

투숙객에겐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익스프레스 패스(Express Pass)가 제공되었는데 빠른 대기 줄과 락커의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다. 원래는 입장권 예약할 때 별도로 큰 비용 주고 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호텔과 유니버설 스튜디오 정문까지 나 있는 운하를 따라 무료로 배를 탈 수 있었고, 일반 입장객들보다 1시간 빨리 입장이 가능했다.

숙소 가격이 많이 비싸긴 해도 이런 혜택을 다 따져보면 다른 곳에 묵었을 때에 비해 손익차이가 큰 게 아니다.

우리는 미리 지도를 구해서 내일 가야 할 동선과 인기 탈 것 공략법 등을 공부했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런 의견 충돌도 없이 우리 셋이 원하는 것이 일치하고 있었다.

꼭 타야 할 놀이기구, 익스프레스 패스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각종 공연 시간 확인 등 1분 1초도 낭비할 수 없다는 듯 빈틈없는 계획이 아내의 주도로 완성되고 있었다.


시작하자마자 생긴 예상 밖의 사고. '그래도 괜찮아.'

아침 7시에 일어나 조식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서둘러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향했다. 배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몇 분이라도 시간이 더 걸리는 건 참을 수 없다. 배는 나중에 한가할 때나 타기로 한다.

어제 미리 예습했던 대로 호텔 옆 아주 잘 꾸며진 작은 개울과 숲 속 산책길을 따라 걸어간다.

지금 이 순간 이 길 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저 경쟁자일 뿐이고, 우리는 단지 목표를 위해 달릴 뿐 산책 따위는 머릿속에 없다. "슉, 슉~! 빨리빨리~"

소지품 검사를 하고 검표소를 지나 지도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이 달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 언덕 꼭대기에 있는 '해리포터'를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아내가 말했다.


"남편, 나 지금 핸드폰이 없어졌어."

머릿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갑자기 차갑게 식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아내는 평소에 한국 폰과 미국 폰을 모두 들고 다녔는데, 사진 찍는 용도로 주로 사용하던 한국폰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급하게 다시 나와서 호텔 입구까지 되돌아가면서 찾아봤다. 어디에 떨어졌는지 아무리 봐도 없다.

'아... 그 사이 누가 가져갔을 수도 있겠네. 이제 겨우 시작하려는 참인데...' 

방금까지도 너무나 기대하고 즐거워했던 세은이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이미 실망하고 지쳐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너무 당혹스럽고 속상했지만 일단 그만 찾기로 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니까 누가 찾아주지도 않고 가져가버렸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속상해하고 있을 필요도 없고 미안해하거나 원망할 필요도 없다. 이곳에 오느라 쓴 돈은 잃어버린 핸드폰 값의 열 배는 된다. 집에 가서 다시 사면된다.

핸드폰 찾느라 이미 한 시간 정도를 써버렸기 때문에, 테마파크 어플에는 1순위 놀이기구에 대기시간이 가득 찼다. (인기 탈 것은 Express Pass를 쓴 사람들끼리도 줄을 서야 한다.)

어제 계획한 동선은 포기하고, 다 내려놓고 천천히 보면 되겠다. 괜찮아.


화면에서만 보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곳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입장은 했지만 세은이는 여전히 침울하다. 그냥 빨리 탈 수 있는, 바로 옆에 있는 아무거 나라도 타야 한다.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인크레더블 헐크 코스터 (Incredible Hulk Coaster)' 오~ 헐크다. 게다가 줄도 짧은 편이네. "세은아 이걸 타보자. 아빠는 헐크 좋아해."

안내문엔 핸드폰조차도 가지고 탈 수 없다고 한다. 역시 여기도 락커를 써야 하는구나. 한 번에 $3.

하지만 씨월드에서와는 다르게 이번엔 비싼 호텔에서 우리에게 챙겨준 게 있다. 익스프레스 패스가 있으면 락커를 얼마든지 무제한으로 쓸 수 있지.

입장권을 태그하고 헐크 코스터를 타러 가는 통로에는 영화에서 봤던 그림, 장식, 영상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꽤 그럴듯해서 기다리고 있어도 지루한 느낌이 없다.

여느 롤러코스터처럼 출발할 때 음악이 나오는 터널 지나서 천천히 오르막을 올라간다. 중간쯤 갔을 때 갑자기 헐크 특유의 굉음이 들리면서 마치 발사되는 것처럼 급가속하여 오르막을 넘는다.

한국에서 웬만한 롤러코스터는 타 봤지만 오르막부터 빨리 달리는 건 처음이다. 정말 깜짝 놀랐다. 아내도 세은이도 엄청 즐거웠던 표정이다. '참 다행이다. 다시 웃음이 돌아와서'

우리는 헐크를 연거푸 두세 번은 더 탔던 것 같다. 세은이는 흥분된 기분으로 나와서는 눈에 보이는 대로 이것저것 타기 시작했다.

스파이더맨, 닥터 둠, 쥐라기공원 같은 영화 테마인 놀이기구들을 타면서 점점 파크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해피포터의 호그와트 성까지 오게 된다.

세은이는 미국에 온 이후에 집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꽤나 열심히 봤는데, 그래서 올랜도에 올 때 호그와트 성과 호그스미드 마을을 꼭 오고 싶어 했다.

성의 주변 거리에는 해리포터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영화에 나오는 음료인 버터비어를 사기 위해 줄도 길게 서 있다. 버터비어는 실제 맥주는 아니고 엄청 단 맛의 음료인데 나는 좀 별로였다.

해리포터 기념품을 파는 약간 특별한 상점이 있는데, 물건을 그냥 팔기만 하는 게 아니고 마법봉과 몇 가지 상품을 이용해서 짧은 공연을 하는 곳이다. 여기도 줄이 길었다.

마치 연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마법봉을 시연하는 순서에선 관람하는 어린이를 하나 뽑아서 공연에 참여하게 하고 마법봉을 선물로 준다. 

뭔가 의미를 부여하는 발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함께 저런 공연을 보고 나면 매장에서 마법봉을 안 살 수가 없게 된다.

마법봉은 디자인이 다양해서 그냥 봐도 예쁜데 기능도 있다. 마을 곳곳 특정 위치에 서서 마법봉으로 정해진 동작을 하면 꽃이 피거나 동물이 움직이는 등 마법 효과(?)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리포터 복장을 갖추고 거리 한가운데 서서 마법봉을 휘적휘적하고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치고 있다. 세은이도 다행히 마법 부리기에 성공했다. 

(마법봉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모든 곳에서 호환이 되기 때문에 올랜도에서 산 것도, LA, 오사카, 싱가포르에서 동일하게 사용가능하다.)


마을 제일 안쪽에 있는 호그스미드 역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 다른 테마 파크로 이동할 수 있는 호그와트 기차가 있다. (2 Park : Univeral Islands of Adventure, Universal Studios Florida)

입장권이 Single Park면 탈 수 없고, 우리는 오늘 하루에 두 군데를 다 가려고 '2 Park 1 day'를 예약했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바로 옆 파크로 넘어간다.

기차의 승객칸 창문과 복도 쪽 문은 유리창이 아니라 디스플레이로 되어 있어서 이동하는 시간에도 특별한 재미를 준다. 추격전이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영상이 나오는데  마치 실제로 벌어지는 것 같다.

기차가 이동하는 창 밖의 실제 풍경이 그다지 볼만하지 않아서 이렇게 꾸몄을지도 모르겠다. 빈틈없이 꼼꼼하게 '일관된 환상의 세계'를 꾸며 놓은 건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왼쪽)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의 후룸라이드. 물과 관련된 놀이기구는 완전히 젖는 경우가 많다. (오른쪽)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에 있는 심슨 라이드
(오른쪽) 호그와트성의 야간 라이트 쇼. 마법 빗자루인 님버스를 타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해리포터의 성에서 출발한 기차에서 내리면 런던 킹스크로스 역이다. 실제 런던처럼 큐피드 상, 이층 버스도 있다. 아주 오래전 유럽 여행 갔을 때가 생각났다. 

'언젠가 정말로 세은이를 런던에 데려가서 이런 것들을 보여주면 좋겠다.'

해리포터와 런던 지역을 벗어나면, 심슨, 스펀지밥, 미니언즈, 트랜스포머 등 각종 할리우드 영화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Universal Studio of Florida'다. 

아침부터 힘을 뺀 우리는 점심때가 되어, 혼자 먹기엔 너무 큰 칠면조 다리 구이 한 개를 점심으로 나눠먹고 조금 쉬었다.

길가에 앉아서 사람들을 보니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세은이처럼 엄마 아빠랑 온 꼬마들,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 무리,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거리 공연과 퍼레이드까지. 

가족끼리 재밌는 옷을 맞춰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미국 사람들도 이곳까지 오는 것을 특별한 휴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앉아서 한참을 쉬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체력이 무한이 아니니, 하루 밖에 시간을 낼 수 없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호그와트 성의 벽에 영상을 비추어 해리포터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라이트 쇼(The Nighttime Lights at Hogwats Castle) 한다.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을 요리조리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서 볼 수 있었는데, 영상, 조명, 음악이 잘 어울려서 정말 실감 난다. 

마법 빗자루인 님버스를 탄 해리포터가 스니치를 잡는 장면이 정말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이곳에 온 모든 사람들에게 특별했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적당했다.

라이트 쇼가 끝나고 천천히 출구로 내려오면서 짧은 대기줄 놀이기구를 몇 개 탄 뒤 호텔로 돌아왔다. 결국 아내의 휴대폰은 끝내 찾지 못했는데, 아쉬움과 함께 이곳에 영원히 남겨두고 집으로 가야 한다.


기대했던 것만큼 볼거리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그만큼 돈도 많이 써야 했지만.

아내의 핸드폰을 끝내 찾지 못한 건 좀 속상했지만 하려고 했던 모든 것을 무사히 이룬 것에 만족한다. 

아내와 맥주를 나눠마시며 그렇게 아쉬움을 달래고 성공을 자축했다.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전히 겨울 나라인 뉴욕으로.


여섯, 일곱째 날 : 길 위에서 맞는 새해 첫날, 다시 겨울 나라로


돌아가는 날 아침에, 호텔 투숙객을 위한 배를 타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구까지 다시 한번 다녀왔다. 

뉴욕에는 없는 도넛가게 Voodoo Donut에 사람들이 줄을 잔뜩 서있다. 그 모습을 보니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 든다. 호텔로 돌아와서 스타벅스 커피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짐을 다 싣고 이제 집으로 출발한다. 다시 꼬박 이틀을 운전해야 한다. 어제 체력 소모를 많이 했으니 오늘 운전은 조금 짧게 해야지.

9시간 거리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페이옛빌(Fayetteville, NC)에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집에 가는 길은 때의 역순이다. I-95를 타고 다시 북쪽으로 1,250마일 가야 한다.


올 때는 초행길이라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 아내는 표지판에 나오는 도시 이름들을 검색해 본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세인트 어거스틴, 서배너, 잭슨빌 등등 여러 도시들이 뉴욕으로 가는 길에 있다. 다 오래된 도시이고 미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만약 다음에도 이렇게 운전해서 플로리다에 올 수 있다면 한 번쯤은 들러볼 수 있지 않을까.


(왼쪽) 운하에서 배를 타면서 보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왼쪽) 호텔에서 사진 찍기. '똑같이 좀 누워 볼래?' (오른쪽) 눈 내린 뉴욕 우리집. 우리는 겨울나라로 돌아왔다.


미국 어느 작은 마을에서 맞는 새해 첫날

호텔을 떠나 한참을 달리고, 주유소에서 핫도그로 점심을 때우고, 또다시 달리고 달려서 밤 9시쯤 되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보니 노스 캐롤라이나는 쌀쌀하다. 우리는 다시 겨울의 입구로 왔다.

방에 들어와서 최소한의 짐만 풀고 나서, 우리의 여행 필수품인 전기포트에 물을 끓인다. 아내가 직접 만든 누룽지 물을 부어 먹으면 정말 든든하다. 세은이는 컵라면을 먹겠다고 한다. 

TV를 틀어보니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거리에 몰려나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아 맞다. 오늘이 2021년 마지막날이지. 미국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뭘 하는지 궁금하다.'


미국 영토 전체 6개 시간대의 미국 도시들인, 푸에르토 리코(AST), 뉴욕시티(EST), 시카고(CST), 덴버(MST), LA(PST), 호놀룰루(HST)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가며 축하 공연과 새해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대가 6개니까 새해 방송도 최소 6시간 이상은 해야 하나 보다. 아니 그냥 밤새 하는 게 아닐까? 푸에르토 리코에 새해가 와도 하와이는 여전히 날이 환하겠다.

하지만 여러 곳을 보여주지만 확실히 뉴욕시티가 중심이다. 타임스 스퀘어의 공연이 메인으로 중계되고, 다른 도시의 사람들도 뉴욕의 자정(EST)에 시작하는 맨해튼의 볼 드롭(Ball Drop)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알만한 대도시뿐만이 아니라, 잠깐씩이지만 우리가 지금 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인 렐리(Raleigh, NC)의 상대적으로 소박한 기념행사도 중계해 준다.

뉴욕시티의 볼 드롭 같은 행사를 여기서도 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에이콘 드롭(Acron Drop)이라고 한다. 타임스 스퀘어에서 하는 것처럼, 큰 도토리(Acron) 한 개를 건물 은 곳에 매달아 놓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렐리에는 참나무가 많아서 도토리가 도시의 상징이라고 한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자정이 되니 뉴욕시티의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 건물 꼭대기에 달려있던 공이 떨어지는 볼 드롭이 시작된다. 렐리에서도 도토리가 내려오고 사방에 종이 폭죽이 터지면서 새해를 축하하는 모습이 TV로 중계되고 있다. 

아내와 세은이는 일찍 잠들었지만 나는 피곤한 줄도 모르고 에이콘 드롭을 보고 있었다. 아... 코비드로 힘들었던 2021년 안녕.

'이렇게 지역 행사를 찾아다니는 것도 재밌겠네. 유명한 곳들보다 저런 게 더 미국 스러운 것 같다.'

만약 우리가 뉴욕시티 같은 유명한 곳에만, 그것도 비행기만 타고 다녔다면 이렇게 다양한 모습까지는 알지 못했겠지. 좋은 구경이다.


그렇게... 아내와 세은이가 잠든 이 작은 호텔방에서, 막 시작된  2022년을 나 혼자 깨어 맞이했다. 아내와 세은이가 미국으로 오기 전 혼자 잠들던 시절이 떠올랐다.

코비드 때문에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야 했던 것,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미국으로 온 것, 그리고 이렇게 어딘지도 알지 못하는 미국의 어느 작은 도시에 까지 오게 된 2021년은 잊지 못할 한 해임에 틀림없다.

나는 TV를 끄고 누우며 새해 소원으로 미국에서 우리 가족이 온전히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다음날은 2022년의 첫날이다. 집까지는 12시간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고속도로 운전은 상당히 익숙해졌다.

버지니아를 지나면서 비가 상당히 많이 오는 구간은 현대차의 기술력으로 위기를 넘겼고, 눈발 날리는 뉴욕의 고속도로를 무사히 지나 늦은 밤 시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여행 종료.

우리 가족의 큰 도전이었던 첫 번째 로드 트립을 잘 참아준 세은이, 운전 도우미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준 아내, 그리고 사고 없이 운전한 나까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며 차고 앞에서 다 같이 박수를 쳤다.

다 잘했다. 무사히 돌아왔어.


내일은 회사도 학교도 쉬는 날이니 푹 자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

다시 돌아온 겨울 나라에는 밤늦도록 눈이 내리고 있었다.


Fonldy,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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