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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fton Parker Oct 06. 2024

30. 여행 8: 동네여행(1/3)-Albany, NY

March ~ May 2022

(커버 이미지 : 알바니에 있는 뉴욕 의회 의사당 & 주청사, New York State Capitol. 남서쪽에서 본모습.)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400년 된 도시, 뉴욕 알바니(City of Albany, NY)

우리가 한국에서 알고 있던 미국이나 뉴욕의 유명한 곳들은 대부분 집에서 멀리 있다. 정작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알바니, 말타 뭐 이런 작은 도시들은 한국에서 알 도리가 없으니까.

소위 알만한 곳을 가려면 하루 이틀 시간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매주 주말마다 멀리 운전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 돈도 너무 많이 든다. 

가까운 곳에 갈만한 곳, 즐길만한 것들을 많이 알고 있으면 자투리 시간을 유용하게 쓸 텐데, 이사 온 지 1년도 안된 외국인 가족은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집에 있어야만 했던 시간도 많았다.

그런 면에서 도서관 시민권 수업에서 배우는 것들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참고 :미국 도서관 수업)

선생님 Judy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관련된 역사적 배경을 알려주고 가 볼만한 장소들도 리스트로 만들어서 공유해 주었다. 대부분 멀지 않아서 짬짬이 시간 내서 다녀와야겠다.

미국의 많은 여행지를 정복(?)하는 것이 '자랑할 만한 업적'을 만드는 일이라면 주변 동네를 알아가는 건 '일상의 알맹이'를 채우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많은 사람이 이미 다녀온 뉴욕시티보다는 알바니 얘기가 더 독특하겠지.

그리고 Judy의 리스트를 채워가면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PPT로 만들어서 Judy에게 보내주면 수업에 도움도 되고 좋겠는데? 


뉴욕 Albany는 어떤 곳?

내가 사는 지역 일대는 뉴욕 주도(州都, State Capital)인 알바니(City of Albany) 생활권이다. 알바니 다운타운과 우리 집은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뉴욕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할 땐 그냥 알바니 근처에 산다고 한다. 이건 마치 한국 수도권에 살면 대충 "서울 근방에 살아"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알바니는 이 지역에서 그 정도의 도시다.

사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다른 주 출신이어도, '뉴욕 알바니'는 아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지리 시간이나 역사 시간에 잘 듣고 공부했다면 말이다.


알바니는 미국이 생기기도 전인 17세기부터 도시가 생긴 곳이고 뉴욕시티만큼이나 오래된 초기 도시이다. 

그 당시에는 육로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과 수로를 통한 교통이 매우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큰 호수가 가까이 있고 두 강이 만나는 지역에 있던 알바니는 중요한 거점 지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내륙항인 알바니 항구에는 뉴욕시티를 오가는 화물선이 다니고 있다. 해외 출입국이 가능한 항구여서 세관도 있는 큰 항구다.)

대서양을 건너온 유럽인들은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퉜는데, 네덜란드인, 영국인 그리고 원주민(모히칸족, Mohicans) 경쟁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영국인들 차지가 되었다. 

그래서 영국식 지명인 알바니(Albany)로 도시의 이름이 정해지게 되었지만, 주변엔 앰스터댐, 길더랜드, 렌슬러(Amsterdam, Guilderland, Rensselaer) 같은 네덜란드식 이름도 있고 스키넥터디(Schenectady) 같은 원주민 지명도 있다.

미국 건국 초기에는 뉴욕시티가 미국의 수도였기 때문에 뉴욕주의 주도는, 허드슨 강변의 대도시인 알바니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알바니는 400년이 넘도록 뉴욕 주의 행정,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선임 주재원들은 알바니 주변엔 갈만한 곳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해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지만 그건 우리가 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을까? 400년 동안 사람들이 살아왔던 역사가 있는 곳인데.

나에겐 Judy가 보내준 추천 목록이 있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다녀보기로 했다.


Albany의 자연 : 강과 운하, 폭포

대서양과 미국 중부를 이어주는 Erie 운하

뉴욕주를 관통하여 흐르는 긴 강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영국 탐험가의 이름을 딴 허드슨(Hudson) 강, 또 하나는 지역 원주민 부족 이름과 같은 모호크(Mohawk) 강이다. 육상 교통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 이 두 강은 오래전부터 뉴욕 사람들의 아주 중요한 수상 교통 통로였다.

19세기 초, 모호크강을 따라 배가 원활하게 다닐 수 있도록 12년에 걸쳐 내륙 수로인 이리 운하(Erie Canal)를 건설하게 된다. 서쪽으로는 5 대호 중 하나인 이리 호수(Lake Erie), 동쪽으로는 알바니 인근 허드슨강 상류까지 이어주는 580km짜리 초대형 토목 공사였다. (수에즈 운하의 3배, 파나마 운하의 7배 길이)

육로의 미비, 야생동물과 높은 산(애팔래치아 산맥) 등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뉴욕의 내륙 지역을 이어주는 공사였다. 

이 공사는 단순히 뉴욕 물류 개선에만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5대호로 연결되는 지역 전체와 그 주변의 강을 통해 이동 가능한 모든 내륙 지역을 뉴욕이나 보스턴 같은 동부 대도시에 연결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이리 운하의 개통은 미국 중부의 물류가 동부 대서양 해안으로 연결되고 유럽까지도 연결되게 한 큰 사건이었다. 이리 운하는 미국 도시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특히 동서방향의 이리 운하가 남북 방향의 허드슨 강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알바니와 그 주변 도시들은 여러 산업이 크게 번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철로, 육로 및 항공편의 발달에 따라 이리 운하는 현재 원래의 물류 운송 기능이 최소화되었고 주로 레저용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사진) 뉴욕 주 지도와 주요 강 및 이리 운하
(왼쪽) 이리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모습. (오른쪽) 갑문에 대한 안내판. 상하류의 낙차가 10m에 달한다. 상하류의 수위를 맞추는데 수분 정도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리 운하는 그 당시 뉴욕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일이었고 중요했기 때문에 아직도 운하에 대한 추억이 많은 것 같다. 동화책도 있고 노래도 있고 축제 같은 것도 한다.

알바니 북쪽에 있는, 허드슨 강과 모호크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마을인 워터포드(Waterford)에는 매년 봄마다 운하 축제를 한다. (Waterford Canal Festival)

작은 예인선(Tug Boat)을 유람선처럼 타고 두물머리 경치도 보고 카약을 빌려 타거나 강변에서 낚시도 할 수 있다. 배들이 운하를 오고 갈 때 상하류의 수위를 맞추기 위해 갑문이 동작하는 것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강 중간에 있는 주립공원 Peebles 섬에서 야유회나 바비큐를 해 먹기도 하고, 각종 이벤트와 구경거리가 소소하게 있다. 작은 소품, 기념 티셔츠 같은 것을 팔기도 한다. 작지만 알찬 동네 축제다.

축제날 밤엔 음악과 함께 아주 화려한 불꽃놀이도 있다. 작은 동네에 이 정도 불꽃놀이라니 역시 미국은 스케일이 다르구나.


'Ferry'는 배가 다녔던 곳이라는 뜻 : Vischer Ferry

모호크 강 주변엔 '페리(Ferry)'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동네가 몇 군데 있다. 이런 곳들은 모호크 강에 다리가 생기기 전에 강을 건너는 배의 선착장이었다. 한국의 '영등포, 제물포' 같은 지명이랄까?

이제는 알바니 생활권에만 모호크 강 다리가 6개나 있어서 더 이상 강을 건너는 배는 존재하지 않고 지명만 남았다. 

 페리지역들 중에, Judy의 추천목록에 있던 비셔 페리(Vischer Ferry) 지역은 '역사 &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1900년도 초반에 비셔 가족이 페리를 운영했던 곳이다. 

지금은 2마일쯤 옆에 고속도로 다리가 놓여있기 때문에 사람들 발길이 뜸하고 선착장이나 그 당시의 마을도 온전히 남아있지는 않다. 굉장히 한적한 분위기다.

하지만 마을 중심 자리에 비셔 페리 제네럴 스토어(Vischer Ferry General Store, VFGS)는 예전 모습대로 남아있고 여전히 영업 중이다.

타운의 역사기념물로 지정된 이 가게는 그 이름대로 이것저것 잡다한 것을 파는 곳이다. 예쁜 그릇들, 각종 소품을 팔고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다.

위치는 좀 외진 곳이어도 고상한 분위기에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주말엔 소소한 커뮤니티 행사도 자주 해서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 같았다.

옛날 물건들과 예전 사진들로 꾸며진 매장옆 포치(Porch)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는데 $10 정도면 충분했다. 이런 작은 로컬 식당에서 먹어보는 것도 분위기 있다. 맛도 있었다.


이곳에서 차를 몰고 5분쯤 가면 비셔 페리 자연보호 구역을 가 볼 수 있다. 이곳은 이리 운하의 일부였는데 지금은 배가 다니지 않는 폐구간이고 현재는 주변 숲과 함께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로 개방되어 있다.

강이 느려지는 구간에 생긴 퇴적 섬 지형이라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있고 운하였던 샛강은 지금은 캐나다 거위와 비버가 살고 있는 곳이다. 

아내와 산책하듯 걷고 있었는데 비버 한 마리가 바로 옆에서 나뭇가지를 물고 열심히 헤엄치고 있다. 미국 동북부엔 비버가 많이 산다고 듣기만 했는데 야생 비버를 보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평화로운 산책로가 있다니 마음의 평안이 필요할 때 종종 와야겠다. 

(왼쪽) 비셔 페리에 있는 오래된 동네 가게 'VFGS', 타운 역사 기념물이다. (오른쪽) 비셔 페리 자연보호 구역. 물길을 따라 산책로가 있다.
(사진) 코호스 폭포와 수력발전소 건물. 전날 비가 와서 강의 유량이 크게 불어있다.
100년이 넘은 수력발전소 : 코호스 폭포

알바니 근교 타운인 코호스(Cohoes, NY)는 모호크 강 하류, 강 남쪽 지역 이름이다. 이곳엔 꽤 큰 폭포인 코호스 폭포(Cohoes Falls)가 있다. 근데 관광지 같은 느낌은 아니다. 운전하며 지나다가 잠깐 보고 갈 정도?

폭포 근처 주택가 안쪽 언덕 위엔 작은 전망대가 있다안내판에 있는 설명을 보면, 미국 쪽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인 아메리칸 폭포보다 그 폭이 더 크다고 한다. 높이는 그리 큰 편은 아니다.

내가 갔을 때는 전날에 비가 와서 그런지 물의 양이 굉장히 많아 보인다. 강 아래쪽으로 들어가는 샛길 출입구는 안전 때문인지 잠겨있다. 사실 물소리가 너무 엄청나서 내려가서 볼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이 정도로 큰 폭포가 있을 줄이야. 이 정도면 한국에서는 큰 관광지가 되고도 남았을 텐데 주변에 아무도 없고 아주 한적하다. 우리가 전세 낸 것 같다. 잠시 바람 쐬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폭포 옆에는 길쭉하게 생긴 섬이 있는데 이곳에는 강의 지류를 이용한 수력발전소가 있다. 안내판의 설명에 따르면 1915년에 26,000 가구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당시로는 엄청 큰 발전 규모였다고 한다.

100여 년 전에 그렇게 많은 전기가 필요했다는 것, 그래서 결국 만들어 냈다는 것, 그 많은 양의 전기를 배송할 능력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 잘 믿기지 않는다. 

폭포 외에는 주변에 달리 할 거리가 없는 곳이어서 오래 있지는 않았다. 오며 가며 생각날 때 짧게 구경 오기에 적당한 곳 같다.


이런 곳들이 알바니에 여행 오면 꼭 봐야 할 너무 좋은 곳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기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리 대단하지 않은 자잘한 볼거리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Judy 덕분에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 볼만한 곳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았다.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없으니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알고자 하는 노력을 좀 해야 한다.

Judy가 신경 써서 알려주셨으니 알려준 대로 잘 다녀오는 게 보답일 거다. 이것도 PPT로 잘 정리해 둬야겠다.


Continued... (2편에서 계속)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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